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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대더니…' 열흘 만에 잘린 스카라무치

백악관 권력암투의 핵…욕설 등으로 구설수
"대통령에 직보" 떠벌리다 비서실장 '군기잡기'에 잘려

(서울=뉴스1) 김윤정 기자 | 2017-08-01 10:58 송고
앤서니 스카라무치 전 백악관 공보국장. © AFP=뉴스1
앤서니 스카라무치 전 백악관 공보국장. © AFP=뉴스1

열흘도 못 간 꽃이었다. '미드'를 방불케 한 백악관 권력 암투의 핵심, 앤서니 스카라무치 공보국장이 임명 열흘 만에 해임됐다.
3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존 켈리 비서실장의 요청을 받아들여 스카라무치 공보국장을 해임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은 스카라무치의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느꼈다"고 해임 배경을 설명했다.

월가 출신의 스카라무치는 등장부터 요란스러웠다. 지난 21일 백악관에 입성한 그는 공개석상에서 육두문자까지 쓰며 반대 세력을 제거하려 했다. 표적은 라인스 프리버스 전 비서실장. 자신의 재정 기록 유출 배후에 프리버스가 있다며 "빌어먹을(fucking) 편집증적 조현병 환자"라고 비난했다.

프리버스에 대한 앙심은 지난해 대선캠프 시절에 생겼다. 스카라무치는 캠프에서 가장 중요한 직책 중 하나인 선거자금 모금책을 맡았다. 이 때문에 그는 백악관 요직을 노렸지만, 정권 출범 초기 당정이 안정적으로 협업해야 한다는 필요에 따라 공화당계에 밀렸다. 공화당전국위원회(RNC) 위원장 출신 프리버스 전 비서실장과, RNC 공보국장 출신 숀 스파이서 전 대변인에 유독 예민하게 굴었던 이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플로리다 주 팜비치에서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 등과 함께 슈퍼볼 경기를 보며 환담하고 있다. © AFP=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플로리다 주 팜비치에서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 등과 함께 슈퍼볼 경기를 보며 환담하고 있다. © AFP=뉴스1 

백악관 권력의 추는 스카라무치에게로 기우는 듯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스카라무치 임명을 강행하자 스파이서 전 대변인은 이에 항명하며 사임했다. 얼마 뒤 프리버스도 전격 경질됐다. 스카라무치 주장대로 '정보 유출'이 경질 이유였다. 프리버스를 눈엣가시로 여기던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 부부도 은근히 스카라무치 편을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높은 신임을 받았던 스티브 배넌 수석전략가가 곧 밀려날 것이란 전망도 팽배했다.

하지만 존 켈리 신임 비서실장이 백악관에 들어오자 분위기는 달라졌다. 군 장성 출신인 켈리 비서실장은 권력 암투로 진흙탕이 된 백악관을 재정비하려 했다. 그는 취임 첫날인 31일 비서진들을 아침 일찍부터 불러 모아 "새로운 명령체계와 조직 규율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스카라무치에 칼끝을 겨눴다. 켈리는 대통령에게 스카라무치를 빨리 정리해야 한다고 보고했고, 이는 전격 해임 결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비서실장을 통하지 않고 대통령에게 직보할 수 있다"고 떠벌리던 스카라무치는 결국 비서실장 손에 잘린 셈이다.

켈리 실장의 군기 잡기로 백악관 내 권력 암투는 당분간 잠잠해질 것으로 보인다. NYT는 사위 제럴드 쿠슈너, 배넌 등 백악관 내 주요 인물들이 당분간 켈리를 따를 것으로 보이며 대통령도 켈리 실장을 지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카라무치는 공보국장 자리에서 해임됐지만 백악관을 떠날지, 백악관 내에서 다른 보직을 맡게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스카라무치가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트럼프 일가에 가깝고도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에 완전히 내치진 못할 것이라고 미 언론은 전했다.


yj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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