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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만 보고 뽑아줬어요"…韓 대졸자 日기업 취업 열풍

[日로 눈돌리는 한국 청년들]③급증하는 한국인 日취업
올해 5만명 돌파 예상…日 구직자 1명당 일자리 1.5개

(서울=뉴스1) 손미혜 기자 | 2017-07-11 06:00 송고 | 2017-07-11 11:00 최종수정
지난 5월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2017 일본 유학·취업 박람회를 찾은 학생 등이 각 부스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2017.5.21/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지난 5월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2017 일본 유학·취업 박람회를 찾은 학생 등이 각 부스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2017.5.21/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김모씨(31)는 한국 취업난이 심각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지원한 모든 기업에서 떨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결국 김씨는 다른 길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일어일문학과 출신도 아닌 김씨가 일본으로 취업을 준비하게 된 건 1년간의 일본 교환학생 경험이 주효했다. 김씨는 국내 취업 컨설팅회사를 통해 일본 기업에 지원, 스카이프를 통해 면접을 봤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고시준비를 오래한 오승훈씨(31)는 남들보다 늦게 취업전선에 뛰어들면서 나이가 발목을 잡았다. 주변 눈치를 보지 않고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해외취업을 고민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친구가 지내고 있는 일본으로 눈길을 돌리게 됐다. '일단 도전해보자'는 마음으로 워킹비자를 신청했다가 기회를 잡은 오씨는 아르바이트에서부터 시작해 일본 현지 기업에 취업했다. 오씨는 "일본에서는 내가 한국에서 어떤 대학을 나왔는지 별로 관심을 갖지 않고, 능력으로만 그 사람을 봐준다"고 말했다.
2012년 7.5%였던 청년실업률이 지난해 9.8%까지 오르는 등 극심한 취업난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한국을 떠나 해외 기업으로 눈을 돌리는 취업준비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이들이 주목하는 곳은 일본이다. 인구절벽 시대에 접어든 가운데 완만한 경기회복세가 이어지면서, 청년층은 부족해지는데 일자리는 넘쳐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 日취업, 꾸준한 증가세…올해 5만명 돌파할듯

한국무역협회는 지난달 30일부터 이틀간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일본 마이나비와 공동으로 '2017 일본기업 채용박람회'를 개최했다. ANA항공, 스미토모은행, 하쿠호도, 다이이치생명 등 일본 기업 50개사가 직접 참여한 이번 박람회에는 서류지원자만 총 2380명이 몰렸다. 이가운데 실제 면접대상자로 선정된 인원은 450명, 5대1의 경쟁률이다.
박람회는 지난해 처음 개최된 이후 올해 겨우 2회차를 맞았지만, 참가지원자 수는 1년새 약 2000명에서 2400명으로 20%나 늘었다. 일본 측 참여기업 수도 36개사에서 50개사로 훌쩍 증가했다. 일본 취업에 대한 취준생들의 열렬한 관심과, 외국인 구직자에 대한 일본 기업들의 수요를 여실히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외국인 고용현황에 따르면 한국인의 일본 취업자수는 2016년 10월 기준으로 총 4만8121명이다. 전체 108만3700여명에 달하는 일본 내 외국인 노동자 가운데 한국인은 중국(34만4658명), 베트남(17만2018명), 필리핀(12만7518명), 브라질(10만6797명), 네팔(5만2770명)에 이어 6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인의 일본 취업자수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08년 2만600여명이었던 일본 취업자수는 2011년 3만명을 돌파한 이후 2015년에는 4만1400여명, 2016년 4만8100여명까지 늘었다. 8년만에 2배 이상 증가한 것. 최근 2년간은 11.2%, 16.1% 두자릿수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올해는 처음으로 5만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韓 취업난 vs 日 구인난…구직자 1명당 일자리 '1.5개'

한국에서는 일자리 창출 및 고용률 향상이 제1국정과제로 대두됐다. 반면 일본은 저출산 고령화로 인구절감 시대에 접어들면서 일손부족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최근 수년간 완만한 호경기가 이어지면서 기업 측 노동수요는 증가했는데 청년인구 감소로 노동공급은 줄어드는 '호황의 역설'이 빚어진 것. 이는 높은 청년 취업률과 기업들의 구인난으로 이어졌다.

일본 후생노동성과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올봄 대학 졸업자 취업률은 97.6%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후생성이 대졸자 취업률 조사를 시작한 1997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취업시장에 나온 대졸자 수가 제한되면서 고등학교 졸업자까지 신규 채용 대상으로 포함하는 기업들도 늘어났다. 3월 말 기준 일본 고등학교 졸업자 취업률은 99.2%(취업 희망자 17만3586명 중 17만2186명 취업)로 집계됐다. 고졸자 취업률 역시 1991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구직자 1명당 구인기업 수를 나타내는 '유효구인배율'은 1.49로 3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구직자 1명당 일자리가 1.5개씩 놓여 있는 셈이다. 이는 1974년 2월 이후 43년 3개월 만의 최고치다. 특히 대졸자 대상 구인배율은 1.78배로 한층 더 높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기업 채용 컨설턴트 다니데 마사나오(谷出正直)씨는 NHK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수년간 경기회복세가 이어지면서 과거 '리먼쇼크' 때 뽑지 못했던 젊은 인재들을 대폭 확충하려는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확산됐다"며 "기업들의 채용 의욕이 높은 취업률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경영 국제화' 주력하는 日기업…외국인 인재가 열쇠

특히 일본은 대학생 및 지식인층의 고급인력 확보에 골머리를 앓으면서 외국인 인력 혹은 재일 외국인의 유학생 자국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일본에 취업하는 한국인 대다수는 전문직·기술직(43.5%)에 집중돼 있다.

단순한 노동력 확보뿐만 아니라 해외시장 판로 개척 및 거점 개설 등 '경영의 국제화'를 염두에 두고 외국인의 언어능력과 지식, 인맥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정책 금융공고 종합연구소가 국내 약 39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기업들은 외국인을 고용하는 이유로 먼저 '외국인 특유의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35%)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도쿄에서 '도마츠벤처지원'을 운영하는 사이토 유우마(斎藤祐馬) 사업통괄본부장은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외국인 채용을 통해 직원들의 어학 실력을 향상시키고, 세계로 시야를 확장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도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도쿄 거리를 지나는 한 회사원. (자료사진) © AFP=뉴스1
일본 도쿄 거리를 지나는 한 회사원. (자료사진) © AFP=뉴스1



yeou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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