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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빅데이터 활용률 해외 대비 1/3…개인정보보호법이 '발목'

회사 내부 데이터 공개 기피하는 기업들의 '폐쇄적 마인드'도 문제

(서울=뉴스1) 박희진 기자 | 2017-07-02 09:02 송고 | 2017-07-02 09:08 최종수정
지난 30일 '빅데이터'를 주제로 한 'New ICT' 포럼에서 SK텔레콤 허일규 Data사업본부장이 빅데이터 산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SKT) © News1
지난 30일 '빅데이터'를 주제로 한 'New ICT' 포럼에서 SK텔레콤 허일규 Data사업본부장이 빅데이터 산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SKT) © News1


"벤처기업들이 자기공명영상(MRI)을 갖고 머신러닝 기술로 (질병을) 예측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보려고 해도 한국은 환자 동의를 하나하나 다 받아야돼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데이터 모으다 에너지, 돈을 다 낭비하는 상황이다."
허일규 SK텔레콤 데이터사업 본부장은 지난 30일 '빅데이터'를 주제로 열린 '뉴 ICT 포럼'에서 국내에서 빅데이터 산업이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유독 엄격한 개인정보보호법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원유'로 급부상한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기업들의 폐쇄적인 행태도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허 본부장은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은 내부 데이터가 회사밖으로 나가는 것에 대해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서버 사업이 국내에 더딘 것도 내부 데이터를 밖으로 내보내지 않으려는 폐쇄적인 성향이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그는 "기업 마인드 자체가 제조 데이터, 거래 데이터 등을 밖으로 못나가게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며 "이 때문에 빅데이터 활성화에 실질적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빅데이터로 돈을 버는 회사는 네이버같은 인터넷 콘텐츠 사업자에 국한된다는 설명이다. 네이버는 별도의 이용자의 번거로운 '동의' 작업없이 이용자의 실제 이용 패턴만 분석해도 상대적으로 양질의 데이터 확보가 용이하기 때문. 
SK텔레콤은 2011년부터 빅데이터 분석 측면에서 접근했지만 페이스북, 구글, 네이버 등이 갖고 있는 데이터와는 다르다. 허 본부장은 "인터넷 콘텐츠 사업자는 실제 콘텐츠 정보를 갖고 있는 반면, 통신사는 콘텐츠 정보 접근은 안된다. 이는 '감청'이 되기 때문"이라며 "SK텔레콤은 고객이 어디서 어디에 전화하고 데이터는 얼마 쓰는지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신사 빅데이터가 통화 내용 가지고 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통화 내용은 접근할 수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텔레콤이 빅데이터 사업에 적극 나서는 것은 '네트워크 사업자'로 과거에 비해 더 많이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기 때이다.

허 본부장은 "우리는 기본적으로 네트워크를 깐다. 이에따라 생성되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기술을 할 수밖에 없다"며 "이 데이터를 갖고 무엇을 하려다보니 AI가 자연스레 개입된다. 빅데이터와 AI는 뗄레야 뗄수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빅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원유'로 불린다. 1940년대부터 등장한 AI이 최근 급성장한 것도 AI 기술이 적용되는 양질의 데이터가 확보되고 이를 연산처리할 수 있는 컴퓨팅 기술이 향상됐기 때문이다. AI에 빅데이터 정보가 결합돼 인간의 인지, 추론 능력까지 넘보는 지능화가 바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적인 변화다.

반면, 국내의 빅데이터 산업 실태는 초라하다. 글로벌 조사기관 테크프로리서치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빅데이터 활용률은 9.6%로 29%를 기록한 글로벌 평균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허 본부장은 "미래부에서 지원한 '비식별화' 연구 프로젝트로 진행해봤지만 개인정보를 비식별화하면 식별화가 안된다는 것은 증명이 됐지만 중요한 것은 비식별화해도 의미있는 모델링(가치있는 정보)이 가능한지는 다시 증명해야하는데 이는 아직 이른 판단"이라고 말했다.

또 "세상이 직관에서 경험으로 옮겨가면서 데이터를 많이 가진 사람들이 세상을 지배하게 된다"며 "데이터를 모으는 단계에서부터 제약을 걸어버리는 것이 우리나라가 더 잘할 수 있는데도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재 확보도 문제다. 허 본부장은 "SK텔레콤이 '나쁜 직장'이 아닐텐데도 굉장히 (빅데이터 관련 인재를) 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bri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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