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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④]가맹점주들의 울분…"우린 알바보다 못한 노동자"

"로열티·알바비·임대료 제하면 한달 소득 200만원 미만"
"최저임금 인상분 본사가 보전하고 로열티 비중 줄여야"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2017-07-23 07:00 송고 | 2017-07-23 11:55 최종수정
편집자주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 보다 1060원이 오른 시간당 7530원으로 인상됐지만 노동계와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들 모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자칫 '을'들간의 전쟁이 벌어질까 우려된다. 이런 현상이 임기 내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한 이 정부에서 매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도대체 어떤 속사정이 있는 것일까? 뉴스1이 노동계와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그 내막을 들여다 봤다.
17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편의점에 아르바이트 직원 채용공고문이 붙어있다. 2017.7.17/뉴스1 © News1 허경 기자
17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편의점에 아르바이트 직원 채용공고문이 붙어있다. 2017.7.17/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6.4% 오른 시간당 7530원으로 결정되면서 소상공인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잇따르는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안보다는 가맹본부 수익구조에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가맹점주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최저임금 1만원' 기조를 사실상 확정한 상황에서 아르바이트 노동자들과 대립각을 세우기보다는 가맹본부와의 불평등한 수익 구조 등에 초점을 맞춰 생존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충남 논산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양현양씨(44·여)는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최저시급뿐만 아니라 주휴수당까지 줘야 하는 게 맞지만 그것까지 주면서 (영업을) 유지할 수 있는 점포는 전국에 없다"며 "24시간 문을 연다는 게 보통 일은 아닌데 국민들은 '최저시급도 맞춰주지 못하면서 무슨 사장이냐, 문을 닫아라'라는 식으로 (점주들을) 바라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양씨는 그럼에도 '최저임금 1만원' 기조에는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양씨는 "담배 한갑이 4500원이고 냉면 한 그릇을 사먹으려 해도 6000원인데 노동에 비해 받는 최저시급이 너무 적다"며 "점주들도 노동자다. 숲을 보지 말고 나무를 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공서 주변에서 3개월째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43·여) 또한 "최저임금이 올라야 직장인들도 월급이 오를테니 1만원까지는 분명히 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한꺼번에 1만원으로 올랐어야 전국의 점주들이 들끓을텐데 덜 올랐다고 아는 점주들과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16일 서울 종로구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직원이 근무를 하고 있다. 2017.7.16/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16일 서울 종로구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직원이 근무를 하고 있다. 2017.7.16/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점주들은 가맹점이 아르바이트 비용과 임대료, 각종 광열비를 부담해야 할 뿐만 아니라 본사가 수익의 최대 60%에 이르는 로열티를 가져가는 등 수익 배분 구조가 불평등해 점주들의 매출 대비 실제 소득은 터무니없이 적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유흥가 주변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B씨는 "대형 점포라 월 매출이 7000만원 이상이고 순이익은 1600만원 이상인데도 본사가 로열티로 가져가는 돈이 월 1000만원에 이른다"며 "실제로 통장에서 입금되는 560~570만원 정도의 수입에서 아르바이트 비용 400만원을 쓰고 나면 손에 들어오는 돈은 200만원이 채 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점주도 점포에서 매일 10시간씩 근무한다는 점을 놓고 보면 최저시급도 받지 못하는 것"이라며 "본사에서는 점주들을 아르바이트생만도 못하게 부려먹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A씨 또한 "본사는 편의점 수익의 40%를 로열티로 가져가는데다 내역을 알 수 없는 소모품비, 영업비용뿐만 아니라 팔면 팔수록 손해인 아이스크림 기계까지 떠맡기고 있다"며 "한달에 아르바이트 비용으로 300만~350만원을 쓰고 임대료 110만원을 주고 나면 점주가 가져가는 돈은 없다시피하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맹점주들이 '마지노선'으로 여겼던 최저임금 기준선이 무너지자 본사에 대한 '상생 요구'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A씨는 "매출이 많을수록 점주가 수익을 더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로열티 부담이 커지는 것이 문제"라며 "본사가 인상된 최저시급을 보전해주거나 본사 로열티의 비중을 줄이는 등 대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는 점주들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양씨 또한 "힘들어도 (점주가) 2~3시간 더 근무하면 된다는 식으로 참아 왔지만 내년부터는 가게 운영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본사가 최저시급을 점주들에게 지원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뜻이 맞는 점주들이 모여 1만원씩이라도 모아서 변호사의 자문을 얻는 등 작은 모임부터 시작하려 한다"고 했다.


m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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