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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北 ICBM 추정 도발에 시험대 오른 '대북구상'

北 도발에 따라 당분간 '대화' 보단 '압박'에 무게둘 듯

(서울=뉴스1) 김현 기자, 서미선 기자 | 2017-07-04 16:20 송고 | 2017-07-04 17:16 최종수정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에서 열린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관련자료를 살펴보며 안경을 만지고 있다. (청와대) 2017.7.4/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북한이 4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일 가능성이 있는 탄도미사일 1기를 발사하면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기치로 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구상'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북한은 이날 오전 9시40분께 평안북도 방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1기를 발사했다.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최대고도가 2802㎞ 이상이며, 비행거리는 933㎞, 비행시간은 37분 가량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은 이날 오후 3시30분 중대발표를 통해 이번에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ICBM급 화성-14형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가 지난달 30일 열린 한미정상회담 이후 나흘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워싱턴 D.C.의 백악관에서 북핵 문제 등과 관련한 단독 및 확대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성명을 내고 "제재가 외교의 수단이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올바른 여건 하에서 북한과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를 고려하면 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북핵 문제에 대해 제재 및 압박과 함께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에 뜻을 모은 상황에서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로 도발을 감행한 셈이다.

이에 따라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문 대통령의 설득 논리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문 대통령이 이날 낮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저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도발을 줄이고, 불안정을 야기하는 군사적 행동을 자제하고 국제적 의무와 규약들을 준수하는 전략적 선택을 촉구한지 불과 며칠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북한이 이러한 도발을 감행한 데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위원장을 겨냥, "이 사람은 그렇게 할 일이 없느냐"며 "한국과 일본이 이런 상황을 더 오래 견뎌야 한다는 걸 믿을 수 없다. 중국이 북한에 압박을 취해 이 말도 안되는 일(난센스)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Hard to believe that South Korea.........and Japan will put up with this much longer"라고 'South Korea(한국)' 뒤에 점을 9개나 찍어 눈길을 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통상 트위터 글을 길게 쓸 때 앞뒤 문장 사이에 점을 찍는 습관이 있긴 하지만, 일각에선 우리 정부를 향해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낳고 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당분간 '대화 기조'보단 북한의 도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의 강도를 높이는 쪽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ICBM이란 사실이 확인된다면 지금까지의 압박과 제재에 대한 강도가 훨씬 더 커지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북한의 주장대로 ICBM급일 경우, 미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압박이 커질 것으로 보여 문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최대의 압박과 제재를 하되 대화를 병행한다'는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의 북한선수단 참가 등에 대해서도 미사일 도발과는 분리해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핵심관계자는 "한미정상회담에서 확인된 바는 북한에 대한 최대의 압박과 제재를 하되 대화를 병행한다는 기조에 대해 합의가 됐던 부분"이라며 "북한의 도발에 대해선 유감을 표시할 수밖에 없고 그에 대한 압박과 대응 강도도 커질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위기상황이라 한반도에서 대화가 역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체적인 우리 기조에서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핵심관계자는 "(북한선수단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미사일 도발과는) 직접적으로 연관되진 않을 것 같다"면서 "민간차원의 교류는 미시적이고, 군사적 문제와는 좀 더 분리해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핵 문제의 해법으로 '핵 동결→핵 폐기'라는 2단계 로드맵을 제시하면서 "핵 동결은 대화의 입구이고, 그 대화의 출구는 완전한 핵 폐기가 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5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 등 독일 정상과의 회담 및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독일을 방문하고 베를린에서 대북 구상에 대해 연설을 할 예정이다.

당초 문 대통령의 북한을 향한 실질적인 제안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지만, 이번 도발로 연설 내용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gayunlov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