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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멘붕' 예비 초등교사들…"졸업하고 뭘 할지 답답"

1/8로 토막…서울교대엔 교육부 비판 대자보 이어져
정책실패 책임을 왜 학생들이 짊어져야 하나" 분통

(서울=뉴스1) 이원준 기자, 전민 기자 | 2017-08-05 07:00 송고
서울교대 학생들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교육청과 교육부에 초등교사 선발 인원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2017.8.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교대 학생들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교육청과 교육부에 초등교사 선발 인원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2017.8.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지역 예비 초등교사들이 갑작스러운 교사 선발인원 대폭 감소 소식에 '집단 멘붕'에 빠졌다. 학교 도서관과 서울 노량진 학원가에서 합격만을 바라보며 임용시험에 매진해온 교대생들은 불투명해진 미래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전역에 폭염경보가 내린 4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교육대학교 캠퍼스는 무더운 날씨와는 달리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다. 이날 서울교대 학생 700여명이 항의차 서울시교육청에 몰려간 탓에 캠퍼스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전날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2018학년도 공립 유·초·특수학교 교사 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임용시험) 사전예고'에 따르면, 올해 서울지역 초등학교 교사 채용규모는 105명뿐이다. 지난해 선발인원(846명)과 비교했을 때 741명이 줄었다.

이날 만난 교대생들은 1/8 수준으로 토막 난 초등학교 교사 채용규모 소식에 이구동성으로 분통을 터뜨렸다. 도서관 앞에서 만난 정모씨(22·여)는 "어제 발표를 보고 멘붕해 새벽 3시까지 제대로 잠도 못 잤다"며 "이럴 때일수록 정신 다잡고 공부해야 하는데, 머릿속에서는 벌써 시험에 떨어졌을 때 상황이 그려진다"고 답답해했다.

정씨는 "시험에 떨어진 채 졸업하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정부와 교육청에 화가 난다"고 울분을 토했다.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 학내에 초등교사 선발 인원 축소에 반발하는 학생들의 대자보가 게시돼 있다. 2017.8.4/뉴스1 © News1 이원준 기자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 학내에 초등교사 선발 인원 축소에 반발하는 학생들의 대자보가 게시돼 있다. 2017.8.4/뉴스1 © News1 이원준 기자

학생회관 앞에는 임용절벽을 성토하는 대자보들이 줄 지어 게시돼 있었다. 손으로 꾹꾹 눌러쓴 대자보에는 학생들이 납득할 만한 선발인원을 교육부와 서울교육청이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 학생은 대자보를 통해 "105명이란 숫자는 정부의 교원수급 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그런데 그 책임을 왜 학생들이 모두 짊어져야 하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학교 3학년 이모씨(22)는 "(임용시험에) 합격하고도 발령받지 못한 선배들도 많아 채용이 줄 것 같긴 했지만, 이정도 수준일지는 꿈에도 몰랐다"며 "이제 우리 어떻게 되는 거냐고 동기 단톡방에서도 난리가 났다"고 전했다.

초등 임용고시생들이 수업을 듣는 노량진 학원가 일대도 비상이 걸리긴 마찬가지였다.

지방 교대를 나와 수도권 임용시험을 준비하던 김모씨(27)는 "학생들이 잘못한 것이 아닌데 우리한테 덤터기를 씌우니까 어이가 없다"며 황당해했다. 그는 "국가가 세금 써가며 특수목적 대학에서 학생들을 양성해 놓고 이렇게 방치하는 것은 세금 낭비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노량진의 한 임용고시 학원관계자는 "중등이나 비교과 교사를 늘리려고 하다보니 어딘가를 줄여야 되는데 가장 만만한 곳이 초등"이라며 "초등에서 (교사) 인력을 빼서 돌려막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스1 DB.
/뉴스1 DB.



wonjun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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