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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창업, 씨 뿌리는 단계인데 열매 수 세고 있어"

[인터뷰]목영두 르호봇 비즈니스 인큐베이터 대표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2017-06-04 12:00 송고 | 2017-06-05 09:06 최종수정
목영두 르호봇 비즈니스 인큐베이터 대표가 서울 마포구 르호봇 프라임 공덕 비즈니스 센터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5.25/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목영두 르호봇 비즈니스 인큐베이터 대표가 서울 마포구 르호봇 프라임 공덕 비즈니스 센터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5.25/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학생들이 자기가 생각하는 것을 마음껏 시도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대학생 창업은 씨를 뿌리는 단계인데 우리는 열매 수를 세고 있다."

국내 '창업학 박사 1호'이기도 한 목영두 르호봇 비즈니스 인큐베이터 대표는 인터뷰 내내 '시도'를 강조했다. 이미 우리 경제구조는 취업만으로 고용을 창출하기에는 한계에 다다랐다. 어느 정부가 들어서도 창업을 통해 고용을 창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학생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취업이 결코 안정적인 선택이 아니다. "30세에 사회에 나온다고 하면 45세에 그만두어야 한다. 70세까지 어떻게 사나. 미래학자들은 직업을 열 번 바꾸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한다. 각자 하는 일이 직업이 되는 시대이다. 내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취업과 창업을 왔다갔다 할 수 있어야 한다."

목 대표는 "'창업을 할 거야'가 아니라 '창업을 할 수도 있어'로 생각을 바꿔야 한다"며 "대학 다니는 동안 자기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두려워하지 않고 마음껏 시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자기주도적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는 기업가정신 교육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청년창업이 정부 일자리 정책의 주요 화두로 자리잡은 지는 이미 오래다. 문재인정부도 일자리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청년창업 활성화를 약속하고 있다. 목 대표는 "긴 호흡으로 청년들이 자기 의지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면서도 "나눠주기식 정책을 지양하고 제대로 준비된 학생들을 도와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1998년 설립된 르호봇은 토종 비즈니스 인큐베이팅 브랜드이다. 공유 오피스를 시작해 몇 년 전부터는 인큐베이팅에 초점을 맞춰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국내에 43개, 해외에 3개의 비즈니스 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4200여개 기업이 이용하고 있다. 위워크(Wework) 등 외국계 기업과 대기업의 시장진출에도 국내 최다 비즈니스 센터 수와 오랜 인큐베이팅 노하우로 업계 우위를 지키고 있다.

목 대표는 "'르호봇'은 히브리어로 '넓은 땅'이라는 뜻이며 '마르지 않는 샘물'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며 "르호봇에서 시작하는 많은 창업기업들이 우물에서 나오는 물을 마시고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단순 공간 비즈니스에서 벗어나 커뮤니티 서비스, 인큐베이팅 서비스로 확대해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창업선도대학, 대학창업 5개년 계획 등 정부 부처별로 다양한 창업 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 대학에서 창업교육, 제대로 되고 있다고 보나.
▶2018년부터 초· 중·고에서 기업가정신 교육이 의무화되는데, 우리는 기업가정신 교육과 창업교육을 혼동하고 있다. 창업교육은 창업을 하려고 마음 먹은 사람에게 창업 프로세스를 알려주는 것이다. 기업가정신 교육은 자기 주도적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대학생 창업교육은 창업이라는 행위보다 생각하는 것을 시도해 보도록 하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이를테면 모판에 씨를 뿌려서 싹이 나도록 하고, 그 중 튼실한 싹을 화분으로 옮겨야 한다. 지금은 씨를 뿌리는 단계인데 예산이 투입되다 보니 사업자등록 몇 명 했고, 몇 명 고용했고, 매출은 얼마, 이렇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 이제 씨앗을 뿌렸는데 사과 열매 수를 세고 있는 것과 같다.  
또 하나, 기업가정신이든 창업교육이든 마윈이나 마크 주커버그를 만들려고 한다. 성공한 지금의 마윈과 주커버그를 바라보고 있다. 수도 없이 실패한 마윈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마윈이 있는 것이다. KFC 직원에 지원했다가 24명 붙고 한 명 떨어졌는데 그 한 명이 마윈이다. 경찰공무원시험에 응시했다가 네 명 붙고 한 명 떨어졌는데 그 한 명이 마윈이다.  
마윈과 주커버그는 정규분포 곡선에서 상위 1%에 속한다. 대다수 학생들은 몸통에 있다. 이 몸통들이 자기 생각을 시도해서 자기 미래에 한발을 내밀 수 있게 하는 교육이 되어야 하는데 우리는 마윈과 주커버그만 길러내겠다고 한다.

