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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뺀 '작가 직거래 장터' 정부가 지원하는 까닭은?

예술경영지원센터, 지난해 12개서 올해 17개 확대 지원

(서울=뉴스1) 김아미 기자 | 2017-07-04 08:23 송고
지난 주말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작가 직거래 장터 '그림 도시' 모습. (예술경영지원센터 제공) © News1
지난 주말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작가 직거래 장터 '그림 도시' 모습. (예술경영지원센터 제공) © News1

"서울에서 가장 '힙'한 전시."
"100여 명의 작가 작업실을 구석구석 둘러보는 기분."
"기존 아트페어보다 훨씬 더 볼거리가 많다."
지난 6월 말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열린 '제2회 유니온아트페어'에 쏟아진 평가다. 유니온아트페어는 최두수·이완 작가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작가 직거래 장터'다. 작가들에 의해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아트페어지만,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대표 김선영, 이하 예경)의 사업비 6000만원이 이 페어에 투입됐다. 정부의 '작가 미술장터 개설 지원 사업' 일환에서다.

작가 미술장터 개설 지원 사업은 정부가 진입장벽이 높은 미술시장에서 신진 작가들의 판로개척을 지원하고, 일반 국민도 부담없는 금액으로 미술품을 소장하는 문화를 확산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2015년 기획된 사업이다. 작품 판매 수익금은 전액 작가에게 돌아가는 구조다.

올해 3회째를 맞아 더 많은 작가 미술장터가 정부 지원을 받게 됐다. 지난해 12개였던 것에서 올해 서울, 인천, 강원, 광주, 대구 등 전국 17개 장터가 공모를 통해 선정됐다.

유니온아트페어를 시작으로 올해 하반기에만 작가 직거래 장터 10여 개가 전국에서 잇달아 열린다. 유니온아트페어(6월23일~7월2일)에 이어 예술고래상회가 주최하는 '그림도시 S#2'(7월1~2일/7월29~30일/9월30일)가 지난 주말 서울 성수동에서 개막했다. '그림도시'에는 정부 지원금 3000만원이 투입됐다.
또 '취미관'(10월10일~11월5일/12일), '퍼폼2017 라이브 아트'(10월14~22일) '캐비넷 아트페어'(10월18~22일), 'Pack- F/W 2017'(10월18~22일/11월1~5일/11월15~19일), '별, 바람 그리고 바다'(10월26~31일), '블라인드 데이트'(11월1~14일) 등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제공) © News1
(예술경영지원센터 제공) © News1


(예술경영지원센터 제공) © News1

판매 중개 수수료 없이 작가들이 모든 수익을 가져가는 직거래 형태에 대해 참신하다는 평가가 많지만, 갤러리들 입장에서는 기존 유통 시스템에 대한 저항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최근 한국화랑협회와 한국미술협회가 미술인 정책 세미나를 공동주최한 자리에서 "작가 직거래 장터 출신 작가들의 화랑 영입을 자제할 방침"이라며 경계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그 예다.

이처럼 갤러리들이 작가 직거래 장터에 대해 곱지않은 시선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직접 지원에 나선 이유는 뭘까.

김선영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는 "전체 미술작가 중 약 4% 정도만이 갤러리 전시 및 아트페어 참여할 수 있는 게 현실"이라며 "신진작가들의 판로개척 지원과 더불어 일반 국민들이 부담없이 미술을 즐기게 하기 위한 축제의 장으로서 작가 미술장터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작가 미술장터 사업의 기본 취지는 기존 갤러리들 위주의 아트페어하고는 다르다"며 "갤러리 전시나 메이저 아트페어에 진입하지 못한 작가들을 대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축구로 치면 갤러리 쪽이 1~2부 리그, 작가 직거래 장터 쪽이 3~4부인데, 미술시장 저변이 확대돼야 갤러리 기능도 강화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는 설명이 따랐다.

작품 가격도 일반적인 아트페어와는 다르다는 것이 예경 쪽 설명이다. 작가 직거래 장터에서 판매되는 작품 가격에 대해 예경이 내세운 '가격 가이드라인'은 150만원 이하다.

그러나 예경 쪽 설명과는 달리 실제 작가 직거래 장터에는 이미 갤러리 전시나 아트페어에서 작품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유명 작가들도 다수 포함되는 상황이다. 가격도 수십만원대에서 많게는 수천만원대까지 천차만별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참여 작가 기준이나 가격 가이드라인이 실제 현장에서 잘 안 지켜지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가이드라인을 줘서 사업 취지에 맞도록 주최 측과 협의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화랑협회 쪽은 작가 직거래 장터라는 표현부터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협회 한 관계자는 "미술시장을 의미하는 '장터'는 미술품 유통을 주도하는 화랑과의 관계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문화예술 향유 증진이라는 사업 취지를 살리고자 한다면 명칭을 '페스티벌'과 같은 식으로 변경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신진작가와 작가 지망생을 대중적으로 소개하는 사업의 취지에 대해서는 찬성한다"면서도 "화랑과 긴밀한 관계에서 일하고 있는 작가의 참여는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옳다"고 덧붙였다.


am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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