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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찾아 만리길 왔는데 이름도 알려줄 수 없대요"

입양특례법상 친부모 동의 없이 정보공개 안 돼
입양인들 "친부모에 연락하는 방식 '깜깜이'"

(서울=뉴스1) 김다혜 기자 | 2017-07-06 06:10 송고 | 2017-07-06 11:10 최종수정
해외입양인 니나 허니스( 김복지·왼쪽)와 시리 스틴(박경복)© News1

"친어머니와 나는 막다른 길에서 서로를 찾고 있는지 몰라요."

친어머니를 찾기 위해 북유럽 노르웨이에서 한국을 찾은 니나 허니스(Nina Hernes·김복지·42·여)는 좌절감을 토해냈다. 6세 아들과 4세 딸에게 자신의 뿌리에 대해 알려주고 싶었던 니나는 지난해부터 수차례 입양기관에 메일을 보냈지만 답신을 받지 못했다.

지난달 말 방문한 한국의 입양기관에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1975년 생후 6개월이던 자신과 헤어질 당시 친어머니는 33세였다는 것. 기관은 친어머니의 주민등록번호와 예전 주소 역시 갖고 있다고 했지만 입양특례법 때문에 니나에게 알려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현행 입양특례법에 따르면 입양인은 자신과 관련된 입양정보 공개를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친부모가 정보공개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 친부모의 인적사항은 공개대상에서 제외된다. 친부모의 사생활 보호 등을 위해서다. 친부모 동의를 구하는 방식과 관련해선 '서면으로 해야 한다'는 것 외에 연락방법 등은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지 않다.

시행령에 부모의 동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입양기록보유 기관장이 주민등록·가족관계등록·출입국 등 관련 전산망 또는 자료를 관장하는 기관장에게 소재지 확인을 '요청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지만 소재지 확인 요청이 의무사항은 아니다 .

니나는 입양기관이 친어머니에게 어떤 연락을 취했는지 반응은 어땠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는 "친어머니가 연락을 받았는지 확인하고 싶다"며 "어머니와 나는 막다른 길에서 서로를 찾고 있는지 모른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친부모의 사생활을 보호한다는 법의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입양인에게도 자신의 배경에 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줘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시리 스틴(Siri Steen·박경복·43·여)도 입양정보 접근제한에 아쉬움을 호소했다. 그는 "처음 문의했을 때 기관 관계자는 '친어머니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이 있냐고 물으니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며 "당연히 있어야 할 입양정보가 없다고 하니 믿기 힘들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만약 친어머니가 만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면 나도 '마침표'를 찍을 수 있도록 입양기관에서 그 사실을 전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영리법인 미앤코리아가 주최하는 2017모자이크투어에 참가한 해외입양인들. 2017. 1/뉴스1 © News1

비영리단체 미앤코리아는 매년 이들처럼 자신의 뿌리를 찾고자 하는 해외 입양인을 위한 투어를 운영한다. 참가자들은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한편 입양기관을 방문하고 유전자 검사를 받는 등 친부모 찾기 활동을 벌인다.

올해도 니나와 시리를 포함해 해외입양인 28명이 투어를 통해 6월23일부터 9박10일간 한국을 찾았다. 이들 중에는 기관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주지 않자 직접 서울 곳곳을 누비며 '친엄마 찾기' 퍼즐을 맞춰나가는 입양인도 있다.

1984년 미국으로 함께 입양된 쌍둥이 형제 크리스천 니슨(Christian Nissen·35)·코리 니슨(Corey Nissen·35)은 무작정 자신들이 태어난 병원을 찾아갔다. 병원의 주인은 바뀌었지만 크리스천은 병원 주변 오래된 가게들을 돌아다니며 발품을 판 끝에 비슷한 시기 병원에서 일했던 의사 한 명의 이름을 알아냈다.

크리스천은 "거의 승산이 없다는 것을 안다"면서도 "혹시 또 이런 방법으로 친엄마를 찾을지도 모르는 일"이라며 의지를 드러냈다. 코리는 아예 지난달 한국으로 이사를 왔다. 형제는 이런 절박함과 끈기를 토대로 자신들의 뿌리를 찾아 나갈 예정이다.  

◇해외 입양인 투어에서 친아버지와 상봉해 소원 이룬 입양인도 

제니퍼 스티븐스(Jennifer Stevens·김정임·31·여)는 투어 기간 친아버지와 상봉해 입양인들의 축하를 한몸에 받았다. 그의 친아버지가 입양기관에 자신의 연락처를 등록해뒀고 제니퍼가 기관을 방문하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연락이 닿았고 올해 생애 첫 상봉을 한 것이다.

제니퍼는 "만남을 주선해준 기관의 도움에 감사하다"면서도 속상한 마음을 내비쳤다. 2009년 그가 기관에 연락했을 때는 친아버지 관련 정보가 없다고 했는데 7년 뒤 기관을 방문하자 정보가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제니퍼는 "친아버지는 입양 직후 자신의 정보를 기관에 등록했다고 한다.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입양기관 관계자는 "청구인이 메일이나 방문 등을 통해 입양정보 공개를 신청하면 중앙입양원 관계기관과 협력해 친부모의 소재지를 파악하고 동의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며 "중앙입양원 홈페이지에 공지된 대로 규정에 따라 입양인들을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쌍둥이 해외입양인 크리스천 니슨(35·왼쪽)과 코리 니슨(35) 2017.7.1/뉴스1  © News1

전문가들은 입양인들의 정보공개청구권을 제대로 보장하고 기관 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친부모와 구체적인 연락방법을 법으로 규정하고 진행 경과를 투명화하게 공개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 출신 입양인 문제에 관심을 갖고 저서를 집필해 온 김호수 뉴욕시립대 사회인류학과 교수는 "나아가 아이를 '버렸다'는 친부모에 대한 낙인과 편견이 입양인과 친부모의 만남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민영 미앤코리아 대표는 "유전자 검사는 서로를 찾을 수 있는 확실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경찰서에서 무료로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으니 친부모와 입양인들이 적극적으로 유전자 검사를 활용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dh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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