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재해로 인정 못받는 '과로'…산재인정률 30.5% 불과

타 질병에 비해 산재 인정 '깐깐' 평균에 못미쳐
1주 평균 60시간 기준… "현실적이지 않다" 지적

(세종=뉴스1) 박정환 기자 | 2017-08-06 06:09 송고
자료사진/ 뉴스1 DB
자료사진/ 뉴스1 DB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 등 근로자에 대한 과로방지 대책 마련에 나선 가운데 과로로 인한 산업재해 판단 때 근로시간 인정 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행 산재보상보험법에서 만성 과로의 기준은 1주 평균 60시간(발병 전 12주 평균) 또는 64시간(발병 전 4주 평균)이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이라는 지적이다.

4일 근로복지공단의 2017년 2분기 질병별 산재 판정 현황에 따르면 과로사에 해당하는 뇌심혈관질병 산재 인정률은 30.5%를 기록했다. 총 914건을 판정해 279건을 산재로 인정한 것이다.

이는 다른 질병의 산재 인정률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로 나타났다. 근골격계질병의 경우 인정률은 59.4%(2418건 중 1437건 인정), 기타질병은 인정률은 43.2%(1158건 중 500건 인정)로 뇌심혈관질병보다 높았다.

질병에 관한 전체 평균 산재 인정률 역시 49.4%(4490건 중 2216건 인정)로 뇌심혈관질병에 대한 산재 인정률은 평균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심혈관질병이 산재 인정률이 낮은 이유는 그만큼 입증이 쉽지 않다는 점이 꼽힌다. 신체가 직접적으로 다치는 근골격계질병과 달리 과로로 인한 뇌심혈관질병의 연관관계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중에서도 현행 산재보상보험법 시행령 및 고용노동부에서 제시하는 과로의 기준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함께 제시되고 있다.

현행 과로에 대한 산재 인정 기준은 고용부가 지난 2013년 근로시간 기준이 필요하다는 공감대에 따라 마련됐다. 기준에 따르면 만성과로는 1주 평균 60시간(발병 전 12주 평균)을 근무했거나 1주 평균 64시간(발병 전 4주 평균)을 근무하면 해당된다.

이외에도 발병 전 1주일 이내 업무량이 30% 이상 증가(급성과로)했거나, 발병 전 3개월 이상 연속적으로 일상업무보다 과중한 부담(만성과로)이 있었다고 입증해야 한다. 

물론 고용부는 이 기준을 마련하며 근로자의 근무형태, 연령, 성별, 건강상태 등을 종합해서 봐야 한다고 예외 단서를 달았다. 즉 앞서의 근로시간 기준에 미치지 않더라도 산재는 인정 받을 수는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노동계와 전문가들은 해당 근로시간이 산재 인정에 있어 일종의 '기준점'이 된다고 지적한다. 

© News1
© News1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는 "'만성적 과로'의 기준이 없어서 그나마 근로시간을 만들어 놓은 것인데 사실은 지나치게 높게 설정되어 있다"며 "현행 주간 법정근로시간은 최대 52시간인데, 60시간 평균을 잡았으니 사실상 불법적인 정도의 노동을 하지 않으면 산재 인정이 어려운 모순적인 기준인 셈"이라고 밝혔다.

1주 평균 60시간 등 기준이 의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박창범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한 심뇌혈관 질환과 업무상 재해' 논문을 통해 "주당 평균 60시간 이하의 근로시간에서도 심뇌혈관 질환 발생이 증가한다"고 밝혔다.

논문에 따르면 주당 35~40시간을 일한 근로자에 비해 41~48시간을 근무한 노동자의 뇌경색 위험도는 10% 증가했다. 이와 더불어 49~54시간은 27%, 55시간 이상은 33% 각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1주 평균 60시간을 근무하지 않았더라도 뇌심혈관질병은 얼마든지 증가할 수 있기에 좀더 의학적으로 적합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임성호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국장 역시 "근로시간 외에도 야간근로, 교대근로 등 노동의 여러 형태에 대해서 과로 산재에 대한 여러 다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근로시간 단축 논의와 더불어 사회적 합의에 따라 산재 기준도 새롭게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산재와 관련한 근로시간 기준 개선 등을 위해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근로시간 기준이 절대적인 산재 인정 기준은 아니지만 다양한 현실에 맞게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근로시간 기준은 강제 기준이 아니기 때문에 여기에 못 미치더라도 종합적 판단으로 산재는 인정될 수 있다"며 "다만 좀더 개선점을 찾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결과에 따라 근로시간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더욱 적합한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ul@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