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부산지하철 여성배려칸 시행 1년…관리 허술 '유명무실'

"필요하다 vs 불필요하다" 여전히 논란

(부산ㆍ경남=뉴스1) 박기범 기자 | 2017-07-21 11:55 송고 | 2017-07-21 14:02 최종수정
21일 오전 부산지하철 1호선 5호칸에 마련된 '여성배려칸'에 남성과 여성이 함께 탑승해 있다. 2017.7.21/뉴스1 © News1 박기범 기자
21일 오전 부산지하철 1호선 5호칸에 마련된 '여성배려칸'에 남성과 여성이 함께 탑승해 있다. 2017.7.21/뉴스1 © News1 박기범 기자

부산지하철 1호선의 '여성배려칸'이 시행된 지 1년이 넘었지만 부산교통공사의 관리 허술로 당초 취지를 벗어나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여기에 시행초기부터 '필요성'을 놓고 이어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21일 오전 8시 회사로 향하는 출근길, 부산지하철 1호선 5호칸은 ‘여성’이란 문구로 가득한 핑크색 안내표로 꾸며져 있다. 이곳은 여성만 탑승 가능한 ‘여성배려칸’이다.

부산교통공사는 지난해 6월 22일부터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4시간 동안 임산부, 영유아 및 어린이 동반 여성 등 여성고객의 도시철도 이용편의 제공을 위해 부산지하철 1호선 5호칸을 ‘여성배려칸’으로 운영하고 있다.

여성배려칸이란 이름답게 이 시간 동안엔 여성만 탑승하는 게 원칙이다. 다만 강제성이 없어 남성도 탑승해도 제재받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서울 지하철이 1992년과 2007년, 2011년 세 차례 시행했지만 현재는 운영하지 않고 있다. 대구 지하철도 2013년 추진했지만 결국 시행되지 못했다.

여성에 대한 지나친 배려와 남성혐오를 조장한다는 '비판'과 성추행, 몰카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증가함에 따라 필요하다는 '옹호'가 동시에 터져나오며 논란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부산지하철 여성배려칸 시행 초기 일부 남성중심 커뮤니티니 소속 회원들은 부산지하철에서 1인 시위에 나서면 교통공사를 비판했고, 지하철 탑승자들 사이에서도 필요성에 대한 의문에 제기되기도 했다.

공사는 시행초기 역사에 안내원을 배치하고, 지하철 보안관을 여성배려칸에 집중 배치해 남성들을 다른 칸으로 안내했지만, 일부 남성들은 이동을 거부했다.

시행 첫 날 뉴스1이 만난 한 남성은 "이 칸에 탑승해야 출퇴근 및 환승이 가장 원활하다"며 "굳이 다른 칸으로 옮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답했다.

그날 한 직원은 "갑자기 뛰어드는 사람들, 빠른 환승을 위해 특정 열차칸을 선호하는 승객들의 반발이 많다"며 "안전문제와 생활패턴과 연계돼 있어 지도가 어렵다"고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22일 부산도시철도 1호선 전동차가 승객이 많이 이용하는 출퇴근 시간대에 임산부, 영유아 및 어린이를 동반한 여성을 배려하는 취지의 '여성배려칸'을 시범 운행하고 있다. 2016.6.22/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지난해 6월 22일 부산도시철도 1호선 전동차가 승객이 많이 이용하는 출퇴근 시간대에 임산부, 영유아 및 어린이를 동반한 여성을 배려하는 취지의 '여성배려칸'을 시범 운행하고 있다. 2016.6.22/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1년여가 지난 21일 오전. 여성배려칸은 시행초기와 별다를 바 없었다. 여성이 남성보다 조금 많은 수준으로 '여성배려칸' 안내판이 없었다면 전용칸임을 알기 힘들어 보였다.

일부 남성들은 복잡한 출근길 속에서도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상태에서 스마트폰을 보며 여유로운 출근길을 갖고 있었다. 여성들은 여성배려칸에 탑승한 남성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모습이었다.

연산역, 서면역 등 부산시내 주요 환승역에서 5호칸을 기다리던 긴 줄 사이에는 남성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시행 초기 여성배려칸 내 남성들을 다른 칸으로 안내하며 제도 정착에 힘쓴 직원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보안관분들의 탑승인원 보고를 보면 13~15% 정도 남성이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면서도 "출퇴근 시간 열차가 늘어나기 때문에 보안관들이 모든 열차에 탑승할 수 없다"고 말해 공사통계의 한계를 드러냈다.

이날 만난 부산시민들의 여성배려칸에 대한 평가는 '필요하다'와 '필요없다'로 극명하게 나뉘었다.

여성배려칸에 탑승 중이던 이모씨(22·여)는 "여름이 오면서 옷차림이 가벼워졌는데, 다른 칸보다 여성배려칸에 탑승할 때 더 편안함을 느낀다"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정구씨(77·남)는 "여성에 대한 배려는 나쁘지 않다"며 "짧은 시간 운영되는데 그 정도는 괜찮다"고 말했다.

반면 최한솔씨(24·여)는 "여성배려칸에 여성을 배려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남녀를 분리하는 것은 배려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최씨는 "근본적인 문제해결책을 찾아 남녀가 함께 살 수 있는 방안이 가장 중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중앙역으로 출근하던 김모씨(34)는 "남성을 범죄집단으로 여기는 것 같아서 불쾌하다"며 "기분이 나빠서 여성배려칸에 탑승하지 않지만 이 같은 제도가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여성배려칸은 안내하는 안내판 © News1 
여성배려칸은 안내하는 안내판 © News1 



pkb@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