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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쿨파]불가촉천민은 알겠는데, 불가시천민은?

(서울=뉴스1) 박형기 중국 전문위원 | 2017-07-21 15:31 송고
코빈드 인도 대통령  © AFP=뉴스1 자료사진
코빈드 인도 대통령  © AFP=뉴스1 자료사진

신임 인도 대통령으로 람 나트 코빈드 후보가 당선됐다. 코빈드는 '불가촉천민'이라 불리는 인도의 최하층 계급 출신이다. 상대 후보였던 메이라 쿠마르 역시 불가촉천민이다. 인도 대선에서 여야 후보 모두가 불가촉천민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인도는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어 행정 실권은 총리가 행사한다. 때문에 대통령의 역할은 주로 대외 의전 부문에 한정된다. 그러나 상징성은 무시할 수 없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었던 코빈드가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 변호사가 됐고, 대통령에도 당선됐다”며 축하했다. 

한마디로 개천에서 용이 났다는 말이다. 인도는 이른바 불가촉천민도 당대에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을 정도로 ‘열린사회’인 것이다.

인도는 계급사회다. 이른 바 ‘카스트’ 사회다. 아래에서부터 수드라, 바이샤, 크샤트리아, 브라만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에도 못 끼는 계층도 있다. 이른바 아웃카스트(out-caste)다. 카스트 밖에 있다는 뜻이다. 흔히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 Untouchable)’이라고 불린다. 접촉해서는 안 되는 천민이라는 말이다. 길을 가다 어깨라도 부딪히면 재수에 옴 붙는다는 뜻이다. 
더 아래 계급도 있다. 불가시천민(不可視賤民)이다. 봐서도 안되는 천민이라는 말이다. 영어로 ‘Unwatchables’가 아니라 ‘Unseeables’다. watch는 보고 싶어서 보는 것이다. see는 보고 싶지 않아도 보는 것이다. 따라서 Unseeables는 보이지도 않아야 된다는 말이다. 실제 이들은 목에 방울을 걸고 다닌다. 불가시천민이 나가니 재수에 옴 붙기 싫으면 알아서 피해 가라는 뜻이다.

기자는 10여 년 전 인도를 취재할 기회가 있었다. 인도의 MIT라고 불리는 IIT 뉴델리캠퍼스에서 아난 시로이 학장을 인터뷰했다. 그는 “아웃카스트에게 의무적으로 25%의 쿼터를 배정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학칙이 아니라 법률”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이 학과를 잘 따라가느냐고 물었다. “1~2학년 때는 고전하지만 3학년에 가면 브라만보다 더 잘한다”고 답했다. “그들은 목숨을 걸고 공부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기자는 인구가 넘쳐 나는 인도도 이토록 알뜰하게 인재를 쥐어 짜내는 구나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이 나라의 미래가 밝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도 한때는 이처럼 계급 이동이 자유로웠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문재인 대통령을 보자. 그는 시쳇말로 ‘38 따라지’의 아들이다. 그러나 당대에 대통령이 됐다. 

그는 38 따라지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혼자의 노력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다 ‘운명’적으로 노무현을 만난 뒤 결국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됐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과연 농사꾼 아버지를 둔 시골의 명민한 아이가 당대에 최상위 계층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 일단 출세하려면 명문고나 명문대에 가야 한다. 명문고나 명문대에 가려면 학원을 가야한다. 그런데 이들은 학원을 갈 돈이 없다. 젊은 부부들은 학원비 무서워서라도 맘 놓고 애를 낳을 수 없는 형편이다. 계급 이동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말한다. 유럽이 그렇지 않느냐며 한국이 선진국이 되고 있는 증거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러니까 유럽이 2류 국으로 전락한 것이다. 미국이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계층이동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를 보자. 미혼모의 자식으로 태어나 당대에 미국, 아니 세계 최고의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인간계에 계급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는 물론 계급을 타파하자고 출발했던 공산주의 또한 지독한 계급 사회다. 자본주의보다 더 강한 ‘공산당 간부’라는 계급이 있다.

결국 인간사회에서 계급은 없을 수 없다. 이를 인정하고 들어가자. 대신 계층 이동이 자유로우면 된다. 당대에 천민에서 최상위 귀족으로 발돋움 할 수 있는 ‘통로’는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어야 한다. 아니 개천에서도 용이 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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