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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사칭 남성에 성추행 당할 뻔했는데" vs "혐의적용 어렵다"

성북경찰서, 혐의 적용 어렵다며 고소장 접수 안해
실제 피해 상황 발생하고 나서야 참고인 조사 받아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2017-06-07 06:00 송고 | 2017-06-07 09:17 최종수정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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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 지망생인 A씨(25·여)는 최근 방송사 PD를 사칭해 자신에게 접근한 뒤 성상납을 요구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남성 B씨를 성북경찰서에 신고했다.  

하지만 A씨의 고소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형법상 혐의 적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A씨는 실제 성추행 관련 피해를 입어야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경찰의 답변을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B씨가 A씨를 속이기 위해 사칭한 공영방송 PD는 국가 공무원으로 분류가 안돼 공무원자격사칭죄도 적용하기 힘들다는 설명이었다.

A씨는 "(고소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니) 금전적 피해나 성적 피해를 봐야 수사가 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며 "큰일이 나야 고소를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실망을 많이 했다"고 토로했다.

A씨에 따르면 B씨는 "내가 공영방송 PD이고 평창 동계올림픽을 총괄하게 됐다"며 "올림픽 개막식에서 배우 유아인과 키스신을 하는 춘향이 역할이나 리포터를 시켜주겠다"고 속였다.

A씨는 공영방송 PD라는 말에 속아 성북구 한 카페에서 B씨를 만났지만 B씨가 성상납 취지의 발언을 하자 이상한 느낌이 들어 연락을 중단했다.

평소 아나운서를 꿈꾸던 대학생 C씨(24·여)도 B씨에게 속은 것을 안 뒤 경찰에 수사 의뢰를 했으나 거절당했다.

C씨는 B씨와의 통화에서 "면접을 진행하려고 하는데 지금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 알 수 있냐"는 말을 듣고 수치심을 느꼈다고 경찰에 호소했지만 허사였다.

최근 취업난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대학생들이 이처럼 특정 직업을 사칭한 범죄꾼들의 표적이 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지난달 한 대학은 학교 홈페이지에 '교직원 사칭 학생 피해 사례 공유 및 개인정보보호 철저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지사항을 게재하기도 했을 정도였다.

한 대학 홈페이지에 올라온 '교직원 사칭 학생 피해 사례 공유 및 개인정보보호 철저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지사항.(홈페이지 캡처) © News1
한 대학 홈페이지에 올라온 '교직원 사칭 학생 피해 사례 공유 및 개인정보보호 철저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지사항.(홈페이지 캡처) © News1

답답함을 토로하던 A씨와 C씨에게 최근 서울 성북경찰서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으라는 연락이 왔다.

공영방송 PD를 사칭해 자신들을 농락한 B씨가 또다른 여성을 상대로 범행을 저질러 경찰에 붙잡힌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4월 중순쯤 공영방송 PD를 사칭하는 수법으로 A씨와 C씨 외에도 또 다른 피해 여대생 3명에게 접근했다. 이후 강북구 한 카페에서 만난 뒤 "모텔로 가자"며 유인해 신체적 접촉을 한 것으로 드러나 현재 구속(간음목적유인 혐의) 상태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와 C씨의 경우는 별도로 범인을 처벌할 만한 근거가 없었다"며 "범인이 잡힌 후 이런 범행이 여러 학생을 대상으로 이뤄졌다는 걸 재판과정에서 피력하려고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봉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칭죄 같은 경우 법의 범위가 민간영역으로 무분별하게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준 권력기관정도 기관 사칭은 범죄예방 차원에서 법적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hanant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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