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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사칭 학생회비 가로채 여대생 울린 보이스피싱 일당 검거(종합)

학생회비 1900만원 등 5억 챙겨
교도소 동기로 구성…경찰 "중국·한국 총책 추적"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한재준 기자 | 2017-07-13 18:20 송고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젊은 20대 여성만 골라 접근해 검사와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하고 5억원이 넘는 거액을 가로챈 보이스피싱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구로경찰서는 지난 5월부터 6월까지 전국을 돌아다니며 20대 여성 29명에게 접근해 검사나 금감원 직원을 사칭하고 '예금을 보호해 주겠다'고 속이는 방법으로 총 5억2400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오모씨(23)등 보이스피싱 일당 6명을 구속하고 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오씨 일당은 중국에서 걸려온 보이스피싱 전화에 속은 20대 여성 29명에게 접근, 본인을 검사나 금감원 직원이라고 사칭하고 조작된 서류를 내밀거나 윽박지른 뒤 피해자 1명당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현금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오씨 일당은 21~23세의 청년들로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이거나 교도소 수감 동기로 구성됐다. 전과 6범에서 전과 11범의 전력을 가진 이들은 특별한 주거지 없이 거처를 전전하다가 유흥비를 마련할 목적으로 범행에 가담했다.

유명 채팅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중국에 본거지를 둔 보이스피싱 조직과 접촉한 일당은 피해금의 6~8% 상당을 대가로 받는 조건으로 범행에 가담했다. 이들 중 2명은 같은 죄로 수형생활을 마친 뒤 지난 5월에 출소하자마자 다시 범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중국 총책은 콜센터를 운영하면서 한국의 피해 여성들에게 전화를 걸어 "명의도용으로 인한 범죄에 연루됐다"고 겁을 준 뒤 준비해둔 가짜 검찰청 사이트로 유도했다.

피해여성들은 조작된 검찰청 사이트에 접속해 자신의 인적사항이 등록된 것을 확인한 후 검사를 사칭한 일당과 통화하면서 자신이 처벌받을 수 있다고 믿게 됐다.

중국 총책이 보이스피싱을 당한 여성들에게 '현금을 인출해오라'고 유인하면 한국 보이스피싱 총책이 나섰다. 한국총책이 오씨 일당에게 피해여성을 만날 시간과 장소를 알려주면 오씨 일당은 인력공급책, 감시조, 현금수거책으로 역할을 나눈 뒤 피해여성에게 접근했다.

감시조는 현장에 경찰이나 수사기관이 없는지 살핀 뒤 직접 피해여성을 만나 현금을 건네받는 현금수거책을 감시하는 역할을 했다.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고 피해 여성을 만난 현금수거책은 검사나 금감원 직원을 사칭하면서 조작된 금감원 서류를 내밀었다. 의심하는 여성에게는 '처벌당하고 싶으냐'며 윽박지르기까지 한 이들은 한 건당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현금을 건네받았다.

피해자 중에서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이문캠퍼스의 한 단과대학 학생회에서 교비와 운영비를 관리하던 A씨도 포함됐다.

A씨는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검 검사를 사칭한 오씨 일당에게 속아 통장에 있던 1900여만원을 인출해 서울 강남구 수서역에서 기다리고 있던 남성에게 건넸지만 다시 돌려받지 못했다.

이들은 경찰조사에서 '20대 여성이 같은 나잇대의 남성보다 결혼준비금 등 목돈을 더 많이 가지고 있고, 법률지식이 부족하거나 윽박에도 잘 넘어갈 것으로 생각했다'며 '젊은 여성만 골라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일당은 범행 대가로 받은 이익금 대부분을 유흥비로 탕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지난 6월7일 일당 중 한 명인 오씨를 검거해 구속한 후 보강수사를 거쳐 지난 5일까지 일당 7명을 모두 검거, 6명을 구속해 검찰에 넘긴 상태다. 나머지 1명은 이미 다른 경찰서에서 같은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오씨 일당이 10억원여의 피해금을 가로챘다고 자백했지만 현재까지 파악된 금액은 5억원에 불과하다"며 "더 많은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피해규모를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들에게 지시를 내린 중국 총책과 한국 총책, 일명 '환전소'라 불리는 현금 수거책을 추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dongchoi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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