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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테러 모방범죄'에 '테러방지법' 강화논란 재점화

'폭발물 범죄' 계속 발생…'제조법' 구하기도 쉬워
"테러방지법 수정해 대비" vs "인권침해 우려 신중해야"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2017-06-14 10:13 송고 | 2017-06-14 10:14 최종수정
13일 오전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공학관에서 사제폭탄 폭발사건을 저지른 용의자가 12시간여 만에 긴급체포된 가운데 폭발에 사용된 폭탄이 국제테러단체 IS(이슬람국가)가 주로 사용하는 '못폭탄'(Nail bomb)과 흡사하다고 알려지면서 한국이 더는 '테러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덩달아 기존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테러방지법)을 강화해 선제적으로 테러예방에 나서야 한다는 일각의 여론도 꿈틀대고 있다. 

전날 오전 8시41분쯤 연세대 1공학관 4층에서 김모 교수(47)가 연구실 앞에 놓여 있는 쇼핑백을 열어본 순간 폭발물이 터져 목과 팔에 화상을 입었다. 경찰 수사에서 쇼핑백 안에는 나사못이 장착된 사제폭발물이 들어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서대문경찰서는 폭발사고로 김교수에게 목과 팔 등에 화상을 입게 한 혐의(폭발물사용죄·살인미수)로 김모씨(25)를 오후 8시23분쯤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연세대 기계공학과 대학원에서 석·박사 통합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김씨는 정확한 범행동기를 아직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폭발물 범죄 끊이지 않아"… 클릭 몇 번으로 '제조법' 구해
경찰청과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들에 따르면 용의자 김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현행 형법에 따른 '폭발물사용죄'와 '살인미수'다. 형법 제119조는 '폭발물을 사용하여 사람의 생명, 신체 또는 재산을 해하거나 기타 공안을 문란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혐의가 인정될 경우 김씨는 최대 사형 또는 무기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가 폭탄을 설치한 장소가 교수의 연구실이라는 점을 볼 때 대중을 살상하기 위함이 아니라 개인적인 원한에 의한 동기로 보이기 때문에 '테러'가 아닌 일반 범죄로 분류됐다. 하지만 조사과정에서 김씨가 테러단체를 결성한 정황이 드러나면 '테러방지법'이 추가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뚜렷한 범행동기를 밝히고 있지 않지만 조사과정에서 김씨가 테러단체를 구성했다는 부분이 확인되면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의 처벌규정이 추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시행된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은 제17조에서 테러단체를 구성하거나 구성원으로 가입한 사람을 처벌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이 법이 적용된 사례는 1건도 없다. 경찰은 김씨의 자세한 범행동기와 폭발물 제조경위, 방법 등을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그러나 김씨가 '폭발물'을 사용해 범죄를 저질렀고 이로 인한 인명피해가 발생하자 허술한 사제폭발물 관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찰 관계자들은 "폭발물을 사용한 범죄가 간혹 있다"고 입을 모았다. 대표적으로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개막을 앞둔 9월14일 김포국제공항에서 일어난 폭탄테러사건이다. 당시 국제선 청사 외곽에 있던 쓰레기통에서 사제 시한폭탄이 갑자기 터지면서 5명이 숨지고 33명이 중경상을 입기도 했다.

또 2002년 12월27일 서울 남대문 CJ빌딩의 CJ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사무실에 배달된 우편물 속 담긴 책에 숨겨진 폭탄이 폭발해 대표 이모씨가 병원으로 옮겨지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어 2011년에는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과 서울역 대합실의 물품보관함에서 가방 속에 숨겨진 부탄가스 폭발물이 폭발했으며 같은 해 경기 남양주에서도 50대 남성이 사제폭탄 3개를 만들어 여성이 많이 다니는 장소에서 폭발시키려다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문제는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사제폭탄 제조법을 구할 수 있고 제조도 어렵지 않다는 점이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제폭발물 범죄에 대한 공포가 소리없이 퍼지고 있다.

