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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에너지 선진국?…전기료 폭탄에 '몸살'

[탈원전 신에너지④]美·유럽 탈원전 정책에 전기요금 껑충
전력수급 등 '속도조절' 필요

(세종=뉴스1) 박정환 기자 | 2017-06-25 14:10 송고 | 2017-06-25 18:56 최종수정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부산 기장군 장안읍 해안에 있는 고리원전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17.6.19/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부산 기장군 장안읍 해안에 있는 고리원전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17.6.19/뉴스1

문재인 정부가 국내 첫 원자력발전소인 고리1호기 가동을 영구 중단하면서 탈(脫)원전 에너지 정책에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유럽,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탈원전을 목표로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기조의 정책을 펴왔다는 점에서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세계적인 추세를 따라간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해외에서도 신재생에너지는 거대 전력을 생산할만큼 충분히 검증되지 않아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를 적절히 혼합하는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국, 유럽 선진국 탈원전·신재생에너지 확대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탈원전'과 '안전',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으로 요약된다. 국내 첫 원자력발전소 고리 1호기가 지난 19일 가동을 멈춘 가운데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나 신규 원전도 줄줄이 정지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정부는 탈원전으로 인한 전력의 공백을 장기적인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메꾼다는 계획이다. 친환경 액화천연가스(LNG) 비중을 현재 20%에서 37%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5%에서 20%로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기조는 유럽, 미국 등 선진국의 에너지 정책 기조와 상당 부분 닮아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미국의 전력 생산 중 원자력 비중은 2016년 20%에서 2050년 11%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은 2025년까지 전체 전력사용량의 25% 공급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유럽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속도는 더욱 빠른 추세다. 올해 1월 기준으로 유럽의 신재생에너지 공급량 및 발전비율은 15%로 미국(6.7%)의 두배 이상을 넘어섰다.

이중 독일은 원전 폐쇄와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모범사례로 꼽힌다. 1970년대부터 원전 폐지를 논의해오던 독일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계기로 2020년까지 17개 원전 모두를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2000년에 재생에너지법을 발효해 2022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3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독일 내 총 전력소비량 중 재생에너지 전력 비중은 지난 2015년 기준으로 약 32%에 이른다.

프랑스 역시 지난 12일 G7 환경장관회의에서 전력 생산에 있어 원전 비중을 현재 75%에서 2026년까지 50%로 낮추겠다고 선언했다. 또 신재생에너지의 전력 생산 비중을 2030년까지 40%로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와 근접한 아시아 국가도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 움직임에 한발 다가서고 있는 모양새다.

원전을 꾸준히 건설하며 주요 발전원으로 삼고 있는 중국은 2050년까지 1차 에너지 수요 대비 재생에너지 비중을 60%까지 높이는 것으로 목표로 잡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국이 2022년 전후로 유럽의 태양광 시장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42기의 운영을 전면 중지한 일본은 신규 원전을 건설하지 않기로 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LNG와 석탄석유를 포함한 화력발전의 비율을 2030년 56%까지 삭감하고, 남은 44%는 신재생에너지 등으로 공급한다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전력수급·전기세 우려…'속도조절' 필요해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아직 갈길이 먼만큼 전력수급, 전기세 인상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해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호주의 경우 일부 지역에서 전력의 40%를 신재생에너지에 의존하는 등 신재생에너지 사용이 활발하지만 전력 수요가 늘면서 지난해 9월 남호주시에서 대규모 정전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탈원전 정책을 시행한 대만은 6기의 원전 중 1기만 남기고 가동을 중단했지만 여름철 전력 수요 우려로 최근 원전 2기의 재가동을 승인하기도 했다. 

독일의 경우에도 전기요금에서 재생에너지 부과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1년 14.0%에서 2017년 23.6%로 급증함에 따라 전기요금도 6년 새 15.6%나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도 이러한 우려가 제기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20일 보고서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공약을 현실화하기 위해선 11조60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고 전기요금은 최소 21%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하기도 했다.

박찬국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원활하게 촉진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함과 동시에 신재생에너지의 현실적 보급 속도를 고려해야 한다"며 "다양한 가치들을 조화롭게 유지하는 차원에서 탈원전, 탈석탄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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