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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민의 팩토리] 핵 없어도 강한 독일…우리 선택은

(서울=뉴스1) 윤석민 대기자 | 2017-08-04 17:36 송고
북한 평양에서 열린 김일성 주석 생일 105주년(태양절) 맞이 대규모 경축 열병식에 등장한 무수단미사일 .(노동신문) 2017.4.17/뉴스1

핵무기의 별칭은 ‘둠스데이 밤(doomsday bomb)’이다. 대량 살상, 상호 파괴로 인류 종말을 부른다는 의미다. 먼저 하든 아니든 사용한 측은 무차별 보복을 불러 공멸이 불가피하다. 그래서 핵클럽(nuclear club)의 독과점체제가 무너진 현재 핵무기는 현상 타개를 위한 공격보다는 유지를 위한 방호(防護)적 성격이 강하다. 이른바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이다. 적에게 깔보이지 않게 보유는 하되 사용은 불가하다. 버튼은 너 죽고 나 죽자는 최후의 순간에나 눌러질 수 있다. 정권 유지를 위한 마지막 보루인 김정은의 핵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핵확산금지조약(NPT) 내 핵클럽, 즉 공인된 핵보유국은 미국, 러시아(구 소련), 영국, 프랑스, 중국 등 5개국뿐이다. 막강한 비토권한을 지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P5)인 이들은 전후 체제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기득세력이다. 이후 인도, 파키스탄이 핵 개발에 성공하고 이스라엘, 남아프리카공화국, 이란 등이 잠재적 보유국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이들은 여전히 핵클럽 회원으로 대우 받지 못한다. 기존 세계 질서를 해치는 요소가 될 수 있는 때문이다. 이런데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라는 북한의 바람은 언감생심이다.  
    
그런데 핵클럽이 아니면서도 국제무대서 강한 목소리를 내는 나라가 있다. 패전국의 굴레에도 불구, 유럽의 리더이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중심이 된 독일이다. 지난해 이란 핵 협상에도 참여(P5+1)해 타결을 이끌어 내는 등 핵무기 하나 없이도 국제사회서 리더 대우를 받는다. G3 유로를 이끄는 경제력이 바탕이다. 그 힘이 핵무기가 없기에 되레 가능했다고 말하면 아이러니일까. 꼭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패전후 독일(당시 서독)은 마셜 플랜 등 서방측의 대대적 지원에 힘입어 부흥에 나섰다. 여기에 독일민의 근면함과 콘라드 아데나워 총리 등 지도자들의 영도력에 힘입어 단기간에 ‘라인강의 기적’을 일궜다. 종전 후 깊어지는 냉전기 무한 군비 경쟁에서 한발 비켜선 채 국방비는 최소화하고 경제에 ‘몰빵’한 것이 오히려 핵클럽 멤버인 영국, 프랑스와 현재 비교 우위에 서게 만들었다 해도 억측은 아닐 듯싶다. 1991년 통일 전까지 동서 이념이 대립한 분단국 입장에서 전략무기 개발 등 군사화 유혹도 안팎으로 많았을 터다. 하지만 군사대국화는 철저히 배격한 채 자위 차원의 군사력만 유지해 왔다.

이는 이전 역사로부터 서로가 배운 뼈아픈 교훈이기도 하다. 1차대전 패전후 엄청난 전후보상에 내몰린 독일은 국가전체가 도탄과 재기불능의 무력감에 빠졌다. 이를 무력으로 극복하려 한 것이 아돌프 히틀러다. 그러나 결과는 더 참혹했다. “칼 쓰는 자 칼로 망한다”는 성경 가르침대로다. 현재 8000만 넘는 인구에 우리 병력의 1/3도 안 되는 17만 규모의 정규군을 보유했지만 독일군이 약하다는 소리는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집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레오파드 탱크, 우리도 도입한 타우러스 순항미사일 등은 업계 최고 성능으로 평가받는다.

 사거리 500㎞에 달하는 장거리 순항미사일 타우러스를 장착한 독일 공군 토네이도전투기. (타우러스 시스템즈 홈페이지) 2016.8.10/뉴스1

같은 패전국인 일본 역시 안보의 수혜자다. 전범국가로서 자주국방 주권도 포기하는 수모를 겪었지만 경제 ‘올인’은 독일의 전철을 밟으며 빠른 전후 복구와 성장에 기여했다.
   
그럼 이러한 두 전범 국가의 ‘패러독스(역설)’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전후 미국이 주도한 집단 안전보장체제가 답이다. 독일은 현재 29개국이 가담한 나토의 주축이며 일본은 미국과의 방위조약을 ‘금과옥조’로 신봉한다. 이를 통해 적의 핵 위협을 상쇄할 ‘핵우산’도 확고히 보장받는다. 굳이 주변 눈총과 큰돈 들여 핵 개발에 나설 이유가 없는 셈이다. ‘가오’보다는 실리가 이들의 선택이다.
    
북한 김정은의 핵 프로젝트가 성과와 속도를 더하며 긴장이 고조되는 요즘이다. 북한이 미국 본토 타격 능력, 이른바 미국이 설정한 ‘레드라인’까지 치고 오르며 전면전 불사론마저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맞대응할 자체 핵무장 주장도 나온다. 기실 우리에게 북핵은 이미 오래되고 익숙한 위협이다. 복잡한 운반체 없이도 마음만 먹으면 핵배낭 정도로 서울 일부를 하시라도 날릴 수 있다. 굳이 핵전력이 아니더라도 대량살상, 파괴의 리스크를 일상에서 안고 60여년간 정전 상태로 지내온 우리다. 비유하자면 수심 2m에서 빠져 죽나 100m에서 죽나 같은 익사일 뿐이다.  
    
역발상을 해본다. 사회주의 종주국 소련 몰락의 원인 하나로 무리한 군비경쟁이 꼽힌다. 특히 레이건 미행정부 당시 무한 경쟁이 소비에트 연방 해체를 앞당겼다는 지적이다. 요즘 김정은의 연속된 도발은 이를 연상시킨다. 무수단 미사일 한발 발사에 얼추 2000만달러(약 225억원)가 든다하는데 미국을 자극하겠다며 이를 폭죽처럼 터뜨리니 곳간이 온전할 것 같지 않아 오히려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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