세계 최대의 동영상사이트 유튜브에 '폭탄제조' 'Make bomb'를 검색하자 폭탄제조법이 담긴 관련 동영상이 줄줄이 쏟아졌다.

'콜라 캔으로 강력한 폭탄 만들기' '시한폭탄 제조법' '집에서 폭탄 만들기' 등 제조법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관련 동영상만 1280만개가 넘어섰다. 조회수도 적게는 10만 회에서 많게는 500만 회를 웃돌았다.

연세대 폭발사건에 사용된 폭발물로 알려진 '못폭탄'(Nail bomb)도 인터넷 검색 몇 번만으로 상세한 사진이 첨부된 제조법을 찾을 수 있다.

폭발물을 만들기 위한 화약재료 종류와 함량, 무게와 조립방법에 이어 폭발위력까지 설명된 게시글도 다수 발견됐다. 클릭 몇 번이면 누구나 손쉽게 인터넷을 통해 폭탄제조법을 손에 넣고 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셈이다.

사제폭탄 제조방법을 설명하고 있는 게시물(구글, 유튜브에서 갈무리)© News1
사제폭탄 제조방법을 설명하고 있는 게시물(구글, 유튜브에서 갈무리)© News1

◇ "외국인·자생적 테러 대비를" VS "테러방지법 확대 인권약화 불러"

사제폭발물 범죄가 지속 발생하고 제조법도 쉽게 구할 수 있는 현실에서 연세대 폭발사건을 일으킨 김씨가 '폭발물'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폭탄테러에 대한 우려가 확산될 조짐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은 이제 테러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며 테러방지법을 수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만종 한국테러학회장(호원대 법경찰학부 교수)은 "연세대 폭발에 사용된 폭발물은 전문가가 만든 폭탄이 아닌 아마추어의 솜씨 같다"며 "최근 IS 등 국제테러단체가 폭발물 제조법을 인터넷에서 내려받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이를 흉내 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폭발물을 이용한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 입국하는 외국인의 수가 늘어나고 한국 사회 내에서도 갈등과 불만이 심화하는 것은 테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회장은 "김씨가 폭발물을 범행에 사용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범죄에 이용되는 폭력의 형태가 변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한국이 언제나 테러 안전지대일 것이라고 믿는 '안전불감증'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혼자 계획하고 단독적으로 테러를 실행하는 '자생적 테러'의 위험성을 거론하며 "CJ빌딩 폭탄 사건과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서울역 물품보관함 폭발사건 등도 한 예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학회장은 "테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이라며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최소한의 범위에서 테러의 위험을 방지할 수 있도록 '테러방지법'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어 "테러방지법의 궁극적인 목적이 안보와 국민안전에 있다는 사실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테러방지법 확대는 '형벌 과잉'문제를 낳고 신체권이나 집회의 자유 등 기본권 침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박지순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테러 모방범죄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테러에 대한 개념이 명확히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테러방지법을 확대하면 '형벌 과잉'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연세대 폭발사건도 현행 형법의 조항을 통해 가중처벌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테러의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지, 테러의 개념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어느 정도의 규제를 가할 것인지 등에 대한 고민 없이 테러방지법의 적용을 확대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박 교수는 또 "테러방지법이 강화되면 필수적으로 인권은 약화된다"며 "테러방지는 테러의 예비·음모단계부터 규제되기 때문에 단체나 개인에 대한 사전적 통제나 검열, 나아가 정치적으로 악용될 경우 집회·시위의 자유까지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테러의 개념과 범위가 모호한 상황에서 규제가 강해지면 특정 국가기관에 의한 자의적인 통제와 억압이 벌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과거에는 국가보안법이 정치적 탄압의 수단이 됐듯이 새로운 형태의 테러방지법이 인권을 억압하는 도구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충분한 준비와 고려 없이 테러방지법을 확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잘라 말했다.

1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공학관에서 발생한 테러 의심 폭발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폭발장치 등 잔유물. © News1 © News1
1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공학관에서 발생한 테러 의심 폭발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폭발장치 등 잔유물. © News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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