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시나쿨파] 트럼프 vs 메르켈, 서방 질서 붕괴 조짐

(서울=뉴스1) 박형기 중국 전문위원 | 2017-05-30 18:01 송고 | 2017-05-31 06:45 최종수정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7일 (현지시간)  유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G7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온 메르켈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전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이웃은 없다며 유럽의 운명은 유럽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 AFP=뉴스1 © News1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7일 (현지시간)  유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G7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온 메르켈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전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이웃은 없다며 유럽의 운명은 유럽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 AFP=뉴스1 © News1 

서방 중심 세계 질서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에 이어 미국의 탈 유럽 가속화로 서방 중심의 세계 질서가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영국의 유력지인 파이낸셜타임스는 29일 칼럼을 통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미국에 더 이상 의지할 수 없다”고 발언하는 등 유럽과 미국, 즉 서구의 동맹이 와해 징후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중한 성격인 메르켈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던졌다. 메르켈 총리의 발언은 G7(선진 7개국)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EU간 불협화음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G7이 채택한 공동성명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로 기후변화협정 이행 관련 내용을 담지 못했다. G7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제한하는 파리 협정 이행을 재확인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주에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물러섰다. 사실상 거부 의사를 나타낸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전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유럽이 더 많은 방위비를 분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대독일 무역 적자와 관련 “독일은 나쁘다, 매우 나쁘다"고 말했다.

이같은 맥락에서 메르켈 총리가 "미국에 더 이상 의존하지 않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이는 9월 총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야당이 반트럼프의 기치를 높이 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맹방이었던 양국 관계에 금이 간 것은 사실이다.

G7 및 나토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정상들과 불화를 야기했다. 특히 몬테네그로 총리를 밀치고 포토라인 앞으로 나서는 트럼프의 모습은 무례를 넘어 깡패에 가까웠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악수도 ‘악수 전쟁’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기괴한 장면이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가 필요 없다. 나토는 원래 목적이 구소련 견제였다. 그런데 구소련은 이미 해체됐고, 트럼프는 구소련의 후신인 러시아와 깊은 연관을 맺고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러시아를 견제할 이유가 전혀 없다. 따라서 이제는 나토도 무용지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노선도 나름대로의 논리가 있는 것이다.

나토 결성 이후 미-유럽간 관계가 최악에 빠지는 등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 주도의 서방질서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웃는 사람은 딱 한 사람이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다.

영국이 브렉시트를 선언했을 때, 쌍수를 들고 환영했던 나라가 중국이었다. 이에 비해 일본은 큰 우려를 표명했었다. 일본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G7 회원국이다. 일본은 현재의 서구 질서가 유지돼야 중국을 견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중국은 현재의 서방질서가 깨져야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외교굴기를 위해 맹활약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가만히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이 활동할 공간을 계속 넓혀주고 있으니 말이다. 

네이버 갈무리
네이버 갈무리

G7으로 대표되는 서방 중심의 세계 질서도 이제 해체돼야 할 시점이다. 현재 G7은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다. 그러나 경제 순위는 사뭇 다르다. IMF가 예상한 2017년 국내총생산(GDP) 순위는 다음과 같다. 미국, 중국, 일본, 독일, 영국, 인도, 프랑스, 브라질 순이다. 현재의 G7에서 캐나다와 이탈리아가 빠지고, 중국과 인도가 들어가야 한다. 브라질은 8위다. 수년 내 프랑스를 제치고 브라질이 경제규모로 G7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G7은 이미 대표성을 상실한 것이다. 트럼프가 아니더라도 세계 질서가 재편돼야 할 시점이다.

 
 



sinopark@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