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여자오픈 골프 대회에서 아마추어로 참가해 준우승한 최혜진 선수가 20일 오전 부산 동래구 학산여자고등학교를 찾아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7.20/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 무대에 오른 겁없는 여고생이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US여자오픈 대회를 한바탕 뒤집었다.
반세기 만에 US여자오픈 대회에서 아마 출신으로 우승을 거머쥘 뻔한 그는 학산여고 3학년 최혜진양(18).최 양은 이날 모교에서 진행된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경기 때 보여준 진지한 표정과 달리 쑥스러워하면서도 앳된 미소를 지었다. 영락없는 여고생다운 모습이었다.
이날 준우승을 거머쥐고 학교 교무실을 먼저 방문한 최 양 주위에는 교사와 교직원, 학생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종이와 교복, 모자에 사인을 받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아마추어 신분으로는 두 번째 US여자오픈 출전이었지만 최 양은 이미 국내 아마추어 가운데 무서운 실력자로 정평이 나 있었다. 특히 오는 8월 31일 강원 춘천에서 개막하는 KLPGA 5대 메이저 투어 한화클래식에 참가해 프로전향을 공식 밝힐 것으로 예상돼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2일 강원도 평창군 버치힐CC에서 열린 초정탄산수 용평리조트 오픈에서 최혜진이 우승을 확정지은 후 동료 선수들의 물세례를 받고 있다.(KLPGA) 2017.7.2/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
그는 지난 18일 새벽 입국한 이후 끊임없이 이어지는 인터뷰 요청과 주변의 관심에 피곤할 텐데도 의연하게 한 사람 한 사람 웃는 얼굴로 대했다.
힘들지 않느냐는 물음에도 수줍은 미소와 단단한 눈빛으로 어림없다는 듯 표정을 지었다.
최 양은 최종 4라운드 15번홀까지 우승후보와 공동선두를 달리면서 손에 땀을 쥐게 했지만 16번 홀에서 티샷이 해저드에 빠지면서 우승에서 멀어지게 됐다.
이를 두고 '가장 아쉬웠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도 '평소에 더욱 신경쓰고 연습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스스로 지적하기도 했다. 다음은 최혜진 양과의 일문일답.
US여자오픈 골프 대회에서 아마추어로 참가해 준우승한 최혜진 선수가 20일 오전 부산 동래구 학산여자고등학교를 찾아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7.20/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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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프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그때 10살이었다. 아빠를 따라서 처음으로 골프장에 가게됐다. 처음 들어섰을 때 '여긴 어디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든 것이 생소했다.
― 자신이 골프에 소질이 있다는 사실은 언제부터 알았나?
▶사실 스스로는 골프에 소질이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아버지가 소질을 발견한 것 같다. 오빠랑 나를 두고 둘 중에 골프에 입문시키려 했는데 오빠는 운동을 싫어했다. 그런데 나는 저녁마다 한두 시간씩 태권도를 배울 정도로 운동을 좋아하다보니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하게 됐다. 태권도는 골프를 하고나서부터는 자연스레 그만두게 됐다. 아버지가 워낙 골프를 좋아했다.
―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어떤 분인지 궁금한데?
▶칭찬보다는 쓴소리를 많이 하시는 편이다. 그래도 안그런 척하면서도 챙겨주신다. 그게 느껴진다. 서로 성격이 비슷하다. 밀어붙일 때는 밀어붙이기도 하고 또 금방 훌훌 털어버리는 점이 그렇다. 닮아서 오히려 부딪힐 때도 있다. 그래도 다시 또 맞춰가려고 노력한다.
― 취미 생활은 있는지 궁금하다. 평소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
▶차를 타고 이동할 때 음악 듣는 걸 좋아한다. 주로 영화나 드라마 OST, 발라드 같은 조용한 음악을 즐겨 듣는다. 시간이 날 때 노래방을 가기도 한다. 골프팀 친구들끼리 갈 때도 있지만 혼자 코인노래방에서 한시간씩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이번 LPGA투어 US 여자오픈 대회 참가하면서 우승 욕심도 있었을텐데,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했나?
▶US 오픈대회 참가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기회다. 좋은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뒀는데 좋은 성적이 나와서 기뻤다.
― US오픈대회 경기 초반, 중반, 후반…라운드 거칠 때마다 성적이 잘 나오면서 갈수록 마음가짐이 달라졌을 것 같다.
▶아무래도 어떤 경기든 참가하는 것 자체가 1등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성적이 잘 나오고 해서 우승욕심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우승보다는 최대한 나다운 플레이로 좋은 모습을 만들어가고 싶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다. 3,4라운드 때 더 잘하려고 하거나, 긴장을 해서 흔들렸던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더욱 실수를 안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 실수했지만 굴하지 않고 18번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면서 무섭게 따라잡지 않았나.
▶아무래도 우승 경쟁을 하고 있었는데, 16번홀에서 실수가 나면서 우승이 멀어지게 됐다. 그 부분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사소한 실수로 벌어진 일이었기에 평소에 더욱 연습해야 할 것 같다. 중요한 상황이었는데 그런 실수가 나왔다는 게 나로서는 너무 아쉬웠다. 울지는 않았다.
―키에 비해서 비거리가 굉장히 좋다는 평을 듣는다. 비결이 있나?
▶어릴 때부터 스윙에 신경쓰기보다는 거리를 내려고 노력했던 게 지금까지 좋은 성적을 내고 더 멀리 칠 수 있었던 이유인 것 같다. 일단 거리가 조금이라도 더 나가면 그 다음 샷이 편해진다. 어릴 때부터 일부러 무거운 골프채를 들고 스윙연습을 하기도 하고 파워를 많이 키우려고 노력했다. 특별히 다른 비결은 없다. 가리는 것 없이 잘 먹고 훈련에 더욱 열심히 임한다.
US여자오픈 골프 대회에서 아마추어로 참가해 준우승한 최혜진 선수가 20일 오전 부산 동래구 학산여자고등학교를 찾아 후배에게 꽃다발을 받은 후 포옹을 하고있다. 2017.7.20/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
― 고등학교 3학년이다. 대학진학도 고민중일 텐데?
▶대학을 고민중이긴 하지만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요즘 골프대표팀 친구들과도 진로고민에 대해 이야기는 나눈다. 다른 친구들은 연세대 또는 고려대를 가고 싶어 한다. 나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 지금의 목표가 있다면?
▶내년 KLPGA 루키로 시합에 참가하게 되는데, 신인왕을 목표로 두고 있다. 기억에 남는 루키가 되고 싶다. 최후 목표는 박세리, 박인비 선배님처럼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다.
― 앞으로 골프선수로서 각오와 결의를 말해달라.
▶아직 아마로 시합에 임하게 돼서 좋은 성적을 내더라도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긴장하지 않고 두려움 없이 경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냐'라고 많이들 이야기한다. 프로전향하면 아마 때와 관계없이 나의 플레이 자체가 공격적이고 피하지 않는 스타일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 프로에 가서도 잘하는 모습으로 모두에게 인정받는 선수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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