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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월드컵] 잉글랜드를 향한 '여우' 신태용의 선공, "고민해봐"

26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A조 최종 3차전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17-05-26 11:34 송고
'여우' 신태용 감독이 잉글랜드 대표팀을 향해 선공을 날렸다. 다양한 고민을 강요하고 있다. © News1 이동원 기자
'여우' 신태용 감독이 잉글랜드 대표팀을 향해 선공을 날렸다. 다양한 고민을 강요하고 있다. © News1 이동원 기자

현역시절 그라운드의 여우로 불리던 신태용 감독은 닉네임처럼 꾀가 많은 사람이다. 경기를 능수능란 조율하던 미드필더 신태용의 최대 강점은 스피드나 테크닉이나 결정력이 아닌 판세를 보는 넓은 시야와 적절하게 내리는 선택에 있었다. 소위 수읽기에 능했다.
직접 뛰는 것을 생략한 채 오로지 보고 판단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지도자 변신 이후로는 그 역량이 더 빛나고 있다. 자신이 보유한 선수들에게 적합한 전술을 입히는 것에 능하고 동시에 상대가 가지고 있는 전술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발 빠른 대처도 칭찬이 아깝지 않다. 16강 진출을 이미 확정한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코리아'에서 그런 영리함이 잘 드러나고 있다.

기니와의 1차전에서 신 감독은 경기 시작과 함께 전체적인 라인을 내렸다. 아직 어린 선수들이라 초반의 긴장감이 클 것을 고려했고 동시에 전력이 베일에 감춰져 있던 아프리카 기니가 어떻게 나올 것인지 보고 판단하자는 복안이었다. 그런데 채 10분이 되기도 전에 평소대로 강한 전방압박을 펼쳤다.

경기 후 신 감독은 "개인적으로 기니가 우리 뒷공간으로 공을 때려 놓고 들어오는 것을 가장 경계했다. 그래서 일단 라인을 내렸다. 하지만 조금 지켜보다 생각을 바꿨다. 아프리카 특유의 기를 살려주면 안 될 것 같아서 하던 대로 전방 압박에 들어갔다. 곧바로 밀고 올라간 것이 주효한 것 같다"는 뜻을 전했다. 결과는 3-0 완승이었다.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전을 앞두고는 변칙적인 전술이자 맞춤형 대응책을 꺼내들었다. 스리백으로 후방을 재정비했지만 그렇다고 마냥 수비적인 것은 아니었다. '탈착식 플레이어' 김승우가 포인트였다. 김승우가 아르헨티나의 공격형MF 팔라시오스를 마크하기 위해 미드필드 진영으로 전진했다가 상황에 따라 센터백들(이상민-정태욱) 사이로 들어오는 등 '포어 리베로' 임무를 받고 경기를 조율했다.
이 변칙적인 카드가 통했다. 스리백을 가동하면서도 미드필더들의 숫자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던 한국은 전반에만 2골을 터뜨리면서 대어를 낚아냈다. 김승우는 전반 40분 쇄도하던 조영욱을 향한 롱패스로 PK를 유도, 기록되지 않는 공격 포인트를 올리기도 했다.

2경기의 색깔이 달랐기 때문에 3차전에서 한국과 만나는 잉글랜드 감독의 머리가 복잡할 상황이다. 그런데 신태용 감독은 더더욱 고민을 강요하고 있다. 일단 로테이션을 선언했다. 특히 이승우와 백승호는 제외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것이 24일 오전의 일이다. 부동의 두 에이스를 염두에 두고 분석했을 잉글랜드로서는 다른 조합을 신경써야한다.
신태용 U-20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FIFA U-20 월드컵 조별예선 A조 3차전 잉글랜드전을 하루 앞둔 25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수원블루윙즈훈련장에서 공식 훈련 전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7.5.25/뉴스1 © News1 오장환 기자
신태용 U-20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FIFA U-20 월드컵 조별예선 A조 3차전 잉글랜드전을 하루 앞둔 25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수원블루윙즈훈련장에서 공식 훈련 전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7.5.25/뉴스1 © News1 오장환 기자

폴 심슨 잉글랜드 감독 입장에서는 25일 더 피곤한 일이 발생했다.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수원삼성 클럽하우스 내 훈련장에서 만난 신태용 감독은 "내일 잉글랜드전에서는 전혀 새로운 전술을 들고 나가겠다. 실전에서도 보여준 적 없고, 훈련 때도 해보지 않았다. 선수들에게도 말로만 설명했던 것"이라고 귀띔했다.

수비라인은 1-2차전을 통해 스리백과 포백을 모두 보았으니 "지금껏 본적 없는"은 아무래도 허리라인 위에서 드러날 공산이 크다. 지금까지 원톱(조영욱)을 가동하면서 좌우에 이승우-백승호를 붙였던 것을 감안한다면 투톱을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신태용 감독이 올림픽 대표팀을 선호하던 '다이아몬드 4-4-2'를 떠올릴 수 있다. 현재 팀에서는 가동한 적이 없는데, 잉글랜드의 수평형 4-4-2에 대응하기 위한 카드가 될 수 있다.

신 감독은 추가로 "이승우와 백승호도 전혀 쓰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다. 상황을 봐서 한방이 필요할 때 투입할 것"이라며 "잉글랜드는 체격은 좋으나 체력은 생각보다 약하다. 이 점을 염두에 둘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초반에 힘을 비축한 선수들로 대응한 뒤 허점이 생기면 이승우의 빠른 발로 비수를 꽂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선공을 날린 쪽은 신태용 감독이다. 신 감독은 폴 심슨 잉글랜드 감독에게 고민을 강요하고 있다. 신 감독은 "애초 세워 놓은 목표인 2승1무라는 지향점은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3연승이면 더 좋은 것 아니겠는가"면서 "잉글랜드라는 팀도 한 번 잡아보겠다"고 호언장담도 덧붙였다. 이것도 곧이곧대로 들을 수 없다.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힘을 뺀 채 토너먼트 이후를 바라볼 수도 있다. 여러모로, 여우 신태용 감독이 고민을 강요하고 있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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