-창업했다가 실패했을 때 재기할 수 있는 기반이나 여건이 열악한 것 아닌가.   
▶실패의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한다. 미국에서 성공한 기업의 평균 부도횟수가 2.6회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 중국의 최근 데이터를 보면 성공한 사람들의 창업 횟수가 평균 2.8회로 나온다. 학습을 통해서 성공하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백업이 된다. 실제로 미국 통계를 보면 창업했다가 실패한 사람이 2년 안에 재창업하는 비율이 6분의 1, 3년 내 재창업 비율이 3분의 2이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을 줄 안다는 말과 같다. 실패는 위험 관리와 연동된다. 위험관리는 계획대로 안 됐을 때 한 단계 늦추거나 접는 용기이다. 실패해야 할 시점에 실패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래서 청년들에게는 '린 스타트업'(Lean Startup)을 권장하는 것이다. 가벼운 창업을 해야 쉽게 접을 수 있다. 청년들은 아이디어나 혁신은 가지고 있는데 경험이 없다. 혁신은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것이다. 생각을 바꾸면 혁신할 수 있다. '탐스 슈즈'(TOMS shoes)라는 게 신발의 기능을 혁신한 게 아니다. 신발 파는 기술을 혁신한 것이다.

-청년창업이라는 게 결국 일자리 대책의 일환인 것 같다. 취업이 잘 된다면 굳이 창업을 강조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  
▶우리나라 경제구조가 이미 바뀌었다. 어떤 정부가 들어와도 창업 정책을 펴지 않을 수 없다. 기존 구조로 취업률을 높여 고용지표를 개선할 방법이 없다. 결국 창업을 통해 고용을 창출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창업으로 고용이라는 성과를 내려면 시간이 걸린다. 긴 호흡으로 봐서 청년들이 자기 의지를 실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하고, 싹이 나오면 지속적으로 지원해 큰 기업이 되어 고용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창업도 눈에 보이는 아이템은 있을 건 다 있다. 새로운 것을 발명하는 게 아니라 융합을 통해서 나와야 한다. 이건 많은 시도 속에서 나올 수 있고 혁신적 생각에서 나올 수 있다. 젊은 창업자들은 아직 색깔이 안 입혀져 있어 가능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자리를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동시에 청년창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확대하겠다고 한 게 대표적인데.
▶중소벤처기업부 신설은 예전부터 시장전문가들이 많이 지적했던 것이다. '청'에서 '부'가 되면 일단 입법권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사업과 정책들이 통합되면서 효율성도 높아진다. 예전에는 부처끼리 경쟁적으로 베끼는 일도 있었다. 반대로 전문성이 결여된다는 지적도 있다. 통합적인 것은 '부'가 하되 전문적 영역은 전문성을 인정해 서로 조정해 가면서 풀어가야 한다. 

목영두 르호봇 비즈니스 인큐베이터 대표가 서울 마포구 르호봇 프라임 공덕 비즈니스 센터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5.25/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목영두 르호봇 비즈니스 인큐베이터 대표가 서울 마포구 르호봇 프라임 공덕 비즈니스 센터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5.25/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청년 창업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르호봇만의 지원책 같은 것도 있나.
▶창업도 포함하지만 창업 이전 단계로 '기업가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기업가센터에는 '융합인재사관학교'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기수당 20명 정도를 뽑아 6개월간 기업가정신을 교육한다. 전남대, 한양대와 위탁프로그램을 운영했고, 지금은 서울과학기술대 학생들을 위탁교육하고 있다. 서울 신촌에 르호봇 'G캠퍼스'라는 코워킹 스페이스도 운영하고 있다. G는 글로벌을 뜻한다. 글로벌 취·창업 인턴십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R#'이라는 인큐베이팅 프로그램도 있다. '#'은 반올림 표시로, 한 단계 올려준다는 뜻이다.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현장 전문가로서 청년창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대학생들에게 창업교육이 아니라 기업가정신 교육을 시켜야 한다. 이게 창업교육이랑 맞물리면서 뒤틀리고 있다. 또 하나. 대학생 창업자들에게 돈을 줄 때 너무 쉽게 주어서는 안 된다. 너무 쉽게 주면 준비 안 된 청년들이 가져간다. 무늬만 창업가가 양산될 수도 있다. 나눠주기식 정책은 이제 지양하고 제대로 된 팀을 도와줘야 한다.

-창업을 생각하는 대학생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대학 다니는 동안 자기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두려워하지 않고 마음껏 하라는 게 첫번째이자 마지막이다.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실현하는 걸 너무 두려워한다. 기성세대의 잘못이기도 한데, 꿈을 강요한 측면도 있다. 작은 일이든 큰일이든 마음껏 해봐야 한다. 해봐야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하면 좋을지 알 수 있고, 내 길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창업을 안 하더라도 '창업을 할 거야'가 아니라 '창업을 할 수도 있어'로 생각을 바꿔야 한다.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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