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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가신에게 당한다" 비판에 빙그레 웃은 이재용

7시간 일갈…"삼성, 잘 모르거나 거짓말하고 있거나"
"삼성 금융지주 전환 계획, 국민 무서워하지 않은 것"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윤수희 기자, 이유지 기자 | 2017-07-14 22:33 송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News1 신웅수 기자

'삼성 저격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법정에서 삼성그룹이 추진한 금융지주회사 전환 계획에 대해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 위원장의 지적과 덕담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이 살짝 미소를 짓는 일도 있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14일 열린 이 부회장에 대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특검에서 삼성이 금융지주회사 설립 방식으로 '삼성물산' 대신 '삼성생명' 방식을 추진했다는 걸 듣고 많이 놀랐다"고 말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삼성은 오너 일가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2013년부터 지주회사 체제로 바꾸려 했다. 이 경우 이 부회장은 지주사 한 곳의 지분만 갖고 있으면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다.

이에 특검은 삼성 측이 금융계열사의 경우 기존의 삼성생명을 둘로 분리해 하나는 전체 금융계열사를 지배하는 '지주회사(투자부문)'가 되고, 다른 하나는 종전의 생명보험업만 유지하는 '사업회사(사업부문)'로 인적 분할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고 본다.

김 위원장은 "삼성물산은 일반 회사라서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려면 주주총회 결의를 거치면 된다"며 "하지만 금융사인 삼성생명은 주주총회 결의에 금융감독기관의 동의와 보험계약자의 허락까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산 분할 방식은 법적 논란 가능성이 작지만 돈이 많이 들어가 이 부회장의 지분율이 떨어지고, 생명 분할 방식은 돈은 적게 들어가지만 법적 논란이 크다"고 부연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많은 사회적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물산이 아니라 생명을 직접 분할하겠다는 계획서를 감독당국에 제출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삼성이 너무 무리하게 추진한다'는 생각을 했다"며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물산 방식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래전략실 의사결정권자들이 오직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높이는 방향으로만 문제를 풀려고 한 게 원인"이라며 "거기서 발생하는 사회적·법적 논란은 경제력을 이용한 방법으로 해결하려 한 게 아닌가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더 놀랐던 건 삼성생명이 현금 3조원을 지주사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특검이 확보한 삼성 측 계획안의 핵심은 '지주회사'가 분할 전 삼성생명으로부터 금융계열사지분(5조9000억원)과 현금(3조원)·자사주(2조1000억원) 등 11조원을 이전받는 것이었다.

삼성생명이 현금 3조원을 지주사로 이전할 경우, 기존 보험가입자들이 낸 보험금으로 자사 계열사를 지원하는 모양이 되기에 법 위반 소지가 크다. 금융위원회가 삼성생명의 지주 전환을 끝내 허가하지 않은 이유도 이런 보험가입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어서였다.

김 위원장은 "삼성이 국민이나 보험가입자를 무서워하지 않는 것까진 이해했지만, 과연 감독당국까지 이 계획을 승인해줄 것으로 생각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 News1 민경석 기자

김 위원장은 삼성 측이 삼성생명의 지주사 전환에 대해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자기자본을 확보해 새로운 국제 보험회계기준(IFRS4)을 충족시키려는 목적'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이런 주장을 삼성에서 하고 있다면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며 "잘 몰라서 그렇게 말하거나 아니면 재판부를 속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금융그룹은 개별 회사가 자본 적정성을 충족하고 있는지만 보면 안 된다"며 "오늘날 금융 환경에선 개별 회사가 그룹에서 독립되지 않기에 전체 그룹을 통합 감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 측 주장대로 모회사가 자회사에 출자한다고 해도 그룹 안에서 보면 자본 적정성은 아무 변화가 없다"고 반박했다.

김 위원장은 '삼성이 경제력을 오남용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삼성은 놀라운 성과를 낸 기업이지만 성공의 역설에 빠진 것이 아닌가 한다"며 "이 부회장의 옆에서 아버지의 가신들이 사실을 왜곡하고 올바른 판단을 할 기회를 앗아간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고인석의 이 부회장은 이 말을 들은 순간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일이 터지고 난 뒤 수습하는 다른 그룹과 달리, 삼성은 사전에 모든 가능성을 틀어막는 독특한 방식으로 일하는 유일한 그룹"이라는 김 위원장의 지적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흥미롭다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김 위원장을 바라봤다.

김 위원장은 "이 부회장이 최근 자사주 30%를 소각한 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그가 나중에 자유로운 신분이 돼 경영상 판단을 하게 됐을 때 제가 말한 방향으로 간다면 자신과 삼성과 나라에 도움이 될 것이며 그렇게 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입가에는 처음보다 큰 미소가 번졌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2시20분부터 저녁 9시20분까지 7시간 동안 증언을 마치고 법정을 나섰다. 특검 측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시급했기에 미래전략실이 승계작업에 속도를 낸 것이 오늘 증언으로 확인됐다"고 평했다. 삼성 측은 "김 위원장은 자신이 직접 경험한 내용이 없고 정확한 사실을 모르는데 추측·단정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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