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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역 참사 1년, '또 다른 김군'들은 행복해졌나

2인1조 근무 준수로 현장 안전 개선됐지만
불완전한 정규직화, 여전한 노동강도는 숙제

(서울=뉴스1) 장우성 기자 | 2017-05-28 07:00 송고
25일 오전 서울 광진구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승강장에 스크린도어 사고 1주기를 추모하는 국화가 놓여져 있다. 2017.5.25/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25일 오전 서울 광진구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승강장에 스크린도어 사고 1주기를 추모하는 국화가 놓여져 있다. 2017.5.25/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저희 아이가 무슨 잘못을 했습니까. 밥도 못먹고 시간 쫓겨 일하라고 한 것은 자기들이고, 규정을 어겼다니요. 저희 아이가 무슨 규정을 어겨가면서, 배를 곯아가면서 우리 아이가 왜 그렇게 했는데요. 그 19살짜리가 무슨 판단으로요."
새끼 잃은 어미는 절규했다. 무쇠도 소화해내는 청춘마저 파김치로 만드는 격무에도 한달 월급은 144만원. 그래도 곧 공기업 직원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동생에게 용돈을 쥐어주며 출근하던 김군이었다. 2016년 5월28일, 그 소박한 꿈은 귀청을 찢을 듯한 지하철 굉음에 산산조각났다. 그의 스무살 생일 하루 전이었다.

지난해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은성PSD 직원 김모군이 목숨을 잃은 지 1년이 지났다. '또 다른 김군들'은 여전히 하루 수십개 지하철역을 누비며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일하고 있다. 그들의 삶은 한해 사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서울시와 스크린도어 노동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2인1조' 근무 등 안전수칙은 이전보다 엄격히 준수되고 있지만 전반적인 노동환경은 아직 개선해야 할 것이 많다. 

서울메트로 선릉PSD 소속인 임선재씨는 "갑을관계였던 스크린도어 업무가 직영화되고 2인근무제가 확립된 것은 성과"라면서도 "직원들이 행복하고 자기 삶의 만족을 느껴야 시민의 안전도 책임질 수 있는데 그런 상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28일 서울시가 구의역 참사 1년을 맞아 진상규명위원회, 시민대책위원회 권고사항의 이행상황을 점검한 결과를 보면 총 85건 중 69건이 완료돼 81.1%의 이행률을 보였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특히 정규직화 과제에서는 평가가 크게 엇갈린다. 

외주업체인 은성PSD, 유진메트로컴 소속이었던 스크린도어 노동자들은 지난해 사고 이후 '안전업무직'으로 서울메트로에 정식 채용됐다. 정년이 보장되면서 일단 고용이 안정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급여도 위탁사 소속일 때 보다 평균 33.3% 인상됐다.

문제는 이들의 신분이 불완전한 정규직인 '무기계약직'이라는 점이다. 서울메트로에는 공채로 입사한 정규직인 '일반직'이 있고 스크린도어 노동자들이 속한 무기계약직인 '안전업무직'이 있다. 

일반직과 안전업무직은 취업규칙도 따로 있는 등 아직 처우에서 큰 차이가 난다. 임금 인상이 됐다지만 예전에 너무 박봉이었던데다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안전업무직의 초임은 기본급 기준 월 130만원대로 150만원대인 일반직보다 적다. 안전업무직은 호봉제 적용을 받지않아 해가 갈 수록 임금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스크린도어 노동자들에 따르면 20년이 지나면 연 1800~2400만원까지 차이가 난다. 수당 차별까지 적용하면 간극은 더 벌어진다. 

업무강도도 변함이 없다. 일반직은 4조2교대로 근무하지만 안전업무직은 3조2교대로 하루 15시간을 일한다. 지난해 38명을 신규충원 했어도 일손을 덜기에는 역부족이다. 민간위탁 시절 인력이 워낙 부족한 상태에서 출발한데다 충원도 2인1조 근무가 가능한 수준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스크린도어 노동자들이 서울메트로에 정식 채용됐는데도 퇴사자가 계속 나오는 이유다. 이 탓에 정원은 206명이지만 190명대에서 운영된다.

일반직이 주축인 서울메트로의 제1노조 서울지하철노조도 이들의 처우개선에 적극적이다. 서울지하철노조 관계자는 "안전업무직의 정규직화 요구는 차별 개선뿐 아니라 안전을 위해서도 중요한 문제다. 노동자들 사이에 위계를 두고 합리적 이유없이 차별하는 무기계약직을 유지해서는 안된다"며 "당장 어렵다면 조속한 시일 내 온전한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정부의 무임수송 비용 전가에 따른 지하철공사의 뿌리깊은 적자구조와 총액인건비를 제한하는 행정자치부의 지방공기업 평가 기준 등 현실적 고충을 토로한다. 서울메트로의 2016년 당기순손실은 1122억원에 이르는데 60%가량이 정부가 떠넘긴 65세 이상 승객 무임수송 부담액이다. 2020년까지 노후시설 투자 등에는 약 1조8000억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행자부가 정해놓은 총액인건비 기준을 넘으면 지방공기업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당장 처우문제를 해결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반직과 안전업무직을 똑같이 대우하기는 아직 어렵다"며 "노사정 대표자 협의체에서 안전업무직의 처우개선에 노력하기로 합의했으며 연내에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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