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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누드펜션 운영자 "시끄러워 당분간 문 닫겠다"

주민 반발·부정 여론·처벌 검토에 결국 '백기'
"천주교 성지에 누드펜션 웬말"…제재 계속 검토

(청주=뉴스1) 엄기찬 기자 | 2017-08-02 13:38 송고 | 2017-08-02 15:25 최종수정
충북 제천시 봉양읍 학산리 묘재마을 '누드펜션'을 이용하는 회원들 모습.(SNS 캡처).2017.08.02/뉴스1© News1
충북 제천시 봉양읍 학산리 묘재마을 '누드펜션'을 이용하는 회원들 모습.(SNS 캡처).2017.08.02/뉴스1© News1

국민적인 관심이 쏠렸던 충북 제천 '누드펜션'이 결국 문을 닫게 됐다. 펜션 운영자가 주민의 거센 반발, 부정적인 여론, 당국의 처벌 검토에 운영 중단 의사를 밝힌 것이다.

◇ 결국 백기투항한 '누드펜션'
2일 제천시 등에 따르면 봉양읍 학산리 묘재마을 '○○○펜션' 운영자가 지난 1일 제천시와 경찰에 운영 중단의 뜻을 밝혔다.

운영자는 제천경찰서 정보과와 봉양읍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너무 시끄러운 것 같다. 당분간 운영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 펜션은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나체주의'를 내세워 2009년 처음 문을 열어 '누드동호회' 회원 30~40명 위주로 운영됐다.
묘재마을 꼭대기에 자리한 펜션은 149㎡ 크기에 2층 건물로 돼 있다. 2층에는 마을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발코니가 있다.

마당에는 야외풀장과 바비큐 시설이 있다. 마을 뒷산으로 향하는 산책로도 있어 매주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회원 10~20여명이 모여 수영이나 산책 등을 하며 지냈다.

지난달 28일 충북 제천시 봉양읍 학산리 묘재마을 주민들이 '누드펜션' 입구를 트랙터로 막고
지난달 28일 충북 제천시 봉양읍 학산리 묘재마을 주민들이 '누드펜션' 입구를 트랙터로 막고 "누드족 물러가라"고 항의하고 있다.2017.08.02/뉴스1© News1

◇ 주민들 "남사스럽다" 반발

그 이름에 걸맞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이들이 펜션에서 지내다 보니 마을 주민들과 알몸으로 마주치는 일이 허다했다.  

대다수 나이가 지긋한 어른이 많은 묘재마을 주민들은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고, 갈등까지 일어 2010년 펜션은 문을 닫았다.

하지만 올해 7월 펜션이 다시 문을 열면서 수년 전처럼 똑같은 일이 벌어지자 참다못한 묘재마을 주민들이 실력 행사에 나섰다.

이곳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트랙터 등으로 펜션 입구를 막고, 마을 곳곳에 '농촌 정서 외면하는 누드펜션 물러가라'라고 쓰인 현수막도 내걸었다.

알몸인 사람들이 남사스러운 것도 있지만, 주민들이 이렇게까지 하는 데는 마을에 조선 후기 천주교박해 때 순교한 남종삼 성인의 생가가 있는 탓이다.

마을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가톨릭 순례지인 '베론성지'까지 있고, 주민 30명 가운데 18명이 가톨릭신자인 터라 '누드펜션'을 더욱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충북 제천시 봉양읍 학산리 묘재마을에 있는 '누드펜션'을 이용하는 회원들 모습.(SNS 캡처).2017.08.02/뉴스1© News1 © News1
충북 제천시 봉양읍 학산리 묘재마을에 있는 '누드펜션'을 이용하는 회원들 모습.(SNS 캡처).2017.08.02/뉴스1© News1 © News1

◇ "또 다시 열면…" 근본적인 해결 방안 필요

묘재마을 '누드펜션' 갈등으로 제천시와 경찰도 골머리를 앓았다.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민원이 하루에도 수십차례 들어왔다.

또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적인 관심이 쏠리고 논란까지 일자 사유지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넋 놓고 있을 수만 없는 노릇이었다.

경찰은 제재(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있는지 보건복지부에 이 펜션이 숙박시설에 해당하는지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공중위생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처벌하려는 복안이다.

이 펜션이 연회비 10만~24만원을 받고 운영된 점을 들어 숙박시설이라는 유권해석이 나오면 미등록 시설로 보고 공중위생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려는 계획이다.

제천시는 2009년 민박업으로 등록됐다가 2011년 폐업 신고한 이 펜션이 지금은 다세대 주택으로 등록된 점을 토대로 펜션 운영이 영업행위에 해당하는지 살피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2010년 중단됐다 다시 문을 연 것을 볼 때 언제든 다시 운영이 이뤄질 수 있다"며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운영 중단 의사를 밝히긴 했어도 (보건복지부) 유권해석이 나오면 적절한 조치로 문제가 다시 불거지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달 28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510명을 상대로 누드 펜션 운영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1.9%는 '국민 정서에 맞지 않으므로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답해 부정적인 여론이 많았다.

'자연주의를 추구하는 동호회만의 사적 공간이므로 허용해야 한다'는 답변은 22.4%, '잘 모르겠다'는 25.7%였다.


sedam_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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