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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월드컵] 3경기 3전술, 이제는 맞는 옷이 필요하다

(수원=뉴스1) 임성일 기자 | 2017-05-27 06:00 송고
26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A조 대한민국과 잉글랜드의 경기 전 선수들이 애국가를 제창하고 있다. 2017.5.2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26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A조 대한민국과 잉글랜드의 경기 전 선수들이 애국가를 제창하고 있다. 2017.5.2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장기 레이스인 리그와 매 경기가 결승전 같은 토너먼트 대회의 운영은 차이가 있다. 호흡을 길게 가져가야하는 리그에서는 몇 가지 전술을 섞어 활용하는 게 가능하고 또 필요하다. 하지만 단기 승부에서는 가장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 게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괜히 어설픈 변화를 꾀하다가는 자신들의 꾀에 스스로 발목 잡힐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코리아'에 출전하고 있는 신태용호는 특이한 팀이다. 조별예선 3경기를 마쳤는데, 3경기 모두 다른 옷을 입었다. 2번은 성공했다. 하지만 1번은 실패했다.

기니와의 1차전은 아주 무난한 형태의 신태용호 전형이었다. 공격진은 조영욱을 꼭짓점에 두고 좌우 이승우와 백승호를 배치하는 스리톱을 가동했다. 대회가 임박할 무렵부터 사실상 고정적이었던 공격라인이다. 수비진은 캡틴 이상민과 장신 정태욱 센터백 조합에 좌우 풀백으로 우찬양과 이유현을 배치했다. 이 플랫4도 베스트라고 보는 게 맞다.

전방과 후방 사이 중앙에 배치될 미드필더 조합은 역삼각형을 택했다. 신태용 감독은 공격력이 좋은 이진현과 이상헌을 중앙에 배치하고 그 아래 수비형MF 이승모를 놓았다.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틀 속에서 가장 신태용호다운 플레이를 펼쳤다. 결과는 3-0. 흡족했다.

1차전이 정공법 같았다면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은 변칙적이었다. 이날 신 감독은 변형 스리백을 꺼내들었다. 핵심은 '탈착식 플레이어' 김승우. 김승우는 아르헨티나의 공격형MF 팔라시오스를 마크하기 위해 미드필드 진영으로 전진했다가 상황에 따라 센터백들(이상민-정태욱) 사이로 들어오는 등 '포어 리베로' 임무를 받고 경기를 조율했다.
신태용호가 실전에서 스리백을 가동한 것은 지난 11일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이 처음이었다. 가상의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이 변형 스리백을 실험했고 2-0 승리를 거두며 나름 자신감을 챙겼다. 실전 결과는 2-1. 후반 들어 아르헨티나의 맹공에 크게 시달리기는 했으나 어쨌든 2골을 먼저 뽑아내고 끝까지 지켜낸 것은 성공적인 결과다.
신태용 대한민국 U-20 축구대표팀 감독 2017.5.26/뉴스1 © News1 오장환 기자
신태용 대한민국 U-20 축구대표팀 감독 2017.5.26/뉴스1 © News1 오장환 기자

그리고 2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잉글랜드와의 최종 3차전에서 신태용호는 또 다른 색깔의 날개를 펼쳤다. 경기를 하루 앞둔 25일, 신 감독은 "잉글랜드전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전술을 선보일 것이다. 실전에서는 물론 훈련 때도 해본 적 없는 전술을 들고 나갈 것"이라는 뜻으로 궁금증을 자아냈다.

뚜껑을 열자 투톱이었다. 그리고 스리백이었다. 3-5-2 포메이션이었는데, 예상키 힘든 그림이었다. 더더욱 낯선 것은 '조합'이었다.

앞선 2경기에 전혀 필드를 밟지 못했던 이정문이 호흡이 관건인 스리백의 한 자리를 꿰찼고 미드필더 한찬희도 처음으로 출격을 명 받았다. 조영욱과 짝을 이룬 투톱 하승운도 이전 2경기서 4분 출전이 전부였으니 사실상 데뷔나 다름없었다. 결국 공격과 허리 그리고 수비에 모두 새 얼굴을 넣으면서 새 전술을 가동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이 파격적인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 전반을 나름 잘 버텨냈던 한국은 후반 들어 갈팡질팡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모험수가 눈에 익은 잉글랜드는 한국의 전술에 적응했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계속 어수선한 쪽은 한국뿐이었다. 신태용 감독은 부랴부랴 아껴둔 이승우와 백승호를 차례로 투입하면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으나 스코어는 달라지지 않았다.

신태용 감독이 이 팀의 지휘봉을 잡은 것은 지난해 11월 말이다. 첫 훈련은 지난해 12월, 실질적 담금질은 올 1월부터였다. 대략 4~5개월 안에 세계 대회에서 경쟁력을 선보일 수 있는 팀을 만들라는 것부터 고약한 주문이었는데 꽤나 잘해내고 있다. 16강 진출은 큰 성과다. 거기에 매 경기 형형색색 다양한 '패션'도 자랑하고 있으니 팬들의 호응이 더 크다. 하지만 이제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아직은 완성되지 않은 20세 이하의 어린 선수들이다. 지금까지는 시키면 다 소화해냈으나 더 이상 무리수가 투입되면 소화불량을 일으킬 수 있다.

짧은 시간 동안 팀을 꾸려 3경기에서 각기 다른 3개의 전술을 선보였던 자체는 꽤 훌륭했다. 하지만 이제는 '보는 맛'보다 '이기는 맛'이 중요한 단계다. 토너먼트는 패하면 끝이다. 16강부터는 가장 잘 맞는 옷을 입는 게 필요하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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