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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세라니"…英 메이 '헛발질'에 총선 압승 멀어지나

과반 의석 난망해진 집권 보수당의 '3가지 실수'
지나친 메이 기대기와 '치매세'…재도약 가능할까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2017-05-31 17:34 송고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 AFP=뉴스1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 AFP=뉴스1

영국 조기 총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집권 보수당의 우세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당초 압승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 테레사 메이 총리와 보수당. 하지만 이들이 최근 연이은 '헛발질'로 인해 스스로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보수 성향의 미국 시사지 내셔널리뷰는 30일(현지시간) 근래 들어 보수당의 압승 여론이 다소 사그러든 배경에 대해 집권당이 저지른 적어도 3가지 실수가 있었다고 밝혔다.

보수당의 첫 번째 실수는 메이 총리의 개인적인 카리스마에 과도하게 의지한 것이었다. 메이 총리는 취임 당시 침착하고 유능하며 권위 있는 모습으로 영국인에게 호감을 받았다.

특히 메이 총리는 임기 초반 존재감이 묵직했다. 그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는 브렉시트다" 또 "정치는 게임이 아니다" 등의 단호한 언사를 써가며 상식 있고 두말 않는 보수라는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각인시켰다.

내셔널리뷰는 이에 따라 보수당이 메이 총리의 믿음직스러운 이미지에 의존해 유세 전략을 짜기 시작했으며 심지어 메이 총리를 보수당 캠프의 화신(化身) 격으로 떠받들었다고 평가했다. 이는 유세를 부실하게 하는 요인이 됐다.

두 번째 실수는 이처럼 지나친 '메이 기대기'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보수당은 메이 총리의 강직한 품성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비(非)인기 정책을 이번 총선 공약으로 내걸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첫 반응은 "우리 총리가 아주 저돌적이다" 등의 부류였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 공약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메이 총리가 보수당 지지자들과 회합하는 모습. '안전한 나라' '강한 경제' 등의 유세 구호가 돋보인다. © AFP=뉴스1
메이 총리가 보수당 지지자들과 회합하는 모습. '안전한 나라' '강한 경제' 등의 유세 구호가 돋보인다. © AFP=뉴스1

보수당이 내세운 정책은 노인들의 요양비와 관련한 사회복지제도 개혁이었다. 그런데 이에 따르면 노인이 보유한 주택의 가치까지도 소득 기준에 포함돼 누구든 집을 가진 65세 노인들은 요양비 '폭탄'을 안게 된다는 계산이 가능했다.

야당인 노동당은 즉각 이를 '치매세' 정책이라고 이름 붙였다. 주로 집에서 요양해야 하는 치매 노인들이 이 정책의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야당 지지세가 강한 청년들 뿐만 아니라, 여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노인들 사이에서도 반발이 나왔다. 어르신들이 실망하자 보수당 지지율은 흔들렸다. 이른바 일거양실(一擧兩失) 정책이었다.

세 번째 실수는 그 직후 나왔다. 메이 총리는 치매세를 공약에서 철회한다고 밝혔고 이는 메이 총리의 "강하면서도 안정적인" 이미지를 크게 훼손했다. 비난 여론이 나오자마자 주요 공약을 바꾸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메이 총리는 더 이상 강력하지 않아 보였고 심지어 불안정해 보였다.

보수당의 이 치매세 정책은 총선을 일주일 앞둔 현재까지도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바뀔지 불명확하다.

보수당은 주택 가치가 소득에 포함되는 상한선을 설정하겠다고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상한선이 얼마인지 발표되기 이전까지는 "보수당은 위기에 처한 셈이다"고 내셔널리뷰는 지적했다. 게다가 이 상한선이 노인들로부터 너무 낮다는 비판을 받으면 위기는 투표 직전까지 장기화될 전망이다.

내셔널리뷰는 보수당이 이에 따라 '고약한 정당'(nasty party)이라는 과거의 악명을 되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여기에서 회복하기 전까지는 보수당의 강세 이슈인 브렉시트 등에서도 힘을 내지 못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대로라면 보수당 지지율은 크게 낮아졌을 것 같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22일 맨체스터 테러로 인해 한숨을 돌렸다. 여론이 치매세에서 테러로 분산됐기 때문이다.

사실 메이 총리는 국내 안보를 관할하는 내무장관을 지난 6년 간 지내 왔기 때문에 이번 테러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하지만 희생자들을 향한 감정적인 여론은 정부 당국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세간의 관심을 돌려 버렸다고 내셔널리뷰는 지적했다. 또 노동당 당수인 제러미 코빈이 과거 영국 내 다수의 테러를 벌인 아일랜드공화군(IRA)을 지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서, 테러와 관련해서라면 "외눈박이(메이)가 맹인(코빈)보다 낫다"는 여론이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당수. © AFP=뉴스1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당수. © AFP=뉴스1

코빈 당수가 청년층으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도 보수당의 발목을 잡는 요인 중 하나다. 코빈 당수는 18~35세 유권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데 보수당은 치매세 논란으로 인해 노인층에서 세를 잃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 조사에 따르면 보수당은 6월8일 조기 총선에서 현재 확보한 330개 의석 중 20개를 잃을 전망이다. 과반 의석(326석)에서 16석이 모자란다. 반면 노동당은 30석에 가까운 자리를 추가할 것으로 보인다.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 메이 총리가 여러 차례 공언해 온 하드 브렉시트는 물론 곧 첫 테이블이 마련될 유럽연합(EU)과의 협상에 있어서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icef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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