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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만 늘리고 인력양성은 뒷짐…조종사 구인대란으로 부메랑

[항공시장 급성장 그늘①]베테랑 조종사 해마다 수십명씩 中으로
빈자리 외국인 조종사로 채워…조종사 양성도 태부족

(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 | 2017-07-13 06:00 송고 | 2017-07-13 10:06 최종수정
서울 강서구 공항동 김포공항. 2015.4.15/뉴스1 © News1 정회성 기자
서울 강서구 공항동 김포공항. 2015.4.15/뉴스1 © News1 정회성 기자

"정년을 채우는 것보다 중국에서 용병으로 뛰는 게 벌이가 더 낫다. 대학진학을 앞둔 자녀의 중국 유학 지원을 겸해서 이직할 생각을 갖고 있다" - 대형항공사 소속 A기장
"몸은 고되어도 비행시간을 늘려 빨리 기장을 달기 위해 저비용항공사(LCC)로 왔다. 헤드헌팅 업체에서 종종 중국 항공사로 이직하는 것을 권유하는데 우선 기장이 된 이후 천천히 고민해볼 것이다"- 저비용항공사(LCC) 소속 B 부기장

국적항공사들의 조종사 구인난이 심상치 않다. LCC를 중심으로 항공운송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정부나 항공사나 조종사 인력을 키우고 유지하는 것은 소홀히 하는 바람에 구조적 인력난이라는 부메랑을 맞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숙련 인력은 돈을 앞세운 중국의 '조종사 쇼핑'으로 빠져나가고, 그 빈자리는 외국인조종사들이 메우는 현상도 확대되고 있다. 그로 인한 조종인력의 질적 하락과 항공안전 우려도 제기된다.

◇ 신입은 양성 부족, 베테랑 조종사는 中 항공사로

지난해 국적항공사들에 근무중인 조종사 숫자는 5500명을 돌파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의 항공운송 시장의 성장세를 감안할 때 조종인력이 매년 400명 이상 늘어야한다. 그러나 국내 양성기관을 통해 한해 상업용 항공기 자격증을 쥐게 되는 조종사는 300여명 수준에 불과하다. 그나마 다 취업된다는 보장도 없다. 항공사들의 채용눈높이가 자격증이상이어서다.
양성시장에서만 최소한 매년 100~200명가량의 조종사 인력부족이 누적되고 있는 셈이다. 여기다 해마다 베테랑 조종사를 중심으로 수십명의 경력직 조종사들이 중국 항공사 등으로 이직하는 것을 고려하면 조종사 인력 공백은 그 이상이다. 또 국내에서 배출된 초보 조종사들은 아무래도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우선 영입될 수밖에 없어 성장하는 LCC는 인력난에 더 시달리는 지경이다.

우리나라 보다 더 심각한 인력부족에 시달리는 중국 업체들은 2~3배의 연봉을 제시하면서 베테랑 조종사들을 빼가고 있다. 자체적으로 수급을 채우지 못하는 이유도 있지만 한국인 조종사들의 역량이 뛰어나다는 점이 군침을 흘리게 하고 있다. 일례로 비행에 필수적인 영어에 서투른 중국인 기장이 관제탑 교신내용을 잘못 이해해 사고를 낸 경우도 있었다.

한국내 요인으로는 수년째 답보상태인 연봉에 대한 조종사들의 불만도 거론된다. 연봉이 상대적으로 높기는 하지만 인상이 정체돼 있다보니 고연봉을 제시하는 중국항공사 등으로 이직에 이끌리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조종인력의 절반에 달하는 2700여명의 조종사가 속해 있어 국적항공사 임금 수준의 기준점 역할을 하는 대한항공 조종사의 임금 인상폭은 수년째 완만하다.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본사앞에서 열린 대한항공 조종사노동조합 파업 출정식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6.12.22/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본사앞에서 열린 대한항공 조종사노동조합 파업 출정식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6.12.22/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 베테랑 조종사 빈자리는 외국인으로…LCC도 딜레마

베테랑 조종사 이탈로 생긴 빈자리는 외국인 조종사로 채워지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대형항공사일수록 더하다. 비행시간을 채워 기장으로 빨리 승진하기 위해 LCC로 이직하는 부기장들이 많아서다. 조종사 인력 약 80%를 보유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그만큼 승급 정체도 심하다. LCC에서 비행시간을 빠르게 채워 기장으로 승급하면 중국 업체들의 타깃이 돼 몸값도 크게 뛴다.

대한항공의 경우 2700여명의 조종사중 15%인 400여명이, 아시아나항공은 1500여명의 조종사중 10%인 150여명이 외국인 조종사다. 두 항공사에 근무하는 외국인 조종사만 합쳐도 전체 조종사의 10%다.

한 LCC에 근무하는 C기장은 "한정된 단거리 노선에서 쳇바퀴 돌듯 운항하기보다는 대형항공기의 기장이 돼 미국,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을 뛰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시스템이 잘 갖춰진 국내 대형항공사로 전직하는 것이 1차 목표지만, 조건만 맞는다면 해외 업체도 괜찮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LCC가 경력 조종사를 대형항공사에서 이직한 사람이나 일부 외국인 조종사로 어렵게 충당해도 유지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인 것이다. 부기장은 대형항공사에서 LCC로의 이직이 주종이지만 기장이 되면 그 반대가 되거나 중국행을 꿈꾼다는 얘기다. 지난해 중국 항공사로의 이직을 포함해 국내 업체에서 이직한 조종사들은 300여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됐다.

◇ 부족한 신참 조종사는 자비 유학생으로…"인력 양성체계 시급"

LCC에서 신입 조종사 부족은 자비를 들어 국내외에서 자격증을 취득하고 해외에서 비행시간을 채운 유학파들로 상당부분 채워지고 있다. 유학생 사이에서 해외 비행연수는 많게는 2억 가까운 비용이 든다는 얘기들이 많다. 

이에 따라 조종사 인력의 질 하락과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체 입장에서 외국인 조종사는 노동조합에 속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탄력적 인력운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기량이 균등하지 않고 평균적으로 봐도 국내 조종사들에 비해 뒤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적항공사들이 외형 성장만 꾀할 게 아니라 체계적 인력양성 시스템에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할 때"라며 "한정된 인력자원을 두고 경쟁하기보다는 수급자체를 안정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on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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