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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합병 실패했다면 국민연금 최소 1조원 손실 추정

금융투자업계, 합병 찬성으로 국민연금 1388억원 손실 특검 주장에 '글쎄'
반대했다면 합병 후 평가이익 3000억, 추가 가치하락 4400억 등 1조 손실 봤을 것 분석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2017-06-23 11:02 송고 | 2017-06-23 22:35 최종수정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으로 1388억원의 손해를 입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재판에서 내세운 핵심 논리 가운데 하나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 대한 승마 지원이나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은 합병 성사를 위한 로비 목적인 만큼 '뇌물죄'가 성립한다는 게 특검의 주장이다.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합병 성사를 청탁했고 청와대가 국민연금에 합병을 찬성하도록 했다는 혐의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의 견해는 다르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찬성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1조원의 손실을 봤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제 31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홍완선 국민연금관리공단 전 기금운용본부장은 합병이 무산될 경우 주가 하락으로 2000억~3000억원 규모의 지분가치 증가분을 상실할 수 있음은 물론 추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부분을 가장 걱정했다고 증언했다.

홍 전 본부장은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뿐 아니라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주식 23조원어치를 보유하고 있었다"며 "합병이 무산되면 삼성물산 제일모직뿐 아니라 삼성전자 등 다른 삼성 계열사들 주가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시계를 2015년 5월로 돌려보자. 당시 국민연금은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등 총 23조원에 달하는 삼성그룹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합병 발표 직후인 5월22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가는 각각 5만5300원과 16만3500원이었다. 이후 7월9일에는 6만3600원과 17만4500원으로 올라 국민연금의 지분가치는 총 2조370억원에서 2조2540억원으로 약 220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3.42% 하락했다. 하지만 국민연금 지분 가치는 합병 발표 효과로 인해 10% 이상 증가한 셈이다. 두 회사의 시가 총액도 합병 발표 이후 약 3조원 이상 늘었다.

홍 전 본부장이 "당시 시장 반응과 합병 시너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양사 합병이)국민연금 자산 증식에 부합한다고 생각했다"고 한 말이 빈말이 아닌 셈이다. 

삼성 측 변호인이 합병 발표일인 2015년 5월26일 전후의 국민연금 지분가치 변화 등을 분석하며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포트폴리오는 적게는 2500억원, 많게는 3000억원 이상 증가한 것이 맞느냐' 질문하자 홍 전 본부장이 "그런 것으로 보인다"고 증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5.64%의 운용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 주식형펀드(공모) 평균수익률 0.59%보다 9배 이상 좋은 성적이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가치가 6조원 이상 늘어난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합병이 무산됐다면 특검의 주장대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가가 상승했을까. 합병 무산으로 인한 삼성 주가 폭락 가능성은 당시 합병을 반대했던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조차 인정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ISS는 공식 리포트를 통해 합병이 무산될 경우 삼성물산 주가가 22%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시 업황이 좋지 않았고 2014년 11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 무산된 이후 불과 한달 사이 두 회사 주가가 약 20% 내외로 폭락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가 역시 평균 20% 이상 폭락했을 것이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합병 무산으로 주가가 20% 하락했다면 당시 국민연금이 보유한 지분가치가 약 2조2000억원 규모였음을 고려할 때 약 4400억원이 날아가게 된다. 

또 삼성물산은 2015년 말 호주 로이힐 등 국내외 사업 관련 2조6000억원 규모의 잠재손실을 실적에 반영하기도 했다. 건설부문에서 2015년 3분기 이후 3분기 연속 총 8700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는 점 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검은 구 삼성물산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주장하지만 호주 로이힐 등 해외 프로젝트 예상손실과 우발부채, 유가하락에 따른 자산 가치감소 등만 2조6000억원에 달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15년 3분기 이후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합병을 하지 않았더라면 삼성물산의 주가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를 종합할때 합병이 무산됐다면 △합병효과인 약 3000억원 내외의 지분가치 상승(합병기회이익 손실) △추가 하락할 수 있는 20% 규모의 지분가치 4400억원(합병무산으로 인한 직접손실) △삼성물산의 내재된 약 3조원 규모의 부실로 인한 추가 주가하락(합병 무산후 추가 손실) 등을 합쳐 최소 1조원 이상 손실을 입었을 것이라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다.

합병무산시 발생할 수 있는 최소 1조원의 손실을 생각하면 합병 재추진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는 증언도 나왔다.

홍 전 본부장은 "합병비율을 재산정해 합병을 재추진하는 방안은 단기간에 추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만일 합병을 재추진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삼성물산의 어닝쇼크 3조원 등을 반영하면 합병비율은 삼성이 제시한 합병비율 1대 0.35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고도 증언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 합병이 부결돼 재합병을 추진했다면 국민연금 재산은 감소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재합병 추진시 국민연금 자산 가치가 증가하려면 합병 부결후 재합병까지 삼성물산 주가가 제일모직 주가보다 더 크게 상승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합병 후 구 삼성물산에 해당하는 건설부문은 업황침체와 대형부실이 드러나며 대규모 손실을 냈기 때문에 실현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see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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