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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세에 첫 주민증 발급받은 할머니…무슨 사연?

(전북=뉴스1) 김대홍 기자 | 2017-06-27 14:09 송고 | 2017-06-27 17:32 최종수정
전북 부안군 줄포면 정 모씨(75)가 김종규 부안군수로부터 생애 첫 발급받은 주민등록증을 건네 받고 있다.(부안군 제공)2017.6.27 /뉴스1 © News1 김대홍 기자
전북 부안군 줄포면 정 모씨(75)가 김종규 부안군수로부터 생애 첫 발급받은 주민등록증을 건네 받고 있다.(부안군 제공)2017.6.27 /뉴스1 © News1 김대홍 기자

평생 주민등록증이 없이 살아온 70대 할머니에게 생애 첫 주민등록증이 발급됐다.

전북 부안군은 한국전쟁 이후의 가정사로 인해 주민등록증 발급 신청을 할 수 없었던 정 모씨(75)에게 주민등록증을 전달했다고 27일 밝혔다.
부안군 줄포면에서 홀로 거주하는 이 할머니는 군청 주민행복지원실 통합사례관리사와의 면담 과정에서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을 수 없었던 과거 사연을 들려줬고 직원들은 여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득해 동의를 얻어 이날 발급이 이뤄졌다.

김종규 군수는 이날 정씨의 집을 방문해 주민등록증을 전달하고 6월부터 기초연금 등 각종 복지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정씨는 1943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유복하게 보냈으나 아버지가 1948년 여순사건 과정에 '빨갱이'로 몰려 끔찍한 죽음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어머니도 빨갱이의 아내라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이듬해 정씨와 두 남동생만 남긴 채 가출했다.
졸지에 고아가 된 삼 남매는 친척들로부터도 외면을 당해 거리에 내몰려 고아원으로 흘러들어갔다.

그러나 그곳의 열악한 영양상태와 환경으로 어린 두 남동생들은 그녀의 곁을 떠나갔다.

이후로 정씨는 남의 집 살이와 식당일을 전전하며 청소년기를 보낸 뒤 같은 고아 출신의 남편을 만났지만 신혼의 단꿈은 오래가지 않아 깨지고 말았다.

이들 사이에 남매를 뒀지만 정씨는 혼인신고도 제대로 하지 않고 살다가 남편의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가출한 뒤 지인의 소개로 새로운 남편을 만나 부안으로 오게 됐다고 한다.  

정씨는 이후 자녀까지 두고 살았지만 주민등록증을 만들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고 그런 상태에서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자녀들마저 출가해 현재까지 홀로 살아오고 있었다.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웃 주민의 제보에 부안군은 통합사례관리사를 보내 정씨와 면담을 하면서 이같은 사정을 전해듣게 된 것이다.

김 군수는 이날 정씨에게 주민등록증을 전달한 뒤 “호국보훈의 달인 6월에 우리민족의 아픈 과거로 인해 고통을 겪어 오신 어르신에게 이 소중한 주민등록증을 발급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면서 “어르신이 당당한 대한민국의 국민이자 자랑스러운 부안군민으로 여생을 즐겁게 누리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95minky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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