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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월드컵] '밀당의 고수' 신태용, 아르헨전은 패를 까고 간다

신태용호, 23일 오후 8시 전주월드컵경기장서 A조 2차전

(전주=뉴스1) 임성일 기자 | 2017-05-23 10:55 송고
신태용 감독이 20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A조 대한민국과 기니의 경기에서 3대0 대승을 거둔 후 경기종료와 함께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2017.5.20/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신태용 감독이 20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A조 대한민국과 기니의 경기에서 3대0 대승을 거둔 후 경기종료와 함께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2017.5.20/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신태용 감독은 선수들과의 '밀당'에 능하다. 지난해 12월 갑작스럽게 부임, 불과 6개월 만에 하나 된 팀을 만들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젊은 선수들을 컨트롤 할 수 있는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풀어줄 때는 확실하게 풀어주지만 다잡을 때는 에누리 없었다.
스스럼없이 먼저 다가가는 스타일이다. 장난도 걸고 격의 없는 대화도 나눈다. 젊은 선수들의 취향을 존중하는 오픈 마인드이기도 하다. 이승우가 헤어스타일을 파격적으로 바꾸고 대회에 임하자 "염색을 더 강하게 했어야하는 것 아니냐. 너무 약하다"고 핀잔을 줬을 정도다. 하지만 지켜야하는 것을 어길 시에는 단호하다.

관련해 파주NFC에서 있었던 한 가지 에피소드를 전한다. 외출 복귀 후 정해진 점심식사 시간에 한 선수가 약 5분가량 늦은 일이 있었다고 한다. 사실 어지간하면 그냥 넘어갈 수 있던 일이었는데,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신태용 감독이 직접 나서 불호령을 내렸다. "넌 뭔데 선수단 규율을 어기느냐"는 내용이었다.

해당 선수는 물론, 다른 선수들도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던 상황이다. 그러나 신 감독의 훈육은 짧고도 굵었다. 냉정하게 지적한 뒤에는 "너 벌금 내"라고 외치며 머리를 툭 치고 올라갔다고 한다. 벌금은 물론 농담이었다. 지지부진 길게 이야기하지 않으면서 확실한 임팩트를 남겼다. 말이 많아지고 길어지면 받아들이는 사람의 짜증만 키울 뿐이다.

이런 밀당은 일상생활에서 그치는 게 아니다. 진짜 밀당은, 선수들 간의 치열한 주전다툼을 유발시켜 팀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훈련 때와 실전에서 더 돋보인다. 누가 주전이고 누가 비주전인지 알 수가 없다. 특히 좋은 인재들이 많은 미드필드진은 좀처럼 예상 포진을 그리기 힘든 수준이다.
지난 20일 기니와의 1차전이 끝난 뒤 신태용 감독에게 아르헨티나전의 미드필드진은 어떻게 구상할 것이냐는 한 기자의 질문이 날아들었다. 그러자 신 감독은 "머리 안에는 구상을 마쳤다. 그러나 미리 말해줄 수 없다"면서 "내 나름의 '밀당'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팀을 운용할 때 나만의 노하우가 있다. 다른 선수들의 사기가 저하될 수 있으니 이해해달라"는 뜻을 전했다.

당연한 일이지만 이를 잘 지키지 못하는 지도자들이 적잖다. 누가 나올 것인지 뻔히 정해지면 내부의 긴장감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모든 이들이 힘을 합쳐야 좋은 경기력이 나오는데, 경기를 하기도 전에 맥이 빠지는 선수들이 생긴다. 상대방이 대비하는 것도 쉽다. 미리 예측한다면 당연히 수월하다. 내부 결속을 위해, 상대 견제를 위해 밀당은 중요하다.
2017 FIFA U-20 월드컵 조별예선 A조 2차전 아르헨티나전을 하루 앞둔 22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에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이승모가 훈련시작 전 취재진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17.5.22/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2017 FIFA U-20 월드컵 조별예선 A조 2차전 아르헨티나전을 하루 앞둔 22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에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이승모가 훈련시작 전 취재진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17.5.22/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그런데 23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을 앞두고는 그 '밀당'을 일부분 포기했다. 패를 아예 내보였다. 경기를 하루 앞두고 보조구장에서 진행된 훈련에 앞서 미드필더 이승모와 이진현이 인터뷰 대상자로 나섰다. 두 선수를 미디어 앞으로 내보낸 다름 아닌 신태용 감독이었다.

신 감독에게 두 선수를 택한 이유를 묻자 "두 선수는 내일 선발 출전이 유력하다. 중고등학교에서 6년 간 함께 했기에 눈빛만 봐도 잘 알 것"이라면서 "미드필드 싸움에서 지면 힘들어지기에 둘이 의기투합하라고 사전 인터뷰에 내보냈다"고 속내를 공개했다.

신 감독은 아르헨티나전의 성패가 허리싸움에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15번(산티아고 콜롬바토)과 8번(에세키엘 팔라시오스)이 핵심 선수다. 그 두 명을 막아야 우리에게 승산이 있다"면서 중앙 미드필더 이승모와 이진현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뜻을 에둘러 전했다.

일종의 특명이 떨어진 셈이다. 밀당의 고수 신태용은, 이번에는 완전하게 힘을 실어주는 방식을 택했다. 지금은 전적으로 믿음을 실어주는 게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패를 까고 가는 아르헨티나전. 신태용식 밀당은 또 다시 효과를 볼 수 있을까. 결과 공개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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