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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유승호 "'군주' 이전엔 불안했던 나, 이후 자신감 회복"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2017-07-23 10:05 송고
산엔터테인먼트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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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승호는 MBC 수목드라마 '군주-가면의 주인'(이하 군주)을 마치고 비로소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군주'는 유승호가 지난 2014년 12월 제대한 이후 영화 '조선마술사'와 '봉이 김선달' 이후 세 번째 도전한 사극으로 14.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자체최고시청률을 기록하며 그간 부진해 아쉬웠던 사극 흥행 성적을 만회했다. 무엇보다 '군주'는 후반부로 갈수록 미흡했던 완성도와 반복적인 러브라인 전개로 인해 혹평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극 중 세자 이선 역을 맡은 유승호의 연기력과 진가를 재확인할 수 있었던 작품이 됐다.

유승호는 '군주'에서 세자 이선이 이상적인 군주가 돼가는 과정을 그리면서도 첫사랑인 한가은(김소현 분)과의 사랑을 지켜내는 멜로 연기로도 호평을 받았다. 데뷔 18년차를 맞이한 유승호는 이번 작품에 대해 "아쉬움이 조금 더 남았다"고 털어놓으면서도 "유승호라는 배우에 대해 한 번 더 확인시켜줄 수 있는 계기였다"고도 고백했다. "준비가 안 되면 연기가 어렵다"는 그의 말에서, 세자 이선을 완성하기 위해 그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지 짐작됐다. '국민 남동생' 수식어 보다 "작품 속 캐릭터로 기억이 됐으면 좋겠다"는 그의 바람은 '군주'에서 이뤄진 것 같았다.
산엔터테인먼트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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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번 작품을 돌아봤을 때 아쉬움이 큰가, 만족감이 큰가.
A. 아쉬움이 좀 더 남은 작품이긴 하다. 배우로서 조금 더 작은 것까지 다 표현하긴 했어야 했는데 촬영이 길어지다 보니까 후반부에서 해이해지고 지친 것이 사실이었다. 표현했어야 했던 것을 잘 표현하지 않고 넘어간 적도 많았다. 그땐 정말 드라마가 흔들릴 정도라고 생각했다. 조금만 더 집중해서 잘 만들어볼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다.

Q. 제대 이후 연이어 사극을 세 편을 했다.
A. 사극을 많이 찍었다. 이번에도 사극인 데다 이전 성적이 안 좋았어서 잘 될까라는 걱정을 많이 했다. 다행히도 반응이 괜찮았다. 시청률도 잘 나왔는데 시청자 반응이 좋으면 현장 분위기도 좋아지곤 한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더 반영돼서 드라마가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 모든 상황이 일단 좋았다. 너무 착한 배우들이 함께 했고 모두 마음이 잘 맞았다.

Q. 연이어 사극을 세 편 찍은 이유가 있었나.
A. 사실 사극을 엄청 좋아해서 사극에 출연한 것이 아니었다. 멜로나 다른 장르 보다도 제가 잘할 수 있는 작품에 출연하려 했다. 용기가 없었던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서 아버지가 죽고 나서 혼자 헤쳐나가는 과정이 그려졌는데 전작 '리멤버'와 이야기가 어떻게 보면 비슷하다. 모든 일들을 나 혼자 풀어나가고 혼자 일을 헤쳐나가고 아픔을 겪는 캐릭터였다. 다른 어떤 감정들 보다도 슬픈 감정을 다루는 캐릭터에 더 공감할 수 있고, 자신있게 표현할 수 있는 편인 것 같다. '군주'가 슬픈 감정을 다루는 비중이 커서 조금 더 자신 있게 세자를 그릴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멍청하기도 하고 의미가 없던 선택이긴 했는데 다행히도 이번엔 결과가 많이 좋아서 다음 작품은 용기를 내서 다른 장르에 도전해볼까 하는 마음이 있다. 향후 몇 년간은 사극이 힘들 것 같아서 다음 작품은 무조건 현대극을 해야 할 것 같다. (웃음)
Q. 유승호가 생각하는 사극의 매력은.
A. 사극이라는 게 알고 보면 재미있고 쉽다고도 얘기할 수 있는데 정해져 있는 톤과 억양을 바탕으로 시청자들이 원하는 캐릭를 잘 만들어가면 재미있게 찍을 수 있는 게 사극 같다. 어떻게 보면 사극이어서 조금 편했을 수 있다.

