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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 59명·수사기록 3만쪽…이재용 재판 5개월 대장정 마무리

특검-삼성 치열한 152일 공방 종료
정유라 깜짝 증인출석…박근혜는 '버티기'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2017-08-07 05:00 송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News1 구윤성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News1 구윤성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의 뇌물 혐의에 대한 재판이 다섯 달에 걸친 대장정 끝에 7일 1심 심리의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다. 이날 이 부회장 등 삼성 임원 5명에 대한 결심공판이 열리면서 그동안 치열하게 다툰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삼성 측의 공방도 종료된다.
지난 3월9일 첫 공판준비기일을 연 이 부회장에 대한 1심 재판은 이날까지 152일 동안 3회의 준비기일과 53회의 정식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공판 과정에서 이 부회장은 수의 대신 양복을 입었다. 현직 대통령의 탄핵과 연결된 중대한 사안이고 양 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한 만큼, 3만쪽에 이르는 방대한 수사기록이 검토됐고 총 59명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특검 '창' vs 삼성 '방패' 접전…자정 넘어선 날도 부지기수

첫 공식 공판기일 4월7일에는 박영수 특별검사(65·사법연수원 10기)가 법정에 출석해 공소 이유를 설명했다. 박 특검이 재판에 직접 나온 건 이날까지 삼성 재판이 유일하다. 그만큼 이 재판에 사활을 걸었고 '국정농단' 수사의 성패가 달렸다고 봤다는 얘기다. 박 특검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및 삼성에 대한 지배권 강화를 위해 박 전 대통령에게 청탁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다"며 혐의 입증을 자신했다.

삼성 측의 방패도 만만치 않았다. 이날까지 문강배(57·16기)·송우철(55·16기) 변호사 등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변호사 23명을 비롯해 총 26명이 이 부회장에 대한 변호에 나섰다. 문 변호사는 2008년 BBK 사건 특검팀에서 특검보를, 송 변호사는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와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 등을 지낸 엘리트다.
증인신문 등 본격적으로 재판이 진행되자 자정을 넘어서는 강행군이 다반사였다. 매주 3회 공판을 열며 속도를 냈지만 재판부에 주장을 한 마디라도 더 전달하려는 양 측의 공방이 치열하게 진행되면서 재판이 점점 길어졌다. 5월29일 오후 2시에 시작한 20회 공판은 12시간이 지난 30일 오전 1시45분에서야 끝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 News1 이광호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 News1 이광호 기자

◇안종범·정유라 핵심인물 증언대에…박근혜는 결국 무산

삼성 재판의 첫 증인은 승마선수 최준상씨와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이었다. 이들은 최순실씨(61)의 딸인 정유라씨(21)에게 삼성이 수백억원의 승마 지원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된 증인이다. 양재식 특검보가 "최씨의 뇌물 혐의인 승마·영재센터·재단 중 핵심은 승마"라고 공언한 만큼 특검팀은 승마 지원의 뇌물성 입증에 총력을 기울였다.

7월5일에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8)을 상대로 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에서 부정한 청탁이 이뤄졌는지 여부다. 그래서 독대 직후 박 전 대통령의 말을 받아적은 '안종범 수첩'은 뇌물성 입증의 결정적 단서로 평가됐다. 안 전 수석은 법정에서 "대통령이 전화로 불러준 것을 적은 것"이라고 밝혔고, 재판부는 수첩을 정황증거(간접증거)로 채택했다. 삼성 측은 직접증거로 채택된 게 아니기에 혐의 입증이 어려워졌다고 주장했다.

7월17일에는 정유라씨(21)가 증인으로 '깜짝 출석'했다. 재판부도 "재판 시작 30분 전까지 알지 못했다"고 했을 정도로 급박하게 이뤄진 출석이었다. 특검팀은 재판 전날까지 나오지 않겠다던 정씨를 설득해 증언대에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핵심 의혹인 승마 지원의 수혜 당사자인 정씨의 입에선 "엄마(최씨)가 계속 타도 된다고 해서 '내 말이구나'하고 생각했다"는 등 특검의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언이 이어졌다.

재판 막바지에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 국면을 기회로 활용하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청와대 문건'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서 대가성을 전제로 한 부정한 청탁이 이뤄졌다는 정황이다. 7월25일에는 해당 메모를 작성한 이모 전 행정관이 증인으로 나왔다. 그는 우병우 당시 민정비서관의 지시로 작성했다고 증언했다.

가장 핵심 증인인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증인신문은 세 차례의 시도 끝에 결국 무산됐다. 박 전 대통령이 '건강상 이유'로 증인 출석을 계속 거부하자 특검보가 직접 나서 강제 구인장을 집행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그가 끝내 법정에 나오지 않으면서 이 부회장과의 법정 만남도 무산됐다. 최씨도 7월26일 증인으로 나왔지만 증언을 거부하면서 특별한 소득 없이 끝났다.

최순실씨 © News1 이광호 기자
최순실씨 © News1 이광호 기자

◇부정한 청탁·이재용 개입 '있었다 vs 없었다' 두고 공방

증인신문을 마치고 진행된 피고인신문에선 '이재용 지키기'에 나선 삼성 측 임원들의 진술이 이어졌다. 장충기 전 사장(63)은 "영재센터 계획안은 이 부회장이 아닌 안 전 수석에게서 건네받았다"고 특검 조사에서의 진술을 번복했다. 지원 과정에 이 부회장이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다. 최지성 전 부회장(66)도 "(이 부회장이) 책임질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승마 지원 등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정식 공판이 시작된 후 피고인신문에서 처음으로 입을 연 이 부회장도 자신이 삼성전자 소속임을 강조했다. 삼성전자 소속이기에 최씨에 대한 지원을 주도한 미래전략실의 업무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는 취지다. 이 부회장은 "영재센터는 정말 이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들었다"며 "(미르·K스포츠재단도) 나중에 문제가 되고 나서 (송금한 사실을) 알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재판부는 이틀 동안 특검팀과 삼성 측이 주요 쟁점에 대해 재판부에 서로의 의견을 강조할 수 있는 '공방기일'을 진행했다. 양 측은 부정한 청탁 여부와 이 부회장의 개입, 승마 지원의 성격 등 쟁점을 놓고 맞붙었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최씨 일가에 대한 지원을 합의해 주도적으로 이행했고, 삼성 측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맞섰다.

7일 결심에서 특검팀은 이 부회장 등의 혐의에 대해 설명하는 '논고'와 재판부에 형량을 제시하는 '구형'을 진행한다. 이날 박 특검도 재판에 출석해 직접 논고와 구형을 할 전망이다. 이후 이 부회장 등 피고인의 최후 진술이 이어진다. 재판부는 이날 모든 재판 절차를 마무리하고 21일에서 25일 사이에 선고 기일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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