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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에 장시간 근로도..."日 취직 마냥 핑크빛일 순 없다"

[日로 눈돌리는 한국 청년들]④ 일본 취업의 명과 암
임금 아직 답보상태…야근문화에 문화차이가 주는 고통도

(서울=뉴스1) 손미혜 기자 | 2017-07-11 06:00 송고 | 2017-07-11 09:05 최종수정
지난 5월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2017 일본 유학·취업 박람회를 찾은 학생 등이 각 부스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2017.5.21/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지난 5월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2017 일본 유학·취업 박람회를 찾은 학생 등이 각 부스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2017.5.21/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 소재 한 대학 취업지원센터는 지난해 9월에는 ㅁ일본 취업 컨설팅업체 한국 담당자를 불러 특강을 개최했다. 오는 8월에는 졸업예정자들을 대상으로 도쿄 현지기업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을 구성, 기업 인사담당자와 직접 만날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최근 급증한 학생들의 일본 취업 열풍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일본은 '헬조선 탈출'을 갈망하는 한국 청년들에게 매력적인 탈출구로 주목받고 있다. 2012년 7.5%였던 청년실업률이 지난해 9.8%까지 오르는 등 극심한 취업난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상대적으로 일자리가 많고 취업이 잘 되는 일본으로 발걸음을 돌리게 된 것. 한국보다 수평적인 관계, 개인 생활을 존중하는 일본 기업문화에 대한 선망도 반영됐다.
◇"지옥 같은 월세·생활비…적금 들 형편도 안 됐다"

정혜리씨(26·여) 역시 다르지 않았다. 정씨는 중학교 때 일본 연예인을 좋아하게 된 것이 계기가 돼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나도 일본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생활하고 싶다'는 동경, 일본어 전공자라는 자신감, 한국의 취업난을 피하고 싶다는 마음이 정씨를 일본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정씨는 일본으로 향한 지 1년 만인 지난 3월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기로 결정했다. 박봉에다 생활비 부담을 감당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정씨는 "당시 계약직으로 근무하던 회사에서 정규직 제안을 받았지만 월급은 18만엔(약 181만3000원) 수준이었다"며 "(그 월급으로) 지옥 같은 월세와 생활비, 공과금을 내고 나면 적금을 들 형편이 되지 않았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정씨는 "학생으로 부모님의 지원하에 여유로운 생활을 했던 어학연수 때와는 180도 다른 현실에 큰 좌절감을 느껴야 했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오승훈씨(31)도 "한달 실수령액이 18만~20만엔(약 181만~201만원) 정도 되는데, 그중에서 집세와 관리비, 수도요금, 전기요금 등을 포함해 7만5000엔(75만5000원) 정도가 들어간다"며 "집에서 밥을 해먹고 알뜰하게 살림을 꾸리지 않는 이상 외식비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일본 후생노동성이 지난해 11월 신입사원을 채용한 종업원 10명이상 1만5308개 사업장의 초임을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봄 취직한 대졸자 첫 월급은 평균 20만3400엔(203만4000원)이었다. 남성 대졸 신입사원은 평균 20만5900엔, 여성은 20만엔 수준이었다.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완만한 경기회복이 이뤄지고 있다곤 하나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OECD 기준 2011년 -0.5%의 마이너스 성장세가 2012년 1.7%까지 회복됐지만, 2015년(0.6%), 2016년(0.8%) 1%에도 못 미치는 지지부진한 성장률이 이어졌다. 이에 따라 일본의 실질임금 성장률도 2012년 -0.9%, 2013년 -0.9%, 2014년 -2.8%, 2015년 -0.9%로 최근 수년간 하락세를 거듭했다. 2010년 임금을 100이라고 산정했을 때 2016년 임금은 95 수준에 불과했다.

◇"불을 끄고 몰래 야근…한국과 너무도 흡사한 근무환경"

2014년 4월 일본에 취업한 뒤 5개월 만에 한국으로 '리턴'한 김모씨(31)는 "드라마 '미생'에서 나오는 사회 초년생의 서러움과 외국인 노동자로서 느끼는 서러움이 동시에 존재했다"며 자신이 일본 취업의 '실패 사례'라고 밝혔다.

김씨는 "일본은 한국보다 노동환경이 나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지만 일본과 한국의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신입사원에게 '막내라면 해야 할' (불합리한) 일들이 주어졌고, 불을 끄고 몰래 야근을 하기도 했다"며 "하루 8시간 노동을 꿈꿨지만, 현실에서 나는 10시에 출근해 밤 12시에 퇴근하곤 했다"고 설명했다.

장시간 근로는 일본에서도 중대한 사회문제다. 지난해 12월에는 일본 유명 광고회사 덴쓰(電通)의 신입직원 다카하시 마쓰리(高橋まつり·사망 당시 24세·여)가 월 105시간 이상의 살인적인 초과근무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사회적으로 큰 화두가 됐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15년 한해동안 업무상 재해로 자살한 근로자의 수는 2000여명이 넘는다.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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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현행 근로기준법은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을 하루 8시간·주 40시간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노사 간 협의에 따라 연장이 가능하다. 최근 일본 정부는 현행 초과근무제한 월 100시간을 80시간으로 줄이고, 연간 초과근로시간은 720시간으로 제한하는 등 '노동개혁'에 나섰다. 그러나 여전히 상한 제한이 너무 높아 과로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화·가치관 차이도 고역…"막연한 환상 버려야"

정씨는 6년간 일본어를 공부하고, 어학연수, 워킹홀리데이 등으로 2년여간 일본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 그런 정씨조차도 "외국인으로서 일본기업에 취업한다는 건 큰 벽에 부딪히는 일이었다"며 일본의 문화, 가치관 차이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고 회상했다.

은연중에 외국인에게 향하는 불편한 시선도 무시 못 했다. 정씨는 "한국인의 성격에 대해 부정적으로 얘기하는 사람도 있었고, 말로 얘기할 수 없는 자잘한 외국인 차별도 많았다"며 일본에 대한 허황된 기대와 꿈, 여행 때 느꼈던 일본과 (실제 일본 생활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도 "인사부나 사장에게 외국인 채용 의지가 있다 하더라도, 동료나 실무자들은 이를 탐탁지 않아 하는 경우도 많다. 평범한 일본인보다 더 좋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 따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yeou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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