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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의 전면 부인 박근혜, 靑 '캐비닛 문건'에 발목 잡히나

문건 작성자 확인이 증거 채택 여부 핵심 열쇠
靑 문건, 박근혜·이재용 재판에 영향 불가피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2017-07-17 16:30 송고 | 2017-07-17 17:23 최종수정
지난 14일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긴급 브리핑을 열고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본관 재배치 중 한 캐비닛에서 이전 정부 민정비서관실 생산 문서를 발견했다"며 300종에 육박하는 문건을 발견한 경위와 문건 성격 등을 설명했다. (청와대) 2017.7.14/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캐비닛에서 무더기로 발견된 박근혜 정부 당시 생산된 문건이 현재 진행 중인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사건 형사재판의 증거로 채택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청와대가 밝힌 문서 300여건에는 삼성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민감한 내용을 담고 있는 문서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형사재판에서 특정 문건이 증거로 쓰이려면 형사소송법상 증거법칙에 따른 증거능력이 인정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해당 문건의 작성자와 결재자를 확인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진단한다. 이 때문에 아직까지 해당 문건들이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재판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단언할 수는 없는 상태다,

◇ 문건 작성자·결재자 확인 여부에 따라 직접 증거채택 가능성 엇갈려

전문가들은 청와대가 발견한 문건의 성격에 집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14일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문건 발견 사실을 브리핑하며 '생산'이라는 표현을 쓴 것에 주목한다. 
공공기관의 문서 '생산'은 단순히 소속 공무원이 해당 문건을 작성하는 것만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일반 행정기관 문서 생산의 통상 절차에 따르면 공무원이 해당 문건을 기안하고 이를 전산시스템 등에 등록해 공식 작성기록을 남기는 순간부터 문서 생산 번호가 부여된다.

즉 문서를 만든 공무원이 자신이 만든 문건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가지고만 있는 경우에는 문서가 '생산'됐다는 표현을 쓸 수 없다는 얘기다.

박 대변인이 '생산'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만 놓고 보면 해당 문건이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이 경우 문건 작성자가 법정에 직접 출석해 해당 문건이 조작이나 위변조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진술하면 해당 문서의 '진성성립'이 이뤄진다. 재판부는 해당 문서가 작성자의 법정 진술에 따라 진정한 문서로 인정되면 문서 작성의 ‘임의성’ 즉 외부의 강압 등이 없는 상태에서 자유롭게 작성한 것인지를 따져 ‘증거능력’ 인정여부를 결정한다. 

문제는 청와대와 같이 민감 사안이나 중요 정보를 다루는 기관은 종종 '비밀유지'를 위해 문서 생산과 보고 결재 등의 사안을 전산시스템에 등록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대외비 문건은 시스템에 등록하지 않고 기안자가 종이 서류로 출력해 보고와 결재를 거치는 형식으로 관리된다. 이렇게 시스템 상의 기록이 아닌 결과물인 ‘문서’만 남아있는 경우는 문건 작성자가 누구인지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전산 등록되지 않고 서류로만 남아있을 것으로 보이는 해당 문건에 작성자나 결재권자가 드러나 있지 않고 단지 문서 형식상 공무원이나 청와대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수준에 그칠 경우 재판에 직접적인 증거로 채택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문건 작성자가 해당 문건의 진정 성립을 인정해 줄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형사소송법상 ‘전문법칙’의 벽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 캐비닛 문건 작성자 못 밝혀도 ‘탄핵증거’ 활용 가능성 높아

일각에서는 민정수석실 캐비닛에서 발견된 문건의 작성자를 밝혀내지 못하더라도 해당 문건들이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재판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현재까지 진행된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 측은 자신에 대한 범죄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삼성과의 관련성 등을 인정하지 않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박 전 대통령이 삼성과의 관련성을 강하게 부인해 왔기 때문에 이번에 발견된 해당 문건들이 결정적 '탄핵증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탄핵증거’는 법정에서 소송 일방이 주장하는 내용이 사실이 아니거나 신빙성이 없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말한다.

형사소송법 318조의 2(증명력을 다투기 위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는 서류나 진술이라도 피고인 진술의 증명력을 다투기 위해 증거로 할 수 있다고 정해 증거능력이 없는 서류나 진술도 직접 증거가 아닌 ‘탄핵증거’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은 열어두고 있다.

청와대가 공개한 문건에는 삼성과 관련된 문서가 다수 포함돼 있다. 청와대는 해당 문건들이 △삼성경영권 승계 국면→기회로 활용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도와줄 것은 도와주며 삼성이 국가경제에 더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방안 모색 △삼성의 당면과제 해결에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대응 △금산분리 원칙규제 완화 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고 발표했다. 

해당 문건들 가운데 지난 정권과 삼성그룹과의 관련성을 인정할 만한 내용이 확인된다면 지금까지 박 전 대통령 측이 삼성과의 관련성을 부인하며 재판에서 해 온 주장들은 신빙성을 잃을 수 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문서 상으로는 작성자와 결재자 등을 확인할 수 없는 상태에서 굳이 문서 '생산'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배경에는 박근혜정권의 '청와대 개입'을 우회적으로 강조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지금까지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이나 이 부회장 측이 계속해서 주장한 내용에 반대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문건이 나올 경우 비록 '탄핵증거'일지라도 재판부의 유무죄 심증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분석된다.[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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