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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수집가'에 학대받다 폐가에 버려진 아홉 생명

[나비에게 행복을] <6> 서울 북아현동 재개발지역에서 구조된 고양이들

(서울=뉴스1) 이병욱 기자 | 2017-06-27 08:00 송고 | 2017-06-27 08:51 최종수정
편집자주 유기견 '토리'와 길고양이 출신 '찡찡이'가 대한민국 '퍼스트 도그'·'퍼스트 캣'이 됐다. 반려동물 양육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설 만큼 우리 사회는 동물들과 가까워지고 있다. 하지만 한해 평균 8만마리에 이르는 유기동물이 발생하듯 여전히 버려지고, 학대 당하며, 이유 없이 고통 받는 생명들도 많다. <뉴스1>의 반려동물 전문 플랫폼 '해피펫'은 고양이보호단체 사단법인 '나비야사랑해'(이사장 유주연)와 함께 '나비에게 행복을' 시리즈를 연재한다. 이 땅에서 고통받는 생명들의 아픔과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 다시 행복을 찾아준 사연 등을 통해서 사람과 동물이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고양이보호단체 사단법인 '나비야사랑해' 유주연 이사장과 회원들은 지난달 26일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한 재개발지역에서 버려진 고양이 9마리를 구조했다.(사진 나비야사랑해 제공)© News1
고양이보호단체 사단법인 '나비야사랑해' 유주연 이사장과 회원들은 지난달 26일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한 재개발지역에서 버려진 고양이 9마리를 구조했다.(사진 나비야사랑해 제공)© News1

"아기 고양이가 깨진 유리 위에서 위태롭게 있어요. 제발 안전한 곳으로 빨리 옮겨주세요."

고양이보호단체 사단법인 '나비야사랑해'(이사장 유주연)에 지난달 26일 한 통의 제보 전화가 걸려왔다. 제보자는 "서울의 한 재개발 지역에 많은 고양이들이 살고 있다"며 다급한 목소리로 도움을 요청했다.

'나비야사랑해' 유주연 이사장과 회원들이 늦은 밤 달려간 곳은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의 한 주택가. 그곳은 이미 건물들의 철거가 한창 진행된 곳이었다. 유일하게 남은 한 건물 앞은 깨진 유리와 건물 잔해로 발 디딜 틈 조차 없었다.

유 이사장 일행이 컴컴하고 고요한 골목 끝에 다다른 순간, 낯선 이들의 방문을 경계하듯 건물 앞에선 두 개의 눈빛이 빛나고 있었다. 고양이였다. 그런데 조금 다가가보니 흔한 길고양이가 아닌 새하얀 털의 품종묘 '터키시앙고라'였다.

사실 이 고양이는 철거를 나흘 앞둔 건물에 살고 있는 고양이였다.

사라진 고양이를 찾기 위해 건물 내부로 들어간 일행은 문 앞에 붉은 색 래커칠이 된 강제퇴거 통보문이 붙어 있는 집 안을 확인하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곳곳은 오물로 가득했고, 날카로운 유리와 부서진 세간들이 뒤엉켜 널부러져 있었다. 그곳에서 많은 고양이들이 살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오랜기간 월세와 공과금을 내지 않고, 각종 범죄행위로 법의 심판을 받게 돼 도망치듯 집을 떠난 세입자는 다름아닌 '고양이 수집가'(애니멀 호더)였다. 

9마리 고양이들이 구조된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현장 모습.(사진 나비야사랑해 제공)© News1
9마리 고양이들이 구조된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현장 모습.(사진 나비야사랑해 제공)© News1

이틀간 계속된 포획작업 끝에 고양이 9마리가 무사히 구조됐다. '샴', '아비시니안, '터키시앙고라', '러시안블루' 등 이른바 '품종묘'라 불리는 고양이들이었다.

동물병원으로 옮겨 건강 상태를 확인한 고양이들은 '나비야사랑해' 보호소로 옮겨진 뒤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골목에서 처음 목격된 '하늘'(2세 추정·암컷)이를 비롯해 '그레이스'(2세 추정·암컷), '캐러멜'(3개월·수컷), '마카롱'(3개월·암컷), '코코아'(3개월·수컷), '럭스'(2세 추정·수컷), '이지'(2세 추정·수컷), '달'(4세 추정·수컷), '써니'(4세 추정·암컷)까지.

앞서 지난해 3월 '나비야사랑해' 보호소에는 13마리의 품종묘들이 한꺼번에 들어왔다. 귀가 접힌 귀여운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던 스코티쉬폴드 고양이들. 이 고양이들은 누군가 이사 박스에 담아 충주댐 인근에 버린 아이들이다.

1년여가 지난 지금, 13마리 가운데 11마리는 가족을 만났지만 2마리가 아직 보호소에 남아 북아현동에서 구조된 9마리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유주연 이사장은 "자신의 능력 이상으로 수집하듯 동물들을 키우며 정상적인 환경조차 만들어주지 못하는 '애니멀 호딩'은 심각한 동물학대이며 범죄"라며 "재개발 지역에서 구조한 9마리의 고양이들이 그런 비뚤어진 애정의 희생양이었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이어 "한번 버려졌던 아이들은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와 아픈 기억도 있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사랑을 꿈 꾼다"면서 "가족을 기다리는 아이들을 사랑해주고, 지켜주고, 행복을 나누는 가족이 되어 평생 함께해 달라"고 했다.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재개발현장에서 구조된 9마리 고양이들.(사진 나비야사랑해 제공)© News1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재개발현장에서 구조된 9마리 고양이들.(사진 나비야사랑해 제공)©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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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k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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