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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데이트폭력·묻지마 폭행…"경찰 덕분에 견뎠어요"

경찰, 피해여성 신변보호는 물론 생계비 지원도
피해자 전담경찰제 도입 이후 올해 활약 두드러져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전민 기자 | 2017-08-03 06:00 송고 | 2017-08-03 16:31 최종수정
경찰 서울지방경찰청 로고 © News1 신웅수 기자

"담당 경찰관에게 고맙다고, 꼭 좀 전해주세요."

강남 한복판에서 "헤어지자"는 말에 감금과 폭행을 당하는 끔찍한 데이트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 여성은 가해 남성이 경찰이 체포되기까지 두 달에 걸친 시간이 지옥 같았지만 한 경찰의 도움 덕분에 견딜 수 있었다고 연신 고마움을 전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성폭행과 폭행 등 혐의로 A씨(30)를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과 피해여성 B씨의 말을 종합해 보면 이번 사건은 지난 3월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B씨 자택. 남자친구 A씨와 말다툼 끝에 B씨가 "헤어지자"며 이별을 통보했다.

그러자 A씨는 다짜고짜 B씨를 폭행하기 시작했다. 약 6시간 동안 감금하다시피 꼼짝도 못하게 하고 성폭행과 폭행을 가했다. A씨는 또 B씨를 협박해 현금을 빼앗고, 성관계 동영상을 강제로 찍기도 했다. 

A씨는 폭력이 이번뿐만이 아니었다. 이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도 B씨가 이별을 고하자 A씨는 손목을 흉기로 그은 사진을 보내 "사람이 칼에 찔리면 얼마나 고통스럽게 죽는지 아느냐"라는 말로 수차례 협박을 일삼았다. B씨는 "너무 무서워서 A씨가 집에 올 때면 집 안에 있는 흉기가 될 만한 물건은 모두 숨겼다"며 "헤어지려고 수차례 시도하다 결국 사건이 터진 것"이라고 토로했다. 

머리 피부가 찢어지는 등 심신에 끔찍한 피해를 입은 B씨는 결국 지난 4월 초 경찰에 A씨를 고소했다. 그러나 A씨는 5월까지 2개월여간 행방이 묘연했고, 이 기간 동안 B씨는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특히나 A씨가 사건 이후에도 집을 한 차례 찾아와 협박하기도 했기에 B씨는 집에 가는 것조차도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겁에 질린 B씨에게 손을 내민 것은 다름 아닌 경찰이었다. 경찰은 우선 B씨에게 스마트워치를 제공했다. 보복을 당할 우려가 있는 범죄피해자와 신고자의 신변 보호를 위해 제공되는 스마트워치를 통해 위급 상황시 구조요청 단추를 누르면 112신고와 동시에 보호자 등에게 긴급 문자메시지와 현재위치가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또 경찰은 피해자전담경찰관과 협업해 B씨와 B씨 거주지역 파출소와의 '핫라인'을 구축했다. 관할 파출소인 논현2파출소는 B씨의 요청에 의해 수차례 B씨의 귀갓길에 동행하고 두려움을 느끼는 B씨를 위해 자택 안팎을 확인해주기도 했다. B씨는 "스마트워치를 시계처럼 왼손에 차고 다녔다"며 "왼손에 차고 있는 스마트워치를 항상 오른손으로 잡고 있을 정도로 의지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경찰은 한국피해자지원협회(KOVA)와 공조해 B씨에게 긴급생활비 150만원을 지원하고 불안감에 떠는 B씨를 위해 심리상담을 받게 하기도 했다. 또 경찰청을 통해 50만원 상당의 의료비 지원과 건강검진을 위한 소정의 금액도 전달했다. 

B씨에 대한 경찰의 지원 사례는 경찰 내에서도 공을 인정 받아 서울지방경찰청이 꼽은 성폭력 피해자 우수지원 사례로 선정됐다. 

B씨는 "A씨가 붙잡히기 전까지 심리적으로 너무 힘들어 공황장애까지 앓았다"며 "B씨가 머리를 때렸다는 기억에 길던 머리카락까지 짧게 잘랐다"고 했다. 그는 "사건 이후 사람을 만나거나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였는데, 경찰 덕분에 견딜 수 있었다"며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의 이름을 기억할 수 없는데, 혹시나 만나게 된다면 꼭 좀 감사하다고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B씨에 대한 사건과 지원을 담당한 서울 강남경찰서 여성청소년과는 "모든 피해자들에게 같은 지원을 하고 있다"고 겸연쩍어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피해를 당하긴 했지만, 경찰로부터 '케어(care)'를 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B씨의 경우 피해 상황도 특별하고 더욱이 위험한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을 정도로 급박한 피해에 노출돼 있어 더욱 강하고 주도 면밀하게 지원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묻지마 폭행'을 당한 중국동포에 경찰들이 발 벗고 나선 사연도 있다. 경찰과 방모씨(44·여)에 따르면 중국동포인 방씨는 지난 5월9일 서울 구로구의 한 술집 앞을 지나다 술에 취한 양모씨(51)가 던진 유리 맥주잔에 맞아 손목 인대가 끊어지는 등 전치 6주의 부상을 입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특수상해 혐의로 양씨를 불구속 입건했지만 방씨의 고통은 양씨의 처벌과는 별개로 계속됐다.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며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을 홀로 키우던 중국동포 방씨는 폭행으로 손을 크게 다쳐 일도 하지 못하고 하루하루 막막한 생계를 걱정하는 처지에 놓였다.

부상으로도 힘든 방씨에게 설상가상 낡은 집 문제도 벌어졌다. 노후된 집 배수구를 타고 쥐가 다니는 소리가 들려 밤잠 이루기도 힘들었을 때 방씨에게 지원군이 되어 준 사람도 역시 경찰이었다. 

방씨의 신변보호를 담당한 관악경찰서 정원식 경장은 방씨의 사연을 듣고 자비를 털어 낡은 집을 수리했다.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는 정 경장은 서울남부범죄피해자지원센터와 함께 방씨 자택의 도배와 장판을 새로 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경찰은 방씨의 병원비와 치료비 지원에도 앞장섰다. 금천경찰서는 주민센터와 연계, 방씨에게 긴급생계비와 생필품 등을 지원했고 초등학생인 방씨 아들을 위해 학습 교재와 문제집도 전달했다. 

방씨는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경찰들이 본인의 일처럼 나를 도왔다"며 "경찰에 대한 고마움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방씨가 금천경찰서와 관악경찰서에 전달한 수차례의 감사 인사와 편지를 받은 정 경장은 "대단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방씨가 감사편지를 보내와 내가 더 감사할 따름"이라고 쑥쓰러워했다. 

이들에 대한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안민숙 한국피해자지원협회(KOVA, 코바) 상담국장은 "피해자 전담경찰 제도는 2015년 시작된 이래 수많은 범죄 피해자들을 돕고 있다"며 "점차 미비한 점을 고쳐가며 특히 올해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범죄 피해로 인해 상처 받은 피해자들이 도움을 받고 웃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코바는 경찰과 손잡고 피해자 지원에 전력투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jung9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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