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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군위안부' 쓴 노라 옥자 켈러 "한일간 위안부 회담 모욕적"

'2017 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차 내한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2017-05-24 17:53 송고 | 2017-05-25 10:59 최종수정
'2017 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차 내한한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 노라 옥자 켈러가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 대산문화재단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17.5.2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2017 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차 내한한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 노라 옥자 켈러가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 대산문화재단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17.5.2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위안부'(comfort woman)라는 단어는 알았어도 정확한 의미는 몰랐는데 1993년 하와이대에 일본군 위안부였던 한인 여성이 강연을 와서 그것을 듣고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미군부대 주변의 '양공주' 등 한국 근현대사에서 희생된 여성들을 작품에 담아온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 노라 옥자 켈러(52)가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대산문화재단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를 작품에 담게 된 계기를 이같이 설명했다.

'2017 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차 내한한 켈러는 1997년 발표한 '종군위안부'(Comfort Woman)로 그해 전미도서상과 엘리엇 케이즈상을 휩쓸며 문단에 파란을 일으켰다. 그후 2002년에는 1960~70년대 한국의 미군 기지 인근에 사는 두 소녀가 매춘으로 유입되는 과정을 담은 '여우 소녀'(Fox Girl)를 발표해 2003년 하와이 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켈러는 "20만 여성이 끌려간 것으로 추정되는 위안부 문제를 한국문화를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한 나도 전혀 몰랐다는 데 충격을 받았다"면서 "더 자세히 알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해도 아무 자료도 나오지 않아 '한 세대가 어떻게 이 일을 모를 수 있나' '어떻게 (여태까지) 이들을 위해 대신 싸워주는 이가 없었나'하고 화가 났다"고 했다.

하지만 그때까지 단편을 주로 써온 켈러는 "내가 과연 이렇게 큰 주제를 다룰 자격이 있는가"하고 주저하기도 했다. 그러나 위안부 여성들을 더 취재해가면서 단편 '모국어'를 완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장편 '종군위안부'를 완성하는 등 한발 한발 나아갔다.
그는 위안부문제 관련해 2015년 12월 말 이뤄진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 대해서도 "굉장히 유감스러우며 좌절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안부 문제가 일본 정부 및 군에 의해 조직적으로 자행된 범죄라는 점을 정확히 인정하지 않고 법적배상도 아닌 한국정부가 세운 재단에 10억엔(약 100억원)의 예산을 지원한 것은 또 한번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제2차세계대전에 참전한 많은 일본군의 증언이 있는데 이를(군의 책임을) 확실히 인정하지 않는 것은 굉장히 모욕적인 일"이라고도 했다.

미국은 지난해 모두의 예상을 꺾고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됐고 한국은 평화적인 촛불집회로 정권을 교체했다. 한국인 어머니와 독일계 미국인 아버지를 둔 켈러에게 두 변화를 지켜본 소감을 묻자 "애당초 트럼프가 당선된 것이 충격"이라면서 "그가 임기를 채울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트럼프가 후보로서 그리고 지금 대통령으로서 말하는 '미국 우선' '미국은 위대하다'는 미국이 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리고 "한국은 시위가 평화적으로 이뤄지는데 미국은 종종 폭력사태로 번진다"면서 트럼프 당선으로 촉발한 미국의 시위와 정치상황을 우려했다.  

하와이의 명문 고등학교의 글쓰기 교사이기도 한 켈러는 "컴퓨터나 휴대폰의 '스크린' 때문에 사람들의 읽기와 쓰기의 질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다"고도 말했다. "몇 년 전 학생들이 전자책으로 책을 봐도 되냐고 해 '괜찮다'고 했는데 몇 년 사이 학생들이 점점 읽고 쓰는 것을 어려워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종이에 줄을 쳐가며 읽는 것과 스크린을 통해 글을 읽는 것의 집중력의 차이가 큰 것 같다"면서 "글을 손으로 쓰지도 않아 이제 아이들은 필기체 영어도 못 읽는다. 손과 눈을 이용해 종이로 된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것이 글 읽기와 쓰기의 '정수'라고 생각한다"는 말이 이어졌다.

그의 작품 '종군위안부'는 위안부로 일했던 여성과 그의 딸을 주인공으로 해서 '트라우마'가 어떻게 대를 이어 전달되는지 그리고 있다. 특히 위안부 생활을 한 여성이 막사를 탈출하고 그 경험의 참혹함 때문에 결국 무당이 되는 등 강렬한 이야기와 시적 표현이 특징이다.

"나는 (위안부를 다룬) 이 소설이 두 가지 방식으로 읽히기를 원했습니다. 주인공의 엄마가 겪은 신체적인 고통이 영적인 고통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무당이 굿을 하는 장면도 직접 보았는데 그들(무당) 대부분 여성인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무당처럼) 세상을 이렇게 바라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현실의 세계와 영적 세계 속의 주인공의 모습을 둘 다 보여주었습니다."

한편, 지난 23일부터 시작된 서울국제문학포럼은 '새로운 환경 속의 문학과 독자'라는 주제로 25일까지 3일간 열린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와 르 클레지오를 포함, 10개국에서 외국 작가 13명과 김애란, 장강명 등 국내 작가 50여 명이 참석했다. 대산문화재단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는 이번 포럼에는 '세계화 시대의 문학' '다매체 시대의 문학' '작가와 시장' 등 다양한 주제로 강연과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ungaun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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