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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학종'도 손보나…면접·자기소개서 폐지 가능성↑

김상곤, 입시 사교육 유발 요소로 지목
현장서는 찬반 갈려…공교육 강화 vs 깜깜이 전형 심화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2017-05-29 17:57 송고 | 2017-05-29 18:11 최종수정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지난 3월22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대영초등학교에서 교육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다 (뉴스1 DB) © News1 허경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지난 3월22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대영초등학교에서 교육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다 (뉴스1 DB) © News1 허경 기자

문재인정부가 대입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평가요소를 손볼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의 교육공약을 총괄한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최근 학종에서 면접과 자기소개서를 순차적으로 폐지하겠다고 공언하면서다. 학종은 내신 등 교과활동과 동아리·봉사활동·독서 등 비교과 활동을 두루 반영해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으로 학생부와 자기소개서, 면접 등이 주요 평가요소로 꼽힌다.  
김 전 교육감은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원탁토론아카데미 주최로 열린 교육포럼에 참석해 "학종에서 면접, 에세이(자기소개서), 추천서 등을 줄여나가고 궁극적으로는 해소하자는 게 교육공약 중 입시분야의 주요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정부 교육공약을 설계한 당사자로 유력한 새 정부 초대 교육부장관 후보로 꼽히고 있다.

김 전 교육감은 입시 사교육 문제를 거론하는 가운데 이 같은 방향을 밝혔다. 학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면접, 자기소개서 작성을 위해 사교육의 도움을 받는 것을 제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전 교육감은 "한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늘어나는 교육비 부담, 점점 심화하는 교육경쟁"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추진할 교육정책은 이러한 병폐를 해소하자는 취지와 방향으로 설계됐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교육부가 최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제출한 업무보고서에는 해당 내용은 담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 대선캠프 교육정책팀 관계자는 "학종의 주요 평가요소 중 학생부를 제외한 자기소개서나 면접은 사교육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게 현실"이라며 "학종이 현장에 안착했고 고교교사나 대학 입학사정관들의 역량도 크게 높아졌으니 공교육을 더 강화하는 차원에서 이 부분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면접이나 자기소개서뿐 아니라 학생부 기재 요소 중에서도 사교육을 유발하는 교내대회 등도 폐지하자는 의견도 검토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학생부에는 교내대회 수상경력을 기재할 수 있는데 그동안 고교 현장에서는 수상이력을 쌓기 위해 사교육의 도움으로 대비하는 사례가 많았다.

고교·대학 등 입시 현장에서는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찬성 측에서는 사교육 유발 요소가 사라져 공교육이 강화될 것이라고 반기고 있다.

최진규 충남 서령고 교사(진로진학상담교사)는 "만약 면접과 자기소개서가 점진적으로 폐지될 경우 학생부의 가치는 서서히 오를 것"이라면서 "교사들은 학생부를 허투루 기재할 수 없으니 더욱 신뢰도를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다. 학생들은 학교라는 틀 안에서 좀 더 교과·비교과 활동에 집중할 계기가 되니 학종 도입취지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입학사정관은 "학종이 입시현장에 안착하면서 현재 대학에서도 학생부만으로도 가치 있는 학교생활을 한 학생들을 발견할 수 있는 역량이 생겼기 때문에 충분히 이행 가능한 방향"이라면서도 "다만 학교 유형이나 지역에 따라 학교 교육과정 격차가 존재해 학생부의 차이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학생부의 내용을 충분히 담을 수 있도록 글자 수 제한을 해소하는 등 개선 방향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학종의 핵심평가 항목을 줄이면 학생선발 근거가 약화해 그야말로 '깜깜이 전형'이 된다는 반대 목소리도 나온다.

조효완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장(광운대 입학사정관실장)은 "자기소개서와 이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면접은 학생부뿐 아니라 서류의 진위 여부를 재점검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평가항목"이라며 "지금도 금수저 논란이 불거지는 가운데 학생과 학부모의 신뢰도를 더 떨어뜨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일반고 교사는 "현재 특정대학 특정학과에 지원한 학생들의 학생부 내용을 보면 비슷비슷하다"며 "면접과 자기소개서는 이 같은 판박이 학생부 속에서 학생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인데 이마저도 없애면 결과적으로 추첨으로 뽑을 수밖에 없거나 학생부교과전형과 다를 바 없는 거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kjh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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