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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비 50만원 연극 '모범생' 호평 속 10주년 맞다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2017-06-09 08:53 송고
연극 '모범생' 공연 장면 © News1
연극 '모범생' 공연 장면 © News1

연극 '모범생' 무대에 놓인 건 10년 전 초연 때처럼 책걸상 4개가 전부였다. 이 작품은 원래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2007년 상반기 인큐베이터 공연이었다. 당시 대학생 지이선(40) 작가와 전인철 연출(42)은 지원 예산 50만원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했다. 이들은 책걸상 4개만 써서 무대제작 비용을 최소로 줄였고, 전체 내용에서 절반만 공연했다.

조행덕 PD는 희곡의 가능성을 인정해 같은 해 하반기 아룽구지 소극장에서 대학로 데뷔를 제안했다. 연극 '모범생'은 엘리트의 현재와 과거를 교차해 보여준다. 검사, 회계사, 국회의원 보좌관이 된 이들은 명문 외고 동창생들이며 3학년 중간고사 컨닝 사건에 얽혀 있다.

김태형(40)은 원래 대학로 초연에서 조연출로 참여했으나 전인철이 도중 하차하자 대타로 연출을 맡게 됐다. 김 연출은 책걸상 4개뿐인 학교 공연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특유의 '배우 노동집약적 연출'과 조명을 적극 활용한 장면 설정으로 평단의 호평과 흥행을 동시에 끌어냈다. 바로 동갑내기 지이선 작가와 김태형 연출 콤비의 10년 출발을 알린 순간이었다.

연극 '모범생'은 윤나무, 강기둥, 김슬기, 김대종, 홍우진 등 대학로 스타배우를 발굴해내며 640회 이상 재공연했다. 김태형 연출과 지이선 작가는 연극과 뮤지컬을 오가며 흥행작을 쏟아냈다. '로기수' '벙커 트릴로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등 지난 10년간 흥행한 연극과 뮤지컬에선 이들 콤비의 이름이 쉽게 찾을 수 있다.

지이선 작가는 지난 9일 대학로 드림시어터에서 열린 연극 '모범생' 간담회에서 "대학로 최고의 악연이 이렇게 시작됐다"며 "이젠 서로를 믿고 과감히 싸울 수 있다"고 했다. 김태형 연출은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전우(戰友)"라며 "초연 때 '10년 뒤에도 이 작품을 공연하면 슬플 것 같다'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고 했다.

김 연출은 "10년 전 우리는 사회에 화가 난 상태"였다며 "연극 '모범생'이 10년 뒤인 지금에는 우리 사회에서 더이상 통하지 않는 납득불가한 이야기가 되길 바랐다"고 했다. 이어 "좋은 성적을 위해서라면 영혼이라도 팔 것 같은 무한경쟁이 지금도 반복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 작가는 "어느 작품이든 굉장히 치밀하게 접근하는 연출가"라며 "특히 배우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많아서 공연을 끝낸 무대의상을 햇볕에 말리면 옷에 소금결정이 생긴다"고 했다. 이에 김 연출은 "작가가 봤을 때 창피한 장면을 만들어주고 싶지 않았다"며 "서로에 대한 호승심이 있다"고도 했다.

이들은 콤비 10주년을 맞아 즉흥 형식의 공연인 '내일 공연인데 어떡하지!' 등 실험적 신작을 준비하고 있다. 김태형 연출은 "지난 10년간 상업극판에서 일해왔는데 내년에는 육아에 전념하면서 문제적 작품을 준비해보겠다"고 했고, 지이선 작가는 "다음 세대에게 영감을 주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겠다"고 했다. 이들은 10년간 콤비로 활동했지만 부부는 아니다. 지 작가는 독신이고, 김 연출은 뮤지컬 배우 이영미와 결혼했다.

연극 '모범생들'에는 10주년을 기념해 이제까지 출연한 배우 22명이 모두 출연한다. 중산층 집안의 장남으로 내신 1등급이면 인생도 1등급이 될 수 있을 거란 신조를 가지고 있는 명준 역에는 이호영·윤나무·강기둥·김도빈·문태유가 캐스팅됐다.

제주도 과수원집의 외아들로 신분 상승의 욕구가 강하지만 눈치 없고 장난기가 많은 수환 역에 김슬기·정순원·김지휘·안세호·안창용이 캐스팅됐다. 졸부집 아들로 명준과 수환에게 이용당해도 우정이라 믿는 단순 무식한 종태 역에 김대종·홍승진·임준식·양승리·박은석·권동호가 함께 한다. 명문가의 아들로 명석하지만 비열한 반장 민영 역에 홍우진·김대현·문성일·강영석·조풍래·정휘가 발탁됐다.

8월27일까지. 서울 대학로 드림씨어터 4관. 전석 5만원. 문의 1588-5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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