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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그러들지 않는 트럼프의 "몸매 좋다" 발언 파문

호주 외무장관 "왜 똑같이 대응 안했을까 궁금"
외교관계 고려해 더 이상의 언급은 회피

(서울=뉴스1) 김윤경 기자 | 2017-07-17 18:08 송고
줄리 비숍 호주 외무장관(왼쪽)이 지난 6월 5일(현지시간) 시드니에서 열린 장관급 회담에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오른쪽)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FP=뉴스1
줄리 비숍 호주 외무장관(왼쪽)이 지난 6월 5일(현지시간) 시드니에서 열린 장관급 회담에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오른쪽)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FP=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통상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미국 대통령은 분명 아니다. 사업가 출신으로 정치 경력이 거의 없고 자기 자신이 '기준'인 까닭에 공화당도 거의 울며 겨자먹기로 지지해준 경우라 볼 수 있다.

취임 이후엔 당연히(?) 더 마음가는대로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성들과 관련한 발언이나 행동에서도 그런 경우를 많이 보여왔다.

최근 선출된 레오 바라드카르 아일랜드 총리와의 전화 통화를 할 때는 이례적으로 백악관에 출입하는 아일랜드 기자들을 집무실에 불렀다.

통화를 하던 중 트럼프 대통령은 아일랜드 여기자 한 사람에게 손짓으로 자신에게 가까이 오라고 했고, 의아해 하면서도 미소를 띠며 다가간 이 기자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아름답게 웃고 있다"면서 아일랜드 총리에게도 잘 할 것 같다는 식으로 통화했다. 전체 분위기는 훈훈하게 끝난 것 같았지만 이 여기자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엉뚱했다"며 불쾌감을 표했다.

가장 최근 여성에 대한 제멋대로 매너는 지난 13일(현지시간) 프랑스 대통령 부부와 만난 자리에서였다. 프랑스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 내외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내외와 만났고 함께 사진을 찍는 자리에서 프랑스 영부인인 브리짓 마크롱을 위아래로 훑어본 뒤(취재한 기자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전한 것) "당신 몸매가 좋다. 아름답다!"(You're in such good shape...beautiful!)고 했다.

13일(현지시간) 프랑스 군사기념시설인 앵발리드(Les Invalides)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내외(왼쪽 두 명)과 에마뉘엘 마크롱 내외(오른쪽 두 명) 여기서 트럼프 대통령은 브리짓 마크롱 프랑스 영부인에게
13일(현지시간) 프랑스 군사기념시설인 앵발리드(Les Invalides)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내외(왼쪽 두 명)과 에마뉘엘 마크롱 내외(오른쪽 두 명) 여기서 트럼프 대통령은 브리짓 마크롱 프랑스 영부인에게 "몸매가 좋다"는 인사를 해 물의를 빚었다. © AFP=뉴스1


사진 촬영을 위해 자리를 잡던 참이었고 공식적인 자리에서 어떻게 반응할지 생각하기란 프랑스 영부인에게 쉽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되나 어쨌든 영부인은 어떤 반응도 하지 않았다.  

호주 ABC 방송 진행자는 줄리 비숍 호주 외무장관이 출연하자마자 같은 식의 말을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이고 있는 여성관이나 반응들에 대한 평가를 듣고자 했던 것 같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줄리 비숍 외무장관이 스튜디오에 들어서자 방송 진행자는 "당신 몸매가 좋습니다. 어떻게 그런 몸매를. 아름답습니다"라고 인사를 대신했다. 분명히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원용한 것이다.

그리고 나서 바로 "이 말이 당신을 우쭐하게 했습니까, 아니면 불쾌하게 했습니까?"라고 물었다.

줄리 비숍 장관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될 수도 있지만 망설이지 않고 "깜짝 놀랐다"(I'd be taken back)고 대답했다. 그리고선 바로 "왜 그(브리짓 마크롱)가 똑같이 대응해주지 못했을까 궁금하다"고 했다. 그러니까 성적인 모욕이 될 수도 있는 발언을 던진 이에게 그 모욕감을 돌려주거나 사과를 요구하는 식의 반응을 보였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한 이야기가 길어지자 외교의 수장인 외무장관인지라 비숍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화에 대해 말하러 나온 것이 아니라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라고 선을 그었다. "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에 대해서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다"고도 했다.

특히 미국과 호주는 정보를 교환하는 등고 특별한 외교 관계를 맺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 중의 하나. 대통령의 실언이든 여성관의 문제이든 그런 것을 논해서 외교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다는 말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똑같이 대응했어야 한다"는 비숍 장관의 즉각적인 답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영부인에게 "몸매 좋다"는 말을 한 것이 부적절했다는 것은 코미디언이자 TV쇼 진행자인 지미 키멜이 지난주 방송에서 "오직 도널드 트럼프만이 그렇게 자유분방한 사람이 파티를 진행하는 식으로 전 세계 리더들을 만날 수 있다"고 지적한데서도 나타난다. 리복 역시 이를 비꼬는 광고를 만들었다. "몸매가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어떤 때인지를 찾는 선 긋기 퀴즈 형식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숍 장관의 발언에 대해서 어떤 반응도 하지 않고 있다.


s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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