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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여행기자] 50대 엄마와 20대 딸이 세부에 다녀왔다.

임유정 독자 모녀의 세부·보홀 여행기 ①

(서울=뉴스1) 윤슬빈 기자 | 2017-06-25 11:17 송고
편집자주 뉴스1 여행 전문 섹션 'N트래블'에선 일반 여행객의 시선으로 작성한 '솔직'하면서 '톡톡' 튀는 여행기를 소개하는 '나도, 여행기자'를 마련했다. 이번 시리즈는 총 두 편에 걸쳐 50대 엄마와 20대 딸이 떠나는 필리핀 세부·보홀 여행기를 소개한다.
임유정 독자 제공© News1

우리 모녀의 세부·보홀 여행은 제주, 대만, 홍콩, 호주, 유럽 7개국에 이어 벌써 8번째 여행이다. 여행 초창기엔 오롯이 내 위주 보고 싶은 것도, 먹어보고 싶은 것도 많은 '욕심쟁이' 여행자였고, 10km 정도는 기본으로 걸었다. 하지만 지금은 엄마와 내 나이의 중간값인 40세 정도에 맞는 여행을 한다.  
 
왜 세부였을까. 세부에서 만난 한 우버 기사는 4월을 '퍼펙트 시즌'(Perfect Season)이라고 했다. 물론 '퍼펙트 시즌'이 아니고 '뻐뻭뜨 씨즌'이다. 필리핀 영어는 그냥 된소리 버전 영어라고 생각하면 된다. '퍼머넌트 타투'(영구 문신)가 '뻐머넌뜨 따뚜', '템포러리 헤나'(반영구 문신)가 '뗌뽀로리 히나'다. '된소리 변환'을 항상 염두에 두면 그들의 말이 더 잘 들린다.
 
필리핀은 1월부터 5월까지 건기에 해당돼 여행하기에 최적기이다. 임유정 독자 제공.© News1

필리핀의 1월부터 5월까지는 태풍이 없고, 비도 적게 오는 건기이다. 그중에서도 2월에서 4월은 일년 중 가장 비가 적게 내리는 달이라고 한다. 우버 기사가 괜히 '뻐뻭뜨'라는 형용사를 쓴 게 아니었다. 물론 동남아에서 내리는 비는 짧고 굵은 스콜성이 많으므로 7월~12월에 여행한다고 우울해할 필요는 없다.
 
세부는 날씨도 좋았지만, 영어가 통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겨울방학에 다녀온 베트남에선 손짓, 발짓 의사소통의 달인이 될 정도로 영어가 통하지 않았다. 그러나 세부에서 본 모든 표지판은 영어였고(화장실 표지판까지!), 스치듯 지나칠 수 있는 인연과도 소소한 대화를 할 수 있었다.
 
필리핀은 마치 내게 '오페라하우스' 같은 느낌이었다. 6년 전, 생애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11시간을 날아 호주에 갔다. 높은 건물이 없는 시드니 곳곳에선 언제든 고개를 들면 오페라하우스의 조각들을 희미하게 볼 수 있었다. 시드니의 상징인 오페라하우스를 보러 가는 데는 꼬박 한 달이 걸렸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으니 조금 있다가 찾아가도 되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필리핀도 오페라하우스처럼 언제나 그곳에 있으니 '언젠간 가볼 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세부퍼시픽의 밤 10시15분 출발편을 이용해 인천에서 세부로 떠났다. 임유정 독자 제공.© News1

목요일 오후 수업을 마치고 여유롭게 서울역에서 공항철도를 탔다. 직통은 43분, 일반은 58분이 소요된다. 불과 15분 차이 나면서 가격은 약 4000원이나 비싼 직통을 타지 않아도 된다. 인천발 세부퍼시픽은 밤 10시15분 출발이니까. 무려 퇴근을 세부로 할 수 있는 아름다운 밤 비행기 스케줄이다.

특히 주말이 금처럼 소중한 나 같은 대학생이나 직장인에게 굉장히 매력적이다. 금요일 수업·일을 마치고 세부로 출발하면 약 4시간 20분 만에 세부에 내린다. 세부에서 출발하는 인천행 비행기도 인천공항 도착이 밤 9시15분으로 비행기에서 푹 자고 다음 날 출근을 할 수 있다.
 
공항에 도착하니 오후 7시. 여유롭게 세부 퍼시픽 체크인 카운터를 찾았다. 1996년부터 운항을 시작한 세부퍼시픽은 세부를 포함해 필리핀 내 6곳을 허브 공항으로 두고 있다. 프로모션이 잦아 운이 좋다면 세부 왕복 항공권을 단돈 14만 원에 구매할 수도 있다. 그러니 세부퍼시픽의 누리소통망(SNS)과 가까이하는 걸 추천한다.
 
닭 요리 기내식인 '치킨 어도보'. 임유정 독자 제공.© News1

'인천~세부'를 운항하는 A320항공기는 180명 정원이라 탑승이 5분 안에 끝났다. 분명 식사를 하고 비행기에 올랐는데 기내 식사 메뉴를 보자 군침이 돈다. 똑똑한 누군가가 사전 주문한 음식 냄새가 승무원을 따라 복도에 퍼진다. 그러자 모든 승객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한다. 세부행 세부퍼시픽 항공기엔 한국인 승객뿐 아니라 동남아 승객들에게도 인기가 좋은 컵라면 2종이 준비되어 있었다. 우린 필리핀 현지 음식을 주문해보기로 했다. 엄마는 '비스텍 타갈로그'(Bistek Tagalog)라는 소고기 요리를, 나는 '치킨 어도보'(Chicken Adobo)라는 닭 요리를 주문했다. 기내 오븐의 힘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을 만큼 뜨거운 상태로 제공됐다
 
밥을 먹고 창밖을 바라봤더니 눈높이에 별이 있었다. 비행기는 세부 막탄 공항에 안정적으로 착륙했다. '반가워, 세부!' 출입국 심사관이 엄마와 나를 보고 함께 오라는 손짓을 했다. '닮아 보이냐?'고 묻자 자매 같단다. 굳이 통역해주지 않으려 했는데, 영어회화 꼬꼬마 단계인 엄마가 '시스터'라는 단어를 귀신같이 알아들었다. 그리고 입국장을 떠나 면세 매장까지 크게 웃었다. 우리 엄마 이 맛에 나랑 여행 다니나 보다.
 
임유정 독자 제공© News1

출국장에 나와 '언니이~ 유시임~' 외치는 호객꾼에게 유심을 사고 우버를 불렀다. 한국의 카카오택시라고 이해하면 쉽다. 필리핀에선 우버가 활발히 운영되고 있었다. 택시기사와 외국어로 감정 소모하며 흥정할 필요도 '제대로 가고 있는 건가' 하는 불안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우버 애플리케이션에 도착지를 입력하면 예상 소요시간 및 금액, 우버 드라이버의 평점까지 알 수 있다. 우버 탑승 후엔 실시간 이동 경로를 지도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밤 비행기로 낯선 도시에 도착하는 것은 굉장히 설레는 일이다. 어둠이 걷히면 세부가 어떤 모습을 드러낼지 굉장히 기대된다. 마치 12월25일 아침, 트리 밑에 쌓아둔 선물들을 열어보기만을 기다리는 아이들처럼.

내일은 바다색이 투명해서, 사람들이 친절해서, 일몰이 아름다워서, 별이 많아서 모든 것이 좋았던 보홀으로 향한다. (②편에 이어집니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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