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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건우, 연주 홀린 자폐성장애인 다가오자 '하르방 미소' 활짝

제주해비치 아트페스티벌 '지적 장애우과 함께하는 백건우의 음악여행'

(제주=뉴스1) 박정환 기자 | 2017-06-12 09:01 송고 | 2017-06-21 10:51 최종수정
피아니스트 백건우 © News1
피아니스트 백건우 © News1

첫 곡인 바흐의 프랑스 모음곡 제5번이 흘러나오던 도중이었다. 장애인 문정영 씨(자폐 2급·25)가 객석에서 갑자기 일어나 피아니스트 백건우(70)에게 다가갔다. 분홍 줄무늬 셔츠를 입은 문 씨는 피아노 건반에 손을 내밀며 백건우 옆에 함께 앉으려 했다.
백건우는 미소 띤 얼굴로 문 씨를 바라보며 연주를 이어갔다. 피아노 의자가 좁아서 문 씨가 머뭇거리는 사이 관계자들이 그를 안전하고 정중하게 객석으로 안내했다. 11일 오후 제주 제주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 '지적 장애인과 함께하는 백건우의 음악여행'에선 문 씨를 비롯해 장애인 2명이 무대에 올라오는 작은 소동이 있었다.

'건반 위의 구도자'라 불리는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지적장애인을 위해 다시 제주 무대에 섰다. 세월호 참사 100일인 2014년 7월24일 단원고 수학여행 학생 325명을 태운 세월호가 입항할 예정이던 제주항에서 공연한 이후 3년 만이다. 제주 거주 지적장애인 325명을 비롯해 제주시민 약 700명이 모인 이번 공연을 즐겼다.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이하 '한문연')가 주최하는 제10회 제주해비치 아트페스티벌 초청공연인 이번 연주회에는 한국자폐인사랑협회 제주지부, 성인발달장애인힐링센터, 제주시 장애인성폭력피해자 보호시설, 장애인부모회 소속 장애인 325명을 위해 무료로 열렸다.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이번 공연의 취지에 공감해 개런티를 받지 않았다.

백건우는 바흐의 프랑스 모음곡 제5번,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제10번 G 장조, 작품번호 14-2번을 연주하고 마지막 곡으로 리스트의 바흐 이름(B-A-C-H)에 따른 판타지와 푸가를 들려줬다.
사회를 맡은 김혜경 한문연 회장은 "백건우 선생께서 지적장애인이 클래식을 편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연주곡을 직접 선정했다"며 "장애인 여러분과 보다 가깝게 있고자 피아노의 위치를 무대가 아니라 오케스트라 반주석에 설치했다"고 밝혔다.

공연을 마친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기자와 만나 "정영 군이 함께 연주하고 싶어했다"며 "평소라면 함께 앉아서 연주했을 텐데 공연 도중이라서 연주를 멈출 수가 없었다"고 했다. "내 연주를 마음에 들어했다는 그 아이만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공연 후 문정영 씨는 오늘 공연에 대해 "좋았어"라고 짧게 말했다. 문군의 어머니는 "아들은 오늘 연주자가 피아니스트 백건우인지 몰랐다"며 "몇 개월 전 이곳에서 열린 재즈 피아니스트 임학성 연주회를 함께 감상했는데 피아노 선율만 들으면 임학성을 찾는다"고 했다. 또 "사실대로 써달라. 그래야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짧은 소동을 제외하곤 객석의 집중도는 놀라웠다. 영화배우인 아내 윤정희 씨는 객석 중간에서 연주회를 감상한 후 "작은 소동이 있었지만 아이들이 음악에 집중해서 놀라웠다"며 "이런 공연을 하게 된 것 자체가 뜻 깊다"고 했다.

백건우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음악회를 즐길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며 "우리가 이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 감상할 수 있는 방을 따로 만드는 등 다양한 방법을 찾아봐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그는 2015년 프랑스 카페에서 겪었던 사연도 소개했다. "젊은 친구들이 카페에서 유쾌하게 놀고 있었는데 한 명이 갑자기 '간질' 증세를 보였다. 다른 친구들이 당황하지 않고 친구를 도왔다. 카페에 있는 모든 손님이 이들에게 응원을 보냈다. 우리도 장애를 멀리하기보다 열린 마음으로 대했으면 좋겠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이번 공연에 초대된 장애인 숫자는 우연의 일치지만 세월호에 탑승한 단원고 수학여행 학생숫자와 일치했다. 백건우는 세월호 참사 100일인 2014년 7월24일 제주항에서 무료 추모연주회를 개최한 바 있다. 그는 뒤늦게 이 사실을 듣고서 "세월호 때는 참 힘들었다"며 "당시엔 무거운 마음에서 연주했지만 오늘은 즐거운 마음에서 무대에 올랐다"고 했다.

한편, 이번 연주회에는 '제10회 제주해비치 아트페스티벌'(이하 해비치 축제) 개막을 알리는 특별 프로그램이다. 제주도민의 문화 향유권을 보장하고 국내·외 관광과 공연 유통을 활성화하기 위해 2007년부터 매년 개최되는 해비치 축제는 12일부터 15일까지 제주 전역에서 열린다.

해비치 축제를 주최하는 김혜경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장은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제주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은 문화예술 종사자 및 지역민들과 소통의 장을 열어왔다”며 “최정상 공연과 다양한 볼거리가 마련된 이번 특별프로그램으로 잊지 못할 추억과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그램들은 모두 무료로 진행된다. 자세한 내용은 제주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 홈페이지(www.jhaf.or.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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