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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국정기획위와 국민연금 기금운용 독립성

(서울=뉴스1) 김태헌 기자 | 2017-07-10 06:15 송고 | 2017-07-10 08:41 최종수정
전북 전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본사. 2017.3.7/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전북 전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본사. 2017.3.7/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국민 노후자금 560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여러명의 시어머니를 모시느라 정작 해야 할 일(자금 운용)에 힘을 쏟지 못한다는 평가를 안팎에서 듣는다. 매년 이뤄지는 국회 국정감사와 업무보고, 2년마다 있는 감사원 정기 감사, 보건복지부 내부 감사를 준비하느라 1년에 절반 이상을 쓰는 탓이다.

지난해 10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엔 검찰과 특검 압수 수색까지 받았다. 내부 구성원들은 이미 녹초가 됐지만 마음도 편치 않다. 새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훈수'가 신경 쓰여서다.

김진표 국정기획위원장은 지난 6일 "국민연금의 재벌·대기업 투자 비중이 80% 이상으로 너무 높다"며 "벤처 창업투자와 중소기업, 사회책임투자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국정기획위는 '소득주도성장과 국민연금기금 운용 방향 결정'이라는 토론회까지 열었다.

애초 정부는 공익대표 등을 추가해 기금운용위원회를 정례화하고, 의결권 행사를 강화하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기금 운용의 독립성 강화를 외쳤던 정부가 되레 구체적인 자금 운용 방향을 짚은 셈이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미운 법이다. 국민연금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최근 발언 수위를 보니 문재인 정부도 (이전과) 똑같은 것 같다"며 "의사결정 과정에서 외압에 휘둘린 죄로 전 이사장과 운용본부장이 실형까지 받은 마당이라 조직원 사기가 바닥이다"고 말했다.

대기업 주식 비중이 지나치다는 지적에는 "벤치마크 투자가 원칙인 상황에서 대형주가 많다는 지적은 황당하다"며 "벤처 투자 비중을 늘려 손실을 보면 책임은 어디로 가느냐"고 반문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 2월 이전 후 바람 잘 날이 없다. 지난해 30명에 이어 올해 6월까지 16명의 운용 인력 유출이 생겼다. 구멍 난 인력을 메우려 두 번에 걸쳐 채용했지만 적격 자원은 부족하다. 최근 해외대체실장으로 선임한 외부 인력은 한 달 만에 임용이 취소되기도 했다. 연기금 운용의 핵심인 실장급부터 일선 운용역까지 인력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앞으로 이벤트도 줄줄이 있다. 지난달 시작한 감사원 감사가 끝나면 다시 10월 국회 국정감사를 준비해야 한다. 강면욱 본부장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정부가 최종구 수출입은행장을 금융위원장으로 내정하면서 경제·금융 인사 태풍이 불 조짐이다. 공석인 공단 이사장이 정해지기라도 하면 국정감사 이전에 업무보고 준비부터 해야 할 수도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본업은 좋은 투자처를 발굴하고 운용 계획을 짜며 기금 수익성을 키우는 일이다. 지난해 국민연금 운용수익률은 4.75%다. 노후자금 보호를 위해선 수익률을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납세자연맹은 지난 4월 국민연금의 고갈 시점이 애초 2060년에서 9년 앞당겨진 2051년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활동 기간 일주일을 남긴 국정기획위는 연기금 운용본부가 본업에 충실하도록 도울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며느리 처지를 잘 이해하고 시어머니에게 전달하는 시누이는 며느리에게 짐이 아니라 힘이다.


solidarite4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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