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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내기 한판?"…지금 PC방에선 아저씨들이 '스타' 삼매경

'재출시'된 명작게임, 신입부터 팀장까지 추억자극
"난 게임 못하는데"…애꿎은 피해자도 생겨

(서울=뉴스1) 이원준 기자 | 2017-08-11 06:00 송고 | 2017-08-11 09:31 최종수정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PC방에서 이용객들이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를 플레이하고 있다.  2017.8.9/뉴스1 © News1

"다들 6시(남쪽)로 병력 보내!" 
"이 대리! 엘리(전멸)는 시키지 말아줘."

9일 퇴근시간대 찾은 서울 강남구의 한 PC방. '정장 셔츠' 차림의 남성 6명이 전문용어를 쏟아내며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20대 후반과 30대로 구성된 이들은 인근 업무지구에서 일하는 직장인이라고 자신을 멋쩍게 소개했다.

1998년 출시된 명작게임 '스타크래프트'가 리마스터라는 이름을 덧붙여 지난달 재출시 된 이후로, PC방에는 추억을 떠올리려는 직장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왕년에 게임 좀 했던 소년들은 시간의 흐름 속에 어느덧 배 나온 직장인이 됐지만 실력은 녹슬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날 점심시간과 퇴근시간에 맞춰 강남, 여의도, 광화문 일대 PC방 여러 곳을 둘러보니 컴퓨터 앞에 자리를 지키고 앉아 스타 삼매경에 빠진 넥타이부대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하나같이 검은색 서류가방이나 백팩을 모니터 옆에 가지런히 놓은 채, 진지한 표정으로 마우스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보험회사에 다니고 있다는 이모씨(35)는 "리마스터가 출시됐다는 소식을 듣고 팀원들과 함께 저녁내기 게임을 하러 왔다"며 "자꾸 자기들이 왕년에 (스타를) 잘했다고 자랑을 해서, 실력을 검증해보려고 온 이유도 있다"고 웃었다.

지난 7월30일 출시된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는 4K UHD 화질을 지원하는 등 기존버전에 비해 그래픽이 더욱 생생해졌다. 답답했던 4:3 화면비율도 16:9로 넓어졌다. 겉모습만 보면 전혀 다른 게임인 것 같지만 실제 조작법은 똑같다.

여의도의 한 PC방에서 만난 김민혁씨(32)도 "바뀐 그래픽이 보고 싶어 퇴근하고 혼자 들렀다"며 "어렸을 때 친구들과 게임했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씨(29)는 "우리가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때까지 스타크래프트로 대동단결했던 세대"라며 "4:4 팀플레이를 하기 위해 시골에서 버스를 타고 시내 PC방까지 가서 게임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고 추억했다.

스타크래프트의 인기 '역주행'은 현재 진행형이다. PC방 분석기관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스타크래프트는 8월 첫째주 4%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전체 게임 가운데 6위를 기록했다. 리마스터 출시 전보다 2%p 가까이 오르며 순위가 두 계단이나 올랐다. 19년 된 '고전게임'이 숱한 최신 게임들을 누르고 있는 것이다.

새내기 직장인 민모씨(28)는 리마스터 출시 이후 바뀐 회사 분위기를 전했다. 민씨는 "퇴근하고 팀원들과 가끔 당구를 치기는 했지만 게임을 한 적은 없었다"며 "그런데 스타 재출시 이후로는 PC방에 가서 밥내기나 술내기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씨는 "신입부터 15년 차 팀장님까지 스타를 할 줄 안다는 공통분모가 있다"며 "게임 이야기를 하면서 선배들과 농담도 하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반대로 스타 열풍이 그리 반갑지 않다는 하소연도 들렸다. 국내 건설사에서 근무하는 신모씨(29)는 "스타를 아예 할 줄 모르는데, 팀 인원수가 안 맞는다는 이유로 PC방에 끌려간 적 있다"며 "못하니까 욕먹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푸념했다.

/뉴스1 DB.



wonjun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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