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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요? 멀리갈 거 있나요?"…서울 시민들의 이색 피서법

도심 바캉스 최적장소 '카페'…한강 다리 아래는 '텐트촌'
무더위 식힐 이벤트 다양…아이는 '물놀이' 아빠는 '단잠'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최동현 기자 | 2017-07-30 17:49 송고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30일 오후 서울시청 광장 바닥분수에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2017.7.30/뉴스1 © News1 임준현 인턴기자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30일 오후 서울시청 광장 바닥분수에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2017.7.30/뉴스1 © News1 임준현 인턴기자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된 30일 오후, 서울의 하늘은 흐린 듯 했지만 낮 최고기온이 31도까지 치솟으며 폭염이 맹위를 떨쳤다. 이미 많은 시민들이 휴가를 떠나서인지 도심은 대체로 한산한 가운데 서울 시내 곳곳에서 이색 피서법으로 휴일 무더위를 식히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오후 '연트럴파크'라고도 불리는 서울 마포구 연남동 경의선숲길에 조성된 잔디밭은 텅텅 비어 있었다. 더위에 맞서 가벼운 옷차림에 선글라스, 휴대용 선풍기로 '중무장'을 한 시민들은 잔디밭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연트럴파크를 지나쳐 골목길로 사라졌다. 궁금했다. 이렇게 잘 조성된 잔디밭을 놔두고 도대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주문하시기 전에 자리부터 잡아주시겠어요?" 연트럴파크 인근 한 카페에 들어서자 직원은 대뜸 앉을 자리부터 잡고 주문하라고 요구했다.

널찍한 카페는 3층까지 연인과 친구, 가족 단위로 카페를 찾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테이블마다 빼곡하게 들어찬 까닭에 시민들은 "여기도 자리가 없네"라며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돌리기 일쑤였다.

몇 번의 시도 끝에야 '빈자리'가 있는 카페를 찾았다. 주말을 맞아 연인과 데이트를 즐기러 왔다는 김모씨(29)는 "햇볕이 너무 뜨거워 야외에서 데이트를 즐길 엄두가 안 난다"며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카페에서 맛있는 디저트를 먹으면서 여름 데이트를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의 이번 여름휴가 계획은 '아무것도 안 하기'이다. 그렇다고 집에서만 머무는 '스테이케이션'과도 다르다. 주 6일 출강하는 학원 강사인 그는 "여자친구도 주 6일 일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 서로 몸도 마음도 지쳤다"며 "올해는 함께 여행을 가기보다 서로 휴가를 맞추고 같이 있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5년 차 회사원인 김모씨(32·여)는 7박8일의 휴가 중 5일은 온전히 '휴식'에만 쏟기로 했다. 그는 "광주광역시에 있는 본가에서 3일 동안 가족과 휴일을 보낸 뒤 다시 서울로 올라와 휴일을 즐길 예정"이라며 "특별히 여행을 갈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매일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느라 심신이 지쳤는데 비싼 경비까지 들여 여행을 가는 '사서 고생'을 하고 싶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는 "친구들과 만나 시원한 카페에서 수다를 떨며 쌓인 스트레스를 풀 계획"이라고 전했다.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한강공원 물빛광장에서 어린이들이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날리고 있다. 2017.7.3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한강공원 물빛광장에서 어린이들이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날리고 있다. 2017.7.3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그늘 한 점 없는 연트럴파크와 달리 서울 종로구 청계천 광교와 모전교 등지에서는 가족과 연인 단위의 나들이객들이 흐르는 물길에 발을 담그며 더위를 식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온몸이 흠뻑 젖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물에 뛰어들어 물장구를 치거나 고기를 잡는 어린이들,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을 피해 다리 밑에 돗자리를 펴고 여유로운 한때를 보내는 가족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10개월 된 딸아이를 데리고 와 자리를 잡은 김종은씨(32)는 "어제 남산으로 가는 길에 보니 (밤도깨비 야시장에) 푸드코트도 있고 해서 청계천에 머물다 가려고 친구 가족들과 함께 왔다"며 "비가 올 것 같았는데 비도 안 오고 해서 (야시장에 무엇이 있는지) 한 번 살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초등학생인 두 손자들을 데리고 대형서점으로 나들이를 나왔다는 김혜자씨(66·여)는 "시청 앞에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곳이 있었는데 오늘은 안 하는 것 같아서 청계천으로 더위를 식히러 왔다"며 "고기도 많고 물도 맑게 잘 조성되어 있어 아이들과 함께 오곤 한다"고 말했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목 좋은 나무 아래 텐트를 치고 '한강 피서'를 즐기는 시민도 있었다.

서울시 주최로 지난 21일 시작해 다음 달 20일까지 한달 동안 진행하는 '한강몽땅' 축제장은 물총을 들고 뛰어다니는 가족과 연인들로 가득했다.

주말을 맞아 10살 아들과 함께 한강 공원을 찾은 박모씨(46·여)는 커다란 얼음 위에 발을 올리고 찜질을 하며 물장구를 치는 아들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다음 달 4박5일 동안 휴가를 냈지만 여행은 하루만 다녀올 생각이다. 평소에는 강원도나 해외로 가족여행을 다녀왔지만 그게 더 피곤했다"며 "서울 시내에도 이렇게 휴가를 즐길 수 있는 시설과 프로그램이 잘 돼 있어 여행을 갈 필요를 못 느끼겠다"고 말했다.

어린 자녀들과 함께 얼음을 깨며 더위를 식히던 김모씨(49)도 "요즘은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좋은 행사가 가까이서 많이 열리고 있다"며 "가다가 지쳐버리는 여행을 가기보다 집과 가까운 근교에서 잠시 피서를 즐기고 집에서 휴식을 가지며 휴가를 보내고 싶다"고 전했다.

강이 보이는 잔디밭에 텐트를 설치하고 휴일 오후를 보내는 가족과 연인들도 눈에 띄었다. 텐트 안에서 친구와 함께 맥주를 마시던 한성균씨(29)는 "해가 지면 시원한 바람이 불기 때문에 미리 와서 목이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며 "친구와 치맥(치킨·맥주)을 먹으면서 피서를 보내고 있다"고 말하면서 손에 든 맥주를 들어보였다.

낮잠을 자며 쌓인 피로를 푸는 시민도 있었다. 양천구 목동에서 가족들과 함께 '한강피서'를 즐기러 왔다고 밝힌 최성수씨(42)는 "주변에서 축제도 하고 물놀이장도 있으니 이곳에서 주말을 보내려고 한다"며 "아이들을 물놀이장에 보내고 늘어지게 낮잠을 자면서 피로를 풀 수 있어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는 모기장을 친 텐트 안에서 선풍기를 튼 채 편안히 누워 낮잠을 청했다.

30일 오전 서울 마포대교 남단 아래에서 시민들이 텐트를 치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17.7.3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30일 오전 서울 마포대교 남단 아래에서 시민들이 텐트를 치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17.7.3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청계천이나 한강공원과 같은 '전통적'인 도심 피서지 대신 이색적인 피서 공간을 찾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서울 종로구 관철동 인근의 한 '얼음 테마카페' 매표소는 더위를 피하려는 방문객들이 끊이지 않았다. 1인당 1만5000원이라는 적지 않은 입장료에도 얼음 조형물, 얼음 미끄럼틀 등의 즐길거리를 찾아온 시민들이 줄을 서서 티켓을 구매했다.

여자친구와 함께 테마카페를 찾은 김민기씨(27)는 "주말에 피서할 곳을 찾다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얼음 테마파크에 대해 알게 됐다"며 "체험 공간이 다소 부족한 점은 아쉽지만 추울 정도로 시원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m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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