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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8만마리' 식육견 유통 모란시장 개 도살 여전

성남시-상인회 협약 이행 안돼…케어 "이전보다 더 잔인하고 비인도적으로 악화"

(서울=뉴스1) 이병욱 기자 | 2017-07-06 13:04 송고 | 2017-07-06 15:38 최종수정
지난달 29일 경기 성남시 모란시장 내 한 업소에서 개를 도살하고 있는 모습.(사진 케어 제공)© News1
지난달 29일 경기 성남시 모란시장 내 한 업소에서 개를 도살하고 있는 모습.(사진 케어 제공)© News1

민속5일장이 선 지난달 29일 경기 성남시 모란시장. 이른 새벽부터 상인들은 손님맞이 준비로 손놀림이 분주했다.

시장 입구부터 자리 잡은 건강원은 22개 업소가 띄엄띄엄 안쪽까지 이어졌고, 일부 매장 앞에 진열된 개고기가 이곳이 전국 최대의 개고기 유통시장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국내에선 매년 약 300만 마리의 개가 식용으로 쓰이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모란시장은 하루 평균 220여 마리, 한해 8만 마리의 식육견이 거래되는 전국 최대 개 유통시장이다.

지난해 성남시와 모란가축시장상인회가 10여차례에 걸친 협의 끝에 22곳의 개고기판매업소 중 15곳과 도축중단을 하기로 합의한 후 시장의 모습은 조금 달라졌다.

업소 앞 통로까지 나와 있던 개 보관·도살시설이 지난 2월부터 철거돼 이젠 거의 업소 안으로 모습을 숨겼다.

하지만 일부 업소 안쪽에서 간간이 들려오는 개들의 짖음 소리와 화염분출기에서 불을 내뿜는 소리가 들렸다. 여전히 개 도축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한 업소의 경우 긴 가림막 넘어 막 도살이 이뤄진 듯 보이는 개의 사체가 바닥에 덩그러니 방치돼 있었고, 몇몇 업소에서는 검은 비닐봉지에 담긴 무언가가 부지런히 옮겨지고 있었다.

도축이 진행되고 있던 업소 옆 가게 앞에는 어린 강아지와 토끼 여러마리가 케이지 안에 갇혀 있었고, 또 다른 업소에서는 개고기를 진열장에 넣기위해 토막내는 모습도 목격됐다.  

민속장이 선 이날 시장 옆 주차장에도 노점과 장을 보러 나온 손님들로 북적였다. 음식을 비롯해 잡화 등 다양한 품목 사이에 동물도 판매되고 있었다. 강아지와 고양이뿐만 아니었다. 몇몇 노점상들은 토끼, 염소 등을 함께 판매했다.

지난달 29일 경기 성남시 모란시장 내 한 업소에서 도살된 개의 사체.(사진 케어 제공)© News1
지난달 29일 경기 성남시 모란시장 내 한 업소에서 도살된 개의 사체.(사진 케어 제공)© News1

때이른 무더위가 한창이던 이날, 좁은 케이지 안에 갇힌 어린 동물들은 대부분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듯 보였다. 일부 새끼고양이들은 더 심각해 삐쩍 여윈 상태로 1만~2만원의 헐값에 판매되고 있었으나 거래가 성사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한 상인이 간이진열대에 올려놓고 판매하던 어린 검은색 푸들믹스 강아지는 이날 8만원에 가격이 제시됐다.

10여마리의 강아지와 고양이를 데리고 나와 자리를 잡은 다른 상인은 판매뿐 아니라 매입까지 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하얀 백구 1마리를 노끈으로 묶어 끌고 온 한 손님은 상인과 얼마간 가격 흥정을 하더니 돈을 건네받은 뒤 혼자 자리를 떠났다.

백구를 매입한 상인은 "장이 서면 개를 끌고 나오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면서 "성견이라 사지 않으려 해도 억지로 맡기는 사람들이 있어 나로서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렇게 강아지를 파는 노점상이 사들인 개들은 대부분 다시 업소에 되팔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성남시와 모란가축시장상인회는 지난해 말 '모란시장 환경정비 업무협약'을 통해 올해 5월 31일까지 살아있는 개의 전시, 보관, 도살을 중단하고 불법 도축시설을 자진 철거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약속한 기일에서 두 달이 지나도록 성남시와 상인들의 협약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는 협약에 반대하는 일부 업소들이 여전히 개 도축을 하고, 성남시의 재정비 정책을 둘러싼 업소간 갈등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과 6월 2차례에 걸쳐 현장조사를 한 동물권단체 케어(대표 박소연)에 따르면 현재 모란시장 내 영업중인 20여 개 개고기 도·소매업소 가운데 13개 업소에서 불법 도살이 계속되고 있다.

업소들은 개를 전시하던 개장을 내부로 옮기거나 나무판자로 사방을 막아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위장한 채 여전히 살아있는 개들을 도살했다. 심지어 살아있는 개들이 보는 앞에서 도살하는 등 현행 동물보호법 위반행위가 버젓이 자행되기도 했다.  

한 업주는 성남시의 협약 이행이 기대에 못 미친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고, 다른 업주는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살아있는 개 전시를 다시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일부 상인들은 "고기 판매 없이 현재 수익구조를 유지할 수 없다"며 경기도에서 제공하기로 한 이동식 동물 도축차량(개 도축은 제외한 염소나 닭 도축용)이 들어오면 그곳에서 개 도살을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성남시는 도축차량에서의 개 도축은 절대 불가하단 입장이다. 

그동안 성남시는 협약에 따라 업종전환 컨설팅, 소상공인 육성 자금지원 안내 등 각종 행정서비스 제공을 통해 협약 이행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협약 내용에 불만인 상인들을 중심으로 협약을 이행하지 않은 채 반발만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성남시는 상인들의 자발적 협약 이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여러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현재 업주들은 협약 이행을 위해 최소한의 폐업자금 지원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지만 성남시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불가 입장을 고수하며 불법행위에 대한 간헐적 단속과 법적 고발만 진행하고 있다.

박소연 케어 대표는 "현재의 개 도살 방식이 협약 이전 보다 잔인하고 비인도적으로 악화되고 있음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더 이상 협약 이행 여부를 지켜보는 일이 무의미해졌으니 모든 방법을 동원해 모란시장 내 개 도살과 개고기 판매행위가 사라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wook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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