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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공모죄법' 시행…'생각만 해도 처벌' 감시사회 돌입

적용 대상 범죄만 277개로 많아
구성요건 모호해 남용 '우려'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2017-07-11 13:17 송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 © AFP=뉴스1
아베 신조 일본 총리 © AFP=뉴스1

일본에서 주요 범죄를 실제로 저지르지 않고 계획·준비만 해도 당사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 '조직범죄처벌법', 이른바 '공모죄법'이 11일 시행에 들어갔다.
이런 가운데 일본 야권과 시민단체 등에선 '정부가 일반 국민들의 생각까지도 처벌하는 감시사회'가 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마이니치·산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공모죄법'은 기존 법률상의 '공모죄'를 '테러 등 준비죄'로 바꾼 것으로서 △2명 이상이 범죄를 '계획'하고, △이 가운데 적어도 1명이 범죄에 필요한 물품을 구비하거나 현장답사 등의 '준비행위'를 했다면 이들 모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예를 들어 '보이스 피싱' 범죄의 경우 그동안엔 보이스 피싱 조직이 범행 대상자에게 실제로 전화를 걸었을 때만 범죄가 성립됐지만, 새 법률에선 대상자를 물색하거나 전화기를 구입한 것만으로도 처벌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일본 언론들은 공모죄법이 "'범죄 실행 후 처벌'을 원칙으로 해왔던 일본의 형사법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꿨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 같은 공모죄법 마련 배경에 대해 지난 2000년 서명한 국제조직범죄방지조약(TOC) 이행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TOC가 4년 이상 징역·금고형에 해당하는 중대범죄를 계획(중대범죄의 합의·공모)하거나 조직범죄 집단에 참여했을 때 처벌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어 자국 법률에도 관련 근거 규정을 담았다는 것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공모죄법이 2020년 도쿄올림픽 등을 앞두고 "테러와 국내외 조직범죄에 효과적인 대응책이 될 것"이란 기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진당 등 야당과 시민단체에선 △공모죄를 적용할 수 있는 범죄의 수가 227개로 "너무 많은" 데다, △공모죄의 2대 구성 요건인 '조직적 범죄 집단'과 '준비행위'에 대한 정의가 모호하다는 등의 이유로 수사기관의 자의적 법 집행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

실제 공모죄법 적용 대상이 되는 범죄엔 테러나 마약밀매, 인신매매 등의 조직범죄뿐만 아니라 공무집행방해나 저작권법 위반까지 포함돼 있는 것으로 파악돼 "택지 재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집회·시위계획을 논의하는 것까지도 공모죄법에 따른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공모죄법 처벌 대상은 테러·폭력단체나 마약밀매조직 등 '조직적 범죄 집단'에 한정된다"며 전국 검찰·경찰에도 그 적용을 엄격히 제한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고 설명했지만, "법 시행 초기엔 폭력단체 등에 우선 적용하더라도 앞으로 기업이나 시민단체·노동조합 등 또한 당국의 '일상적 감시망'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또한 여전하다.

법 취지에 맞게 범죄를 계획단계에서 처벌하려면 수사당국이 '범죄를 일으킬 것 같은' 집단을 계속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본 정부는 공모죄법 시행에 따라 이날 중 'TOC 체결 수락서'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기탁할 예정. 유엔 측에 일본의 TOC 체결 수락서가 기탁되면 이후 추가 절차 없이 30일 뒤면 일본에서도 TOC가 자동 발효된다.

일본 법무성 관계자는 TOC가 발효되면 일본 사법당국이 외교 경로를 거치지 않은 채 수사공조를 할 수 있는 나라가 종전 32개에서 187개로 늘어난다며 "TOC를 체결하지 못하면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뒤처진다"고 주장했다.


ys4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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