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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으로 끝난 27살 네팔 청년의 '코리안 드림'

"돈 많이 벌어올게" 결혼 두달 만에 한국행 비행기
불면증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SNS에 안타까운 사연

(청주=뉴스1) 엄기찬 기자 | 2017-08-10 14:24 송고 | 2017-08-10 18:22 최종수정
지난 7일 충북 충주의 한 기계부품 공장 기숙사 옥상에서 목을 매 숨진 네팔 이주노동자 께서브 스레스타씨(Keshav Shrestha·27)가 남긴 유서. 불면증에 시달려온 그는 네팔로 돌아가 치료를 받고 싶다고 유서에 적었다.(청주청년이주민인권모임인 '이주민들레' 페이스북 캡처).2017.08.10/뉴스1 © News1 엄기찬 기자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오늘 세상과 작별인사를 합니다…(중략)… 오늘 이 세상을 떠나기 위해 허락을 받습니다…(중략)… 제 계좌에 320만원이 있습니다. 이 돈은 제 아내와 여동생에게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7일 충북 충주의 한 공장 기숙사 옥상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어느 네팔 이주노동자의 사연이 SNS에 올라와 안타까움을 전하고 있다.

페이스북 청주청년이주민인권모임인 '이주민들레'는 지난 7일 숨진 네팔 이주노동자 께서브 스레스타(Keshav Shrestha·27)의 유서를 번역해 게재했다.

스프링 노트에 네팔어로 삐뚤빼뚤 적어 내려간 유서에서 스레스타는 사랑하는 가족과 힘겹고 모질기만 했던 세상에 작별인사를 건넸다.

"건강문제와 잠이 오지 않아서 지난 시간 동안 치료를 받아도 나아지지 않고, 시간을 보내기 너무 힘들어서 오늘 이 세상을 떠나기 위해 허락을 받습니다."

지난해 초 결혼한 지 두 달도 되지 않아 '돈을 많이 벌어오겠다'며 한국행 비행기를 탄 스레스타는 충북 충주의 한 기계부품 공장에서 주·야간 12시간씩 2교대로 일했다.

하지만 '돈을 많이 벌어오겠다'던 스레스타의 부풀었던 꿈은 1년6개월 만에 먼 이국땅에서의 쓸쓸하고 안타까운 죽음이 되고 말았다.

스레스타는 숨지기 3~4개월 전부터 극심한 불면증에 시달렸다. 지난 5월에는 주간근무만 하게 됐다. 하지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함께 일하는 네팔 동료가 잠이 올 만한 조용한 공간을 따로 마련해 주기도 했으나 뜬눈으로 지새우는 날이 허다했다.

스레스타는 고향인 네팔로 돌아가 치료를 받고 싶어 했다.

"회사에서도 스트레스를 받았고, 다른 공장에 가고 싶어도 안 되고, 네팔 가서 치료를 받고 싶어도 안 됐습니다."

잠을 못 자는 고통의 하루하루는 결국 스레스타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지난 7일 오전 3시까지 동료들과 자신의 처지를 말하며 슬퍼했던 스레스타는 아침 체조 시간에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룸메이트와 네팔 동료들이 그를 찾아 나섰으나 스레스타는 이미 기숙사 옥상에서 목을 매 차가운 주검이 돼 있었다.

스레스타는 "제 계좌에 320만원이 있어요. 이 돈은 제 아내와 여동생에게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말로 세상에 마지막 인사를 했다.

유서를 한글로 옮긴 청주네팔쉼터 활동가 수니따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일이 적성에 안 맞아 다른 회사로 옮기거나 잠깐 네팔에 돌아가 치료를 받고 싶어했다. 하지만 회사가 안 된다고 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우울증까지 앓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충주의료원에 안치된 스레스타는 온기 하나 없는 싸늘한 주검이 돼서야 그렇게 돌아가고 싶었던 고국 네팔로 돌아가게 됐다.


sedam_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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