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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월드컵] 아찔했던 정태욱 실신, 신태용호는 '천안'에서 하나 됐다

(천안=뉴스1) 임성일 기자 | 2017-05-29 15:08 송고
지난 3월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4개국 친선대회에서 경기 중 실신을 했던 정태욱(왼쪽)과 가장 빠르게 응급조치를 실시했던 이상민. 신태용호는 그날 그 경기장에서 하나로 똘똘 뭉쳤다.  © News1 문요한 기자
지난 3월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4개국 친선대회에서 경기 중 실신을 했던 정태욱(왼쪽)과 가장 빠르게 응급조치를 실시했던 이상민. 신태용호는 그날 그 경기장에서 하나로 똘똘 뭉쳤다.  © News1 문요한 기자

신태용호의 토너먼트 첫 경기 장소는 천안종합운동장이다. 한국 U-20 축구대표팀은 30일 오후 8시 유럽의 강호 포르투갈을 상대로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코리아' 16강전을 갖는다.

조별예선에서 기니를 완파(3-0)하고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까지 제압(2-1)하면서 불을 지폈던 대회 열기가 제대로 타오를 것인지 아니면 그냥 그렇게 소멸될 것인지 이 경기 결과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지금까지도 박수가 아깝지 않지만, 신태용호에 대한 훗날의 평가도 포르투갈전 결과로 엇갈릴 공산이 크다. 중요한 분수령이다.
사실 신태용 감독과 선수들이 머리에 그렸던 무대는 전주월드컵경기장이었다. 이 차이는 조별라운드를 1위로 통과하느냐 2위로 마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조건이었다. 미리 정해진 대진표 상, A조 1위는 31일 전주에서 C·D·E조 3위 중 한 팀과 16강을 치르고 A조 2위는 천안에서 C조 2위와 만나는 코스였다.

애초 목표는 1위 16강이었다. 신태용 감독은 "최소 2승1무, 조 1위가 1차적인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잉글랜드와의 3차전을 앞두고는 "이기고 다시 전주로 돌아가고 싶다. 힘들기는 했으나 어쨌든 1, 2차전을 전주에서 모두 승리했기 때문에, 좋은 기운을 다시 받고 싶다"는 솔직한 심경을 고백하기도 했다.

잉글랜드에게 아쉽게 0-1로 패한 뒤에는 에피소드도 하나 있었다. 신 감독은 "내일 이란과 포르투갈이 맞붙는 인천 경기장에 들렸다가 개인적으로 '전주'로 이동할 것"이라고 말해 기자회견장을 술렁이게 만들기도 했다. '천안으로 가겠다'를 잘못 표현한 것인데, 이내 "머리에 전주만 생각하고 있어 그랬다"고 멋쩍어했다.
결과적으로 원하는 배경은 깔리지 않았다. 큰 대회에서는 괜히 기대고 싶은 작은 것이라도 찾기 마련이라는 점에서는 승리한 기억이 있는 전주로 돌아가지 않았다는 게 아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천안도 신태용호에게는 아주 의미 있는 땅이다. 그곳에서 신태용호는 하나로 뭉쳤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U-20 대표팀은 본선을 대비하기 위해 지난 3월 '4개국 친선대회'를 소화했다. 본선이 열리는 수원, 천안, 제주를 돌면서 치르던 일종의 모의고사였다. 한국이 천안에서 맞붙었던 상대는 아프리카의 강호 잠비아. 잠비아는 C조에서 포르투갈과 코스타리카를 제치고 1위(2승1패)로 16강에 오른 만만치 않은 상대다.

당시 신태용호는 잠비아를 4-1로 대파했다. 백승호가 선제골을 터뜨렸으며 이승우가 2골, 임민혁이 쐐기골을 터뜨려 완승으로 마무리했다. 전체적인 경기 내용도 좋았고 주축들이 몫을 톡톡히 해냈다는 것도 고무적이었다. 그렇게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두던 날, 대표팀은 아찔했던 순간도 경험했다.

후반 35분 공중볼을 다투던 중앙 수비수 정태욱이 상대의 머리에 턱을 가격당한 뒤 힘없이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심상치 않은 상황을 직감한 선수들과 주심은 쓰러진 정태욱에게 달려갔다. 그중에서도 센터백 파트너 이상민은 가장 빠르고 과감하게 움직였다. 손가락을 입에 집어넣어 말려들어가는 혀를 잡고 기도를 확보했다. 그 침착한 초동대처 덕분에 정태욱은 의식을 회복할 수 있었다.

지금이야 편안하게 묘사할 수 있으나 초를 다투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그 순간 팀 전원이 한 마음으로 정태욱을 위해 집중했다. 이승우는 마음이 앞서 험한 말로 서두르라는 요구를 해 논란 아닌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런 동료들의 신속한 도움 덕분에 정태욱은 아무 탈 없이 회복할 수 있었고, 무사히 본선 엔트리에 이름을 올려 '통곡의 벽'으로 활약하고 있다.

대회를 앞두고 정태욱은 "정말로 운이 좋아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게 됐지만 그때는 아찔했다. 정말 내게는 생명의 은인들"이라며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표했고 손가락을 물리면서까지 앞장 서 정태욱을 도왔던 이상민은 "이번 일을 계기로 팀 전체가 더 돈독해진 것 같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28일 오후 충남 천안축구센터에서 U-20 축구대표팀이 훈련을 하고 있다. U-20 대표팀은 오는 30일 오후 8시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포르투갈과 16강에서 맞붙는다. 2017.5.28/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28일 오후 충남 천안축구센터에서 U-20 축구대표팀이 훈련을 하고 있다. U-20 대표팀은 오는 30일 오후 8시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포르투갈과 16강에서 맞붙는다. 2017.5.28/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사실 '단합'이란, 그저 말로 '뭉치자' '잘해보자' 할 때는 밋밋하다가 어떤 계기를 통해 급진전 되는 일이 많다. 그 계기는 '좋지 않은 일', '힘든 일'일 때 효과가 크다. 신태용호가 그러했다. 자칫 큰 사고가 날 뻔했던 위기의 순간을 가슴으로 뭉쳐서 극복하면서 그야말로 '원팀'으로 발전했다. 그 단초가 됐던 곳이 바로 천안종합운동장이다.

경기를 하루 앞둔 29일 천안에서 만난 한 시민은 "왜 전주에서 하고 싶다 했는지 모르겠다. 여기 사람들은 얼마가 기다렸는지 모른다"고 괜한 투정을 부린 뒤 "표가 다 팔렸다는데, 아마 젊은 사람들은 많이들 경기장에 갈 거다. 날씨가 벌써 여름인데, 시원하게 이겨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별 생각 없이 1위가 좋으니 전주만 떠올렸으나 어쩌면 신태용호에게 '약속의 땅'은 천안일지 모른다. 전혀 과학적이지도 분석적이지도 않은 전망이다. 하지만 지금은 좋은 것만 떠올리는 게 좋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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