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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축제가 재미없다는데…학생들 어디에?

연예인 모시기 과열·웃음 주는 '마약풍선'까지 등장
학생회"학생의견 반영할 것"…연예인 없는 축제도

(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 2017-05-27 07:00 송고
봄이 무르익어가는 대학가는 지난주부터 이번주를 거치면서 축제 분위기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와는 달리 인터넷에는 '요즘 대학축제가 재미없는 이유'라는 게시글이 확산되고 있다.

게시글에는 힙합오디션프로그램에 출연한 출연자의 대사캡처 사진과 함께 '맨날 랩퍼만부름 개노잼 지들끼리만 신남'이라는 글이 담겨 있다.

네티즌들은 '힙합 관심없으니 그만 불러라' '힙합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재미가 없다' '아이돌을 더 불러달라' 같은 댓글과 함께 '취향 문제다' '힙합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이돌만 왔을 때 별로다' '골고루 와 달라' 등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다 함께 크게 어울려 화합한다'는 뜻의 대동제(大同祭)의 의미에 대한 의문과 함께 이처럼 대학가 축제를 놓고 '과거에 비해 재미없다'는 의견이 커져가면서 일부 학교 총학생회는 '더욱더 소통하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아예 '연예인 없는' 축제를 개최하는 대학도 있다.
대학축제모습./뉴스1 DB.
대학축제모습./뉴스1 DB.

◇'그들만의 축제'…학생들은 어디로?


서울 대부분 대학은 대동제를 맞아 다양한 라인업으로 축제를 진행하고 있다. 인터넷에는 축제 전부터 각 대학 축제의 라인업을 정리해 놓은 글들이 급속도로 퍼진다. 라인업은 대부분 유명 연예인으로 이뤄져 있다.

이에 대학생들은 단순히 자신이 다니는 대학 외에도 주변 지인들을 통해 라인업에 따라 축제를 즐기는 모양새다. 그러면서 점점 학생들의 축제가 인근 주민이나 외부인들의 축제로 확대, 변화하는 모습이다.

많은 대학이 축제예산의 40% 이상을 연예인 섭외비용으로 투입한다. 수도권 한 대학 축제의 섭외가수가 평균 8팀으로 '연예인 위주'의 축제가 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이번 해 복학을 했다는 대학생 김모씨(25)는 "대동제의 의미가 많이 퇴색된 것 같다"라면서 "동아리나 학회활동을 선보이는 것보다 연예인 공연과 주점 등에 치중하는 것 같다"라고 씁쓸해했다. 그러면서 "요즘 1·2학년들은 다른 학교 축제를 다니고 우리 같은 고학번은 취업준비로 바쁜 것 같다"라면서 "점점 학생들과 멀어지는 축제가 되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신입생 최선아씨(19·여)는 "학교마다 라인업이 다르고 학생마다 좋아하는 가수가 다르니 그에 맞게 움직이고 있다"며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니 이해한다"라고 말했다. 최씨는 "우리가 즐기면 축제가 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이런 거로 행사 주최 측인 총학생회를 비판하면 정말 재미없는 축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생들의 관심도 연예인 공연에 쏠리고 있다. 대학생 김주현씨(21)는 "사실 체험행사나 동아리 활동으로 학생들의 관심을 받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라면서 "주변 친구들과도 이번 해엔 누가 오나가 가장 큰 축제의 화두"라고 말했다.

김씨는 "요즘 대학 축제는 '누가 오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되는 분위기"라면서 "연예인 모시기에 혈안이 된 것 같지만 축제 흥행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만큼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상업성·선정성 논란 넘어 '마약풍선'까지 등장한 대학가


대학 주점의 선정적인 홍보글과 음주문제, 대학 주변 중·고등학생들 탈선의 장 등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논란이 되는 사건사고 외에 최근 확산되고 있는 이슈는 바로 '마약풍선'이다. 마약풍선은 풍선 안에 들어있는 기체를 마시면 웃음이 나오고 행복해진다고 알려져 있으며 '해피벌룬' 등의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마약풍선은 최근 서울 대학가 축제현장에 등장해 물의를 빚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에서는 지난 22일 오후 '해피벌룬', '마약풍선'이라는 피켓을 들고 5000원을 받고 이산화질소가 들어있는 풍선을 팔고 있던 남성 두 명을 발견해 돌려보냈다.

이 학교뿐 아니라 서울 곳곳의 대학 축제현장에서도 마약풍선이 판매되고 있다. 대학가·유흥가를 중심으로 점차 확산되는 모양새다.

아산화질소는 흡입할 경우 웃음이 나며 일시적으로 몽롱한 기분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음주상태에서는 성분에 대한 반응을 예측할 수 없어 소량이라도 위험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아산화질소를 과도하게 흡입할 경우 확산성 저산소증에 의한 호흡곤란, 의식소실로 이어질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마약류로 구분되지 않아 규제가 이뤄지지 않는 상태다.

국민안전처는 축제기간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안전처 측은 △식당 부스, 공연장 주변 무대 소화기 비치 여부 △가스용기 방치 등 가스시설 관리 소홀 여부 △고압전선 노면노출, 미규격 전선사용 등 먹거리 장터 주변 화재 위험요인 △무대시설 안전조치 여부 등을 중점 점검한다.
16일 오전 서울 성북구 정릉 국민대학교 공학관 앞에서 열린 쿨드링커 캠퍼스 캠페인에 참여한 학생들이 '쿨드링커 5계명을 향해 날려라' 이벤트에 참여하고 있다./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br /><br />
16일 오전 서울 성북구 정릉 국민대학교 공학관 앞에서 열린 쿨드링커 캠퍼스 캠페인에 참여한 학생들이 '쿨드링커 5계명을 향해 날려라' 이벤트에 참여하고 있다./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연예인 위주의 축제, 축제기간 내 사건사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총학생회 차원의 자성 어린 목소리와 학교 차원의 노력도 보이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총학생회는 축제 이후 입장문을 통해 "가장 많은 논의가 있었던 연예인 섭외에 있어서 총학생회가 연예인 섭외 자체에 반대한다는 의견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그 비중이 과도하게 높을 경우 학생들이 진행하는 부스나 무대가 줄어든다는 학생들의 우려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예인 공연을 풍부하게 즐기고 싶은 학생들의 의견과 학생들의 무대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우려가 모두 의미 있다고 생각하고 그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앞으로 학생들과 많은 논의와 의견교환이 이뤄지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연예인 없이 학생이 주인공인 대학축제를 만들겠다고 나선 대학도 있다. 성공회대는 지난 24일부터 3일간 열린 축제에서 "평등한 술자리 문화를 약속하고 연예인 없이 학생이 주인공인 대학축제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성공회대는 학생이 주인공인 축제를 만들기 위해 연예인 없이 학생공연만으로 가요제를 진행하며 각종 자체 대회, 미니게임, 부스체험 등으로 축제일정을 짰다.

이승은 성공회대 총학 집행위원장은 "이번 축제는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소수자가 소외받지 않는 모두가 평등한 축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ddakb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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