Q. 유승호가 전면에 나서는 드라마이기도 하고 김소현, 엘 보다 경험이 더 많았다는 점에서 극을 이끌어간다는 부담감은 없었나.
A. 리더 역할을 굳이 자처해서 하진 않았다. 그래도 주연이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기둥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흔들리지 않으려 노력했던 것 같다. 저라도 꿋꿋하게 버텨야 다른 배우들도 힘 내서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드라마 중반부에 가서는 신현수 형과 김서경 형, 배유람 형 등이 제가 힘들어할까봐 분위기를 띄워주려고 해주셔서 굉장히 편하게 연기했다. 연기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Q. 후반부 편수회와 대립각이 긴장감 있게 그려지지 않아 다소 아쉽다는 의견이 많았다.
A. 세자 이선이 단순하게 어떤 관직 하나만을 위해 달려가는 인물이 아니었다. 이 나라의 왕이 되고자 하는데 혼자 모든 걸 해치우고 해결한다면 그게 더 현실감이 없고 재미가 없지 않을까 싶었다. 세자가 통쾌하게 악을 무너뜨리지 못한 건 사실이지만, 왕이라는 자리를 향해 달려가면서 내 편을 만들고,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왕이 되는 모습을 상상했다.

Q. 이선이 백성을 위해 왕이 되려고 한다면서 마지막회에서 대신들이 한가은을 중전으로 반대하자 돌연 왕좌를 내놓겠다고 하는 장면이 혹평을 받았다.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석하려 했나.
A. 그 장면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 부분은 연기하면서도 조금 어려웠는데 당시엔 백성들을 위한다기 보다는, 대신들이 그렇게 살려달라고 애원해서 한가은이 짐꽃환까지 먹어가며 목숨을 희생했는데, 당신들의 목숨을 살렸던 사람을 이대로 내팽개칠 수 있냐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산엔터테인먼트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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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가면을 쓰고 연기하는 부분에선 어렵지 않았나.
A. 가면 연기가 진짜 어려웠다. 초반에만 가면을 쓰고 후반엔 천민 이선이 쓰는데 눈과 입 주변을 제외하고 모두 가면으로 가려진다. 표정으로 사람의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데 눈과 입만 보이다 보니까 도저히 감정 표현이 안 되더라. 200%, 300% 더 오버해서 표출해야 가면 뒤 표정이 시청자들에게 전달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평소보다 더 오버스럽게 연기하려고 했다.

Q. 가면을 써도 눈빛 연기가 좋다는 호평을 받았는데.
A. 아버지에게 눈을 잘 물려받은 것 같다. (웃음) 제 입으로 얘기하기가 부끄럽다. 상황에 맞게 노려보거나 상대를 바라본 것 같다.

Q. '군주'의 메시지가 현 정치와 연결했을 때 어떤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봤나.
A. 세자 이선이 계속 백성을 위한다고 얘기한다. 백성이 있는 곳에 발을 두고 백성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는 말을 하는데 우리나라에 필요한 지도자를 간접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작가님의 의도가 담겨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백성이 얘기하면 들어줄 지도자가 필요한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들어주기만 해도 마음이 위로를 받을 때가 있지 않나. 그런 것을 표현하려는 작가님의 의도가 아닐까 싶었다.

Q.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A. 동굴에서 횃불을 피워놓고 죽기 일보 직전까지 간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편수회에 입단하겠다고 했던 장면인데 감정도 격해졌던 것 같다. 또 하나는 세자 이선과 한가은의 멜로신인데 아버지에 대한 진실을 말하지 못했던 내용으로, 세자 이선이 진심으로 사과하는 부분이 중요했다. 멜로에 있어서 정말 중요했던 장면이지 않았나 싶다.

Q. '군주'는 유승호에게 어떤 작품이 될까.
A. 이번 작품은 뭔가 유승호라는 사람을 다시 한 번 더 확인시켜줄 수 있었던 작품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그 전엔 사실 저조차도 저에 대해 불안하다고 느꼈다. 배우로서 덜 완성됐다고 느끼는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시청자 분들에게 '유승호라는 배우가 이렇습니다'라고 확인시켜줄 수 있었던 작품이 아닌가 싶다.

Q. 아역시절을 거쳐 일찍부터 주연배우가 됐다. 주연배우로서 느끼는 고충이 있나.
A. 딱히 없다. 현장에서 스트레스도 받지만, 푸는 것도 현장에서 푼다. 정말 부담감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만, 반대로 많은 사람들과 호흡이 잘 맞아서 좋은 작품이 나왔을 때 스트레스가 다 풀린다.

Q. '군주'를 선택했을 때는 자신감이 많이 없었다고 했는데, 종영 이후엔 연기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이 생겼나.
A. 이게 마음이 쉽지가 않다. 연기를 단순하게 흉내를 낼 수는 있지만 그걸 제 마음이 못 받아들이는 것 같다. 단순히 흉내만 내고 말도 안 되는 연기를 할 순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그런 걸 깨줄 작품이 필요하기도 했었는데 다행히도 '군주'를 하면서 자신감 회복을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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