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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원의 탐식 수필] 조식, 여행지의 로망 위에 올라간 작은 덤

이국적 식탁 위에 오른 보편적 삶의 이야기

(서울=뉴스1 ) 김수경 에디터 | 2017-07-13 08:00 송고
편집자주 정상원 셰프의 세계 여러 나라 미식 골목 탐방기를 연재한다. 정상원 셰프는 프랑스 가정식 레스토랑 '르꼬숑'의 오너 셰프이며 신구대학교 외식경영서비스 겸임교수로 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국경 마을 푼다웅(fundaõ)에서의 조식. 아직까지 귀족 모자가 살고 있는 이곳 고성의 조식은 무화과 정원을 산책 한 후에 시작된다.© News1

길이 멀수록 도착의 시간은 늦어진다. 숙소의 낯섦 속에서도 여독은 몸에 대한 우직한 충심으로 단잠을 재촉한다.

아침의 소리. 창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낯선 스펙트럼의 사이렌 소리와 각양각색의 언어들이 뒤섞여 있는 도시의 러시아워이거나 처음으로 들어보는 아침을 여는 새소리일 수도 있다.

침대에서 몸만 빠져나와 마주한 조식은 끼니라기보다는 바뀐 환경을 확인하고 즐기는 첫 의식이다.

공간은 선형적으로 펼쳐져 있어 여행한 거리만큼 이격이 분명하지만, 시간은 매일을 순환하기에 아침이면 그대로 제자리에 돌아와 있다. 멀리 떨어진 공간과 다시 돌아온 시간 사이를 메워주는 것이 여행지 문화와의 첫 조우, 조식이다.  

상파뉴 직역의 샤토 에토즈(château d’étoges). 조식으로 상파뉴의 샴페인 한 잔을 마실 수도 있다.© News1

크루아상과 카페 알롱제, 파리지엥의 아침 식사 프티 데주네

지역마다 가장 편안한 메뉴로  조식을 구성한다. 프랑스에서는 프랑스의 파이인 퀴시와 빵이, 스페인에서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오믈렛 토르티야, 영국에서는 베이컨과 계란 헤시 브라운, 독일에서는 그 유명한 햄과 소시지가 바쁜 아침을 든든히 책임진다. 

모든 영양소를 눌러 만든 시리얼과 아침의 우유 한 잔은 누군가의 노랫말처럼 농사꾼의 고봉밥을 대신해 한국의 대표적인 아침식사가 되었다.

크루아상의 부드러운 속살이 버터를 머금고 커피 한 잔의 향기가 채워지면 가장 프랑스 다운 아침 프티 데주네가 차려진다.© News1

프랑스의 아침 식사를 대표하는 크루아상

사실 크루아상은 프랑스 국적을 가진 음식이 아니다. 서구의 많은 나라에서 사랑받는 크루아상인 만큼 그 역사에 관해 많은 설이 내려온다.  

오스만제국이 유럽을 침공하던 시대, 땅굴을 파 오스트리아를 공략하던 오스만 군대의 지하 작업 소리를 빵을 만들던 제빵사가 조용한 새벽에 듣게 되고 이를 알아차린 오스트리아는 오스만 제국의 침공을 막아냈다고 한다.

이 공을 높이 산 왕은 제빵사에 세상을 내리게 되고 영리한 제빵사는 초승달 모양의 빵에 대한 특허권을 가지게 된다. 오스만의 상징인 초승달 모양의 크루아상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 후, 오스트리아의 공주 마리 앙투아네트가 프랑스 앙리 16세의 왕비로 정략결혼을 하게 됐고, 그녀가 고향을 그리며 엘리제궁의 요리사에게 크루아상을 만들게 하면서 크루아상이 프랑스에 전해졌다.

프랑스인이 가장 사랑하는 빵을 전해준 마리는 단두대의 눈물로 화했고, 아직까지도 이슬람의 몇몇 나라에서는 오스만을 패전을 조롱하는 모양을 가진 크루아상의 판매가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크루아상(croissant)과 카페 알롱제(café allonge) . 크루아상은 버터와 커피의 향을 물들이기에 딱 알맞은 도화지이다.© News1

프랑스인에게 크루아상이 사랑받는 이유는 층층이 쌓인 페이스트리 속살이 버터를 부드럽게 머금기 때문이다. 갓 구워진 따뜻한 크루아상과 고소한 버터, 그리고 거기에 향을 더하는 프렌치 프레스 커피 한 잔을 사랑하지 않는 프랑스인을 없을 것이다.

지중해의 프랑스 섬 코르시카(corse)의 조식. 다양한 퀴시(quiche, 파이)가 주를 이룬다.(왼쪽) 지중해의 태양을 품은 시트러스 과일 주스는 초록의 바다와 원색의 대조를 이룬다.(오른쪽)© News1

이불을 개지 않을 권리

부르고뉴 코트 드 뉘의 조식. 잠에서 덜 깬 이들이 마주 앉은 이상 이야기의 주제는 편안할 수밖에 없다.  © News1

숙소의 선택에 있어 조식에 대한 부분을 무심코 흘리는 경우가 많다. 여행의 경비는 좀 더 짜임새 있는 즐거움으로 편성되어야 한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식은 가장 편안하면서 지역을 대표하는 식단이다. 상차림의 준비는 동이 트기 전부터 시작되고, 간략해야 하는 준비이기에 복잡한 수사와 형용은 모두 제거된다.

런치가 힙한 공간과 트렌디한 캐주얼이고, 디너가 품격을 유지해야 하는 화려한 드레스라면, 조식은 가장 편한 천 하나를 걸친 가식 없는 자리이다. 미식의 경험에 있어 조식은 그날 걸을 에너지원 이상의 의미가 있다.

사실 조식의 모든 행위는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함이다.© News1

모닝커피는 대화를 한정한다.

일부의 일정은 조식의 대화를 통해 알게 되는 장소를 위해 비워두는 것이 좋다.  집주인이 이방인에게 오늘 그곳에 갈 것인지를 굳이 묻는다면 가보는 것이 득이다.© News1

커피향으로 꽉 찬 아침 식당

이 공간에서의 대화는 은근한 밀도를 가진다. 잠이 덜 깬 정신이 허용하는 거기까지가 대화의 내용이다. 현실의 복잡함은 주제가 되지 못한다.

조식은 잠이 덜 깬 사람들의 평범한 대화 공간인 듯 서로가 온 곳과 서로가 갈 곳의 이야기가 띄엄띄엄 놓인다. 서로를 침범하지 않는 게으름의 대화. 게다가, 대화가 맘에 들지 않는다면 조용